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어머니학교 6)
이정록
기사 양반,
이걸 어쩐댜?
정거장에 짐 보따릴 놓고 탔네.
걱정 마유. 보기엔 노각 같아도
이 버스가 후진 전문이유.
담부턴 지발, 짐부터 실으셔유.
그러니께 나부터 타는 겨.
나만 한 짐짝이
어디 또 있간디?
그나저나,
의자를 몽땅
경로석으로 바꿔야겄슈.
영구차 끌듯이
고분고분하게 몰아.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고분이니께.
(일전에 소개한 같은 시인의 시 <청양행 버스기사와 할머니의 독한 농담>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이 다시 만난 듯싶다. 그런데 기분이 다르다. <청양행~>이 그냥 웃겼다면 이 시는 '고분고분한 고분'이란 시어로 짠하다. 생의 결말에 점점 다가가는 버스, 페이소스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