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일요일(16)

by 김대일

집에 못 가다

정희성


어린 시절 나는 머리가 펄펄 끓어도 애들이 나 없이 저희들끼리만 공부할까봐 결석을 못했다 술자리에서 그 이야기를 들은 주인 여자가 어머 저는 애들이 저만 빼놓고 재미있게 놀까봐 결석을 못했는데요 하고 깔깔댄다 늙어 별 볼일 없는 나는 요즘 그 집에 가서 자주 술을 마시는데 나 없는 사이에 친구들이 내 욕할까봐 일찍 집에도 못 간다

(오늘 시의 교훈은 '술값 독박 쓰는 한이 있더라도 집은 제일 늦게 들어가자'로. 괜히 일찍 자리 떴다가 집에 가는 내내 귀 간지러운 것보다야 나으니까.

그래도 부럽다. 욕이라도 해대는 친구들이 지척에 있어서.)

작가의 이전글한영수와 이노우에 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