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일요일(17)

by 김대일

짐(어머니학교 6)

이정록


기사 양반,

이걸 어쩐댜?

정거장에 짐 보따릴 놓고 탔네.


걱정 마유. 보기엔 노각 같아도

이 버스가 후진 전문이유.

담부턴 지발, 짐부터 실으셔유.


그러니께 나부터 타는 겨.

나만 한 짐짝이

어디 또 있간디?


그나저나,

의자를 몽땅

경로석으로 바꿔야겄슈.


영구차 끌듯이

고분고분하게 몰아.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고분이니께.

(일전에 소개한 같은 시인의 시 <청양행 버스기사와 할머니의 독한 농담>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이 다시 만난 듯싶다. 그런데 기분이 다르다. <청양행~>이 그냥 웃겼다면 이 시는 '고분고분한 고분'이란 시어로 짠하다. 생의 결말에 점점 다가가는 버스, 페이소스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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