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오른 팔뚝이 쑤셨다. 백신 맞아 우리한 느낌 비스무리했다. 팔만 그러면 덜할 텐데 삭신까지 무거워 기분 지저분하자 알바 가는 출근길 처음으로 부대꼈다. 몸살기임에 분명했다. 요 몇 주 하루도 쉬지 않고 무리한 게 화근이었다. 금요일부터 사흘은 알바 커트점, 월요일부터 나흘은 다른 실무 현장에서 지가 무슨 슈퍼맨이라고 일주일 내내 손님들 머리 깎고 염색하고 샴푸를 해댔으니 몸이 삐걱댈 만도 했다. 되도록 빨리 기술을 체득해야 한다는 조바심에 특훈을 자청했지만 아, 나이는 못 속이는지 마음만큼 안 따라주는 몸뚱아리다.
편찮은 심신으로 출근했으니 일이 제대로 될 리 없었다. 어거지로 시간만 꾸역꾸역 보내고 있는데 원장이 심각한 척 말을 꺼냈다. 손님이 너무 줄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후 5시 이후로는 손님이 뜸하니 그날그날 손님 상황을 봐가면서 퇴근을 1시간 앞당기고(7시 -> 6시) 시급(시간 당 1만 원)도 줄이겠다고.
봄철에 비해 줄긴 많이 줄었다. 주말 가게 문을 열면 거짓말 좀 보태 밀물같이 몰려들던 손님들이 어데로 다 떠났는지 요새는 일하는 내가 무안할 정도로 한산할 때가 잦다. 원장과 단 둘이 멍하니 TV 화면만 두세 시간 디다보고 있는 건 참 곤혹스럽다. 그러다 보니 평일 알바, 주말 알바를 써야지 커트점이 돌아가게끔 질을 들인 원장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인건비를 아끼자니 원장 혼자서는 일이 고되고 매상은 주는데 인건비는 곶감 빼먹듯 꼬박꼬박 나가고.
원장 딴은 고육책일 게다. 원장 구상대로 직원 임금을 줄이면 (정기 휴일인 화요일 뺀) 주 6일 6시간 6만원, 한 달이면 24만 원을 아낄 수 있다. 내가 아직 가게를 꾸려 보질 않아서 24만 원이 이 업계에서 얼마나 큰 값어치인지는 판단이 잘 안 서지만 요즘처럼 궁기에는 제법 클 법도 하겠다.
몸살기로 만사가 귀찮은지라 원장 뜻대로 하시라 건성으로 대답은 했지만 퇴근길 심사는 복잡했다. 원장의 탄력 근무제 운위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매상 그래프가 우하향을 그리기 시작하던 늦여름부터 그날그날 상황에 따라 퇴근을 2시간 앞당기겠다고(당연히 시급도 2만 원 빠진다) 이미 선언했고 한두 번 쫓기듯 조기 퇴근한 적이 있었다. 오후 손님이 뜸하면 원장은 으레 조기 퇴근 예령을 걸지만 그럴 때마다 공교롭게도 손님이 몰려들어 원장이 내뱉은 자기 말을 주워담을 때가 더 많았지만. 그러니 엊그제 통보가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고정비를 절감해 줄어든 매상을 메우려는 발상은 내가 업주라도 할 법하다. 임대료, 수도광열비, 재료비, 직원을 쓴다면 인건비. 당장 떠오르는 매달 나가는 고정비다. 그 중 임대료, 수도광열비는 비중이 가장 크면서 어지간해선 금액에 큰 변화가 없는 그야말로 난공불락 고정비다. 커트실 재료비는 비중이 미미해 줄인대서 표도 별로 안 난다. 결국 인건비다.
입장을 바꿔 보자. 정직원이든 알바든 자기 노동력을 제공하는 대가로 임금을 받는데 그 노동력 투입시간과 임금은 업주와 사전에 합의된 상태다. 직원은 근무시간에 한해서는 심리적으로는 업주에게 종속된 상태이지만 합의사항 이행에 이상징후가 엿보이면 매우 민감해한다. 예를 들어 퇴근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일이 덜 끝났다는 이유로 초과근무를 지시하면 그에 상응하는 수당 지급을 요구하거나 애초에 합의된 근무시간 이행만을 주장할 수 있다. 퇴근시간 감축도 마찬가지이다. 직원은 받을 임금으로 자기 생활비 사용에 대한 계획을 이미 수립한 상태인데 갑작스런 수입 축소로 타격이 생기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니 업무 시간 단축(임금 축소)이라는 업주의 일방적 통보는 사전에 합의된 사항의 결렬을 의미한다. 설령 직원의 수긍으로 표면적으로는 유야무야 넘어간다 해도 둘 사이 유대감은 봉합이 어려워질 정도로 괴리된다.
이 바닥에서 반세기 넘게 업장을 꾸리신 부친 의견은 뭘까 궁금했다. 밥만 먹여줘도 오감타며 시다를 마다않던 수십년 전과는 상전벽해된 이미용업계의 고용환경에서도 절대 변치않는 부친만의 철칙은 있다.
- 장사하다 보면 기복이란 게 생기기 마련이다. 보름에 한 번 머릴 깎던 사람이 날 추워져 한 달, 두 달 건너 머리 깎으면 매상은 자연스레 준다. 그러니 일희일비할 거 없다. 손님은 돌고 도니까. 단, 동요하는 주인을 직원은 절대 안 믿는다. 중심 못 잡을 거면 사람도 쓰면 안 된다. 대신 이왕 사람 쓸 요량이면 악착같이 뽈가먹어야 한다.
이 업으로 먹고 살자면 어쩔 수 없이 직원을 착취해야겠지만 나는 손가락 빠는 한이 있더라도 직원 줄 돈은 제 때 제대로 줘야 한다. 그 돈 보고 일하는데 그걸 식언하면 붙어있을 사람 하나도 없다.
나도 언젠가는 가게를 꾸릴 거라서 역지사지하면 알바 커트점 원장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원장이 보이는 변덕스럽고 성마른 언행은 원장 스스로 자충수를 둘 뿐이라 안타깝다. 원장이 직원에 대해 가지는 인식에 배려라는 게 포함됐는지 궁금하다.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