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위가 지명이라는 걸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통해 알았다. 영화는 지금은 인도네시아에서 고군분투하는 용이의 기행奇行을 통해 처음 접했고.
삼 년 전 이맘때다. 용이가 울 동네로 술추렴하러 왔었다. 홍어 대신 문어 삼합을 안주로 두고 열나게 나부대던 용(대단한 달변가다)이 최근에 영화 한 편에 완전히 꽂혔다고 그답지 않게 영화평을 다 늘어놓는 게 아닌가. 쓰나미처럼 몰려드는 감동을 주체할 수 없다나 뭐라나(청산유수같은 언변에 자기의 감정 표현만은 극도로 억제하는 녀석이어서 당시 센세이셔널했다). 역동적인데다 거리낌없는 행동거지로 미루어 깨고 부수고 유혈이 낭자하는 스펙터클 액션 무비를 즐길 법 한데 의외로 담백하고 나이브한 영화에 꽂혀 격무에 시달리는 심신을 달랜다고 씨부렁거릴 때는 '설마 니가?'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겠더니만 영화 <리틀 포레스트> 를 증거물이라도 되는 양 꺼내놓자 슬슬 혹해졌다. 보고 보고 또 보다 영화에 완전히 매료된 녀석이 불현듯 야밤에 영화 촬영지로 차를 몰아 한달음에 달려갔다는 후일담에선 카운터 펀치를 세게 맞은 느낌이었다. 용이의 노스탤지어, 그곳이 바로 군위였다.
2021.10.18.자 한겨레신문은 '소멸고위험 ' 지역인 충남, 경북 마을을 다녀온 로포르타주를 실었다. 거기서 군위를 발견했고 용이와 재회한 듯 기뻤다가 기사를 곱씹자 참담했다.
소멸위험지역이란 20~39살 여성 인구 수를 65살 이상 인구 수로 나눈 소멸위험지수를 산출한 뒤 지역별로 분류한 것이다. 2016년 '한국의 지방소멸에 관한 7가지 분석' 보고서에서 소멸위험지수 1.5 이상은 소멸위험 매우 낮음, 1.0~1.5는 소멸위험 보통, 0.5~1.0은 소멸주의, 0.2~0.5는 소멸위험(진입), 0.2 미만은 소멸고위험 등으로 나눴다. 우리나라(전국) 전체 평균 소멸위험지수는 0.75로 지난해(0.8)에 이어 주의 수준이었다. 우리나라는 2016년 20~39살 여성인구 수가 65살 이상 고령인구보다 적은 소멸주의 단계로 진입했다. 228개 전국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은 2017년 85곳, 2018년 89곳, 2019년 93곳, 2020년 105곳이었다. 올해는 106곳으로 전체의 46.5%에 이른다. 이 중 소멸고위험지역은 2017년 7곳, 2018년 11곳, 2019년 16곳, 2020년 23곳에서 올해 36곳으로 급증했다. 전국 시·군·구 가운데 소멸위험도가 가장 높은 곳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북 군위(0.11)였다. 경북 의성(0.12), 전남 고흥(0.12), 경남 합천(0.13), 경북 봉화(0.13), 청송(0.14), 전남 신안(0.14), 경남 남해(0.14), 경북 청도(0.1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경북 군위군 산성면 화본리. 영화 <리틀 포레스트> 촬영지로 유명해져 2~3년 전부터 주말이면 관광객들로 넘쳐난다고 한다. 하지만 관광지가 된 덕분에 드나드는 이는 많지만 공동체 지속가능성에는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초등학교는 9년 전 폐교됐고 화본2리에는 스무살 미만 주민은 한 명도 없다. 군 차원에서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과 대구시 편입을 인구 증가세로 반전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지 않겠냐는 분위기가 있다. 군위읍내에서 만난 75살 주민은 "공항 생기고 대구시로 되면 땅값도 오르고 젊은 사람들 일자리는 더 안 생기겠나"라고 말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넘지 못한 벽을 공항과 대구시 편입이 넘어설 수 있을까 라면서 로포는 끝을 맺는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해법들이 나온다. 도시 중심부에 주거·복지·문화·교육 등 생활거점을 집적·고밀도화해 주민의 생활을 지속할 수 있게 하거나 수도권에 맞먹는 지방 광역도시(메가시티)를 조성한다거나. 지역을 살려보자는 취지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그로 인해 생길 문제는 없는지 숙고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 급증, 환경파괴 따위 말이다. 마을 주민들 살리려다 정작 원주민은 다 떠나버리게 만드는 어리석은 짓은 아닌지 말이다. 정령이 깃든 <리틀 포레스트>가 사라지면 우리 모두가 사라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