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가 아니지만 마초도 아닌 나는 남성이라서 차별받은 적은 없지만 느낀 적은 있었다. 직업상담사라는 분야가 업무 특성 상 남성에 비해 여성이 대접받기가 더 용이하고 남성이 진입하기에 장벽이 살짝 높은 게 맞다. 그렇다고 아주 노골적인 건 아니다. 까놓고 얘기해서 상담역으로 살갑고 세심한 여자가 낫지 남자라면 어째 부담스러울 수 있다 상대적으로. 그러니 여성에 더 특화되었을 뿐더러 내가 인사 담당자라도 마음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건 인지상정이다. 9개월간 근무했고 계약기간이 종료되자 6개월을 기다린 끝에 직업상담사로 근무했던 지자체에 다시 지원한 적이 있었다. 채용 담당부서인 일자리경제과의 수장이라는 과장 면접을 볼 때 머리를 스치는 예감은 불안했고 안타깝게도 적중했다. 표면적으로는 부서 내부적으로 매기는 라이센스 점수에 미달해서라고는 했지만 핑계같았다. 이전 면접에서는 무난했던 라이센스 점수(그래서 합격했고)가 이번에는 갑자기 당락을 좌우할 정도로 비중이 높아졌다는 건 이해가 가지 않았을 뿐더러 그게 사실이면 채용 기준에 원칙이 없는 난맥상이 드러난 꼴이나 마찬가지였다.
나이 많은 남자, 재취업이 불발된 이유로 이것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불합격 통지를 받고 며칠 동안 속상했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분을 삭이고 내 꼬라지를 냉정하게 톺아보자니 차라리 안 붙은 게 다행이다 싶었다. 남보다 밥을 더 먹었고 인생의 고락을 훨씬 많이 겪은 게 상담자로서 갖춰야 할 미덕 중에 하나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상담만이 주업무가 아닐 거면 모든 업무를 보다 스마트하고 재바르게 다룰 줄 아는 젊고 유능한 사람(남자든 여자든)을 적임자로 앉히는 게 관계자 모두가 편할 길이라고 여기기에 이르렀으니까. 그러니 나는 결코 편협한 세대갈등론자도 아니요, 안티페미도 아니요, 남성우월주의자는 더더욱 아니다.
내가 보기엔 우리가 사는 세상은 긍정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어떤 분야든 성별에 상관없이 서로 공정하게 경합해 더 부합하는 인물을 자리에 앉히려는 노력을 점진적으로 해온 게 맞다. 물론 미흡한 게 한둘이 아니고 세상이 변하는 걸 받아들일 줄 모르는 편협한 사고에 갇힌 일부 몰지각한 무리들 때문에 물이 흐려지는 꼴을 보기도 하지만 그래도 건전한 시민들에 의해 보다 나은 사회를 향해 쉬지 않고 발걸음을 옮기는 중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정치란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여기는 나로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니 역차별, 남성소외, 여성 편중 따위 돼먹잖은 편견이 잘난 뇌를 감싸 선동적 발언이나 일삼으면서 정치적 노림수나 꾀하는 행태가 요즘 부쩍 횡행하는 데에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공당의 젊은 당수가 내뱉는 레토릭은 그래서 더더욱 한심하다.
2021.11.30. 경향신문 논설실장의 기명칼럼(김민아, <'찌질한' 이준석 대표님>)은 내 입장과 토씨 하나 안 틀리게 맞아서 속이 다 시원하다. 머리 좋고 영악한 건 인정하겠는데 같잖은 편가르기에나 몰두하고 세상을 너무 쉽게 보는 경향을 보이는 젊은 당수가 안 그래도 하는 짓짓마다 꼴같잖은 그 당의 전형같아 혐오스러우면서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