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by 김대일

요사이 몸에 열이 많이 난다. 느닷없이 소름 돋듯 온몸에 열기가 쫙 끼치다가 급기야 식은땀마저 흘릴 때가 부쩍 잦다. 일교차 심한 새벽녘에 선풍기를 돌려야 자던 잠을 이어 청할 지경이면 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행여 역병이 옮았나 걱정했지만 체온을 재보면 정상치다. 걸리면 나타난다는 증상이 없고 일상생활에 지장도 없다. 근데 왜 자꾸 후끈후끈 달아오르지?

갱년기라고 마누라가 딱 잘라 말했다. 갱년기의 갱을 '다시'라는 뜻보다는 신체의 흐름이 '바뀐다'는 뜻으로 읽어야 한다면 미증유의 이상 증세는 바야흐로 예전 몸뚱아리에 종언을 고하라는 신호가 아닐는지. 낯설고 불안해도 어쩔 수 없다. 큰 병으로 덧나지 않는 한 어차피 늙어가는 길목에서 거쳐야 할 통과의례일 뿐이라고 느긋하게 받아들일밖에.

갱년기 약을 먹어보는 건 어떻겠냐고 충고해 주는 이가 있지만 그렇게 호들갑 떨 것까지는 아니다. 차라리, 내 미래가 곧 지금의 내 아버지이고 보면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는 게 더 효과적일지 모르겠다. 다만, 낼모레 팔십을 바라보면서도 현장을 역동적으로 누비는 노익장이 그저 천성이 아님을 잘 아는 나로서는 좀 버겁긴 하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칼같이 나누는 단호함, 한 번 정해진 사안에 대해서는 절대 물리지 않는 원칙주의자적 태도가 건강한 노후나기의 비결이라면 말이다. 피는 못 속인다지만 일도양단은커녕 매사 물러터진 어리보기가 당신처럼 나이 지긋해질수록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글쎄, 자신없다. 몸에 열 좀 난다고 갱년기다 뭐다 온갖 수선은 다 떠는 품부터가 볼 장 다 본 셈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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