한영수와 이노우에 코지

by 김대일

사진 문외한인 내가 봐도 한영수(1939~1999)와 이노우에 코지(1919~1993)의 사진은 닮았다. 생전에 상면한 적 없는 두 사진 작가의 작품들 중에는 뒤섞어 놓으면 누구의 사진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사진 배경, 인물들의 분위기, 구도와 그 안의 서정이 신기할 정도로 서로 닮은 사진들이 많다고 한다. 오죽하면 이노우에 코지의 아들인 이노우에 하지메가 한영수 사진을 처음 보고 '마치 아버지의 사진을 보는 것 같다'고 감동했을까.

2세들이 의기투합해 두 작가의 2인전 <그들이 있던 시간 The Times They Are 彼らがいた時>이 지난 6월15일부터 7월25일까지 열렸는가 보더라. 두 작가는 서울과 후쿠오카라는 도심을 배경으로 전쟁통에 잊어버렸던 건강한 인간성을 담으려 했다. 그들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어린이들의 해맑은 모습과 생동감 넘치는 인간 군상들에서 희망과 웃음을 찾으려는 두 작가의 노력은 신기하리만치 닮았다.

크게 표현주의와 사실주의로 사진 예술의 경향을 나눈다고 한다면 사실주의에 완전 경도된 나다. 표현주의의 전위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해서겠지만 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 낸 재현물을 통해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새로운 영감을 제공하는 리얼리즘의 매력이 훨씬 더 매혹적이긴 하다.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과 확고한 가치관을 견지해야지만이 피사체의 본질에 바짝 다가갈 수 있다면 사실주의에 입각한 사진 작가야말로 진정한 휴머니스트들이다.

사진가의 심미안은 사회와 정치, 또 역사에 대한 문제의식과 가치관, 통찰력에 의해 길러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탁월한 사진가에게는 남달리 풍부한 인생관과 철학이 요구된다.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는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누르는 단순한 작업에 지나지 않지만, 보는 사람을 감동시키기 위해서는 셔터를 누르는 행위 이면에 숨겨진 사진가 자신의 내면적인 부분이 힘을 부여하는 것이다. - 구와바라 시세이, 『다큐멘터리 사진가 - 미나마타, 한국, 베트남 취재기』, 김승곤 옮김, 눈빛

작가의 이전글될 대로 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