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쟁이 마음

by 김대일

6/10부터 시작한 하루 한 꼭지 쓰기가 10/10로 123꼭지다. 빼먹지 않고 꼬박꼬박 글 올리기 123일째란 소리겠다. 이 글은 124일째 꼭지로 슬그머니 얼버무리려는 수작이고.

뭣 땀시 이 짓을 하게 됐는지는 6/10 이전 글들을 읽어보면 대충 감이 올 테니 똑같은 말 공연히 또 옮기진 않겠다.

꾸준해야 한다는 것과 내실이 있어야 한다는 걸 동시에 충족하는 건 정말 어렵다. 둘 중 하나 해내기에도 벅차서 갈팡질팡하기 일쑤다. 그러니 정작 해야 할 일을 뒷전으로 미룬 채 다음 날 올릴 글 걱정에 온통 정신이 팔려 정신 나간 놈 취급받은 적이 솔직히 몇 번 있다. 글쟁이 고달픈 줄 가리늦게 알았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매일매일 원고 마감 시한 쫓기듯 끙끙 앓아대지만 일상의 한 부분이 어느새 된 것도 사실이다. 아침 기상해 큰일 안 보면 하루죙일 껄쩍지근한 느낌마냥 쓰지 않고는 다른 게 손에 안 잡힌다. 이래서 습관이 무서운 건가 보다.

언제까지라고 정해 놓고 하는 짓이 아니니 더는 못 봐주겠으니 그만 올리라고 구박해도 소용없다. 집필을 노동이라 이르고 스스로를 감옥에 가뒀다면서도 '황홀한 글감옥'이라고 행복해한 조정래 소설가를 언감생심 따라하겠냐만은 나만의 글세계 속에서 유영하는 재미 역시 만만찮아서 당분간 글쟁이 코스프레는 이어질 전망이다.

사족인데, 하루도 빠짐없이 읽어준 이를 나는 안다. 언젠가 쌓아둔 글들을 정리해 엮은 책을 만들면 기쁜 마음으로 한 부 꼭 선사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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