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피자 광고가 나오는데 딱 크리스마스 용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라는 문구가 클리셰 된 지 오래지만 사람들한테 여전히 먹히는 메시지고 캐럴 들으면 괜히 설레는 것도 크리스마스 시즌이라서 그렇다. 한동안 <징글벨>이 징글징글하게 울려 퍼질 이맘때니 재미 삼아 <징글벨>의 이면을 소개하겠다. 몇년 전 신문 칼럼에서 발견했는데 그야말로 깜놀이다.
Jingle은 ‘즐거운 딸랑 소리’라고 불리지만 성탄 캐럴이란 성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딴 뜻도 많이 가지고 있단다. 특히 술잔에 담긴 얼음이 술잔과 부딪치는 소리를 이 낱말로도 표현한다고 하니 <징글벨>은 서양의 권주가라 할 만하다. <징글벨>이 처음부터 캐럴의 대명사로 굳어진 건 아니다. 작곡자인 제임스 로드 피어폰트가 이 노래를 1857년 가을 추수감사절 기간에 처음 선보인 이래 교회에서 부르기에는 너무도 세속적으로 흥겨워서 보스턴의 길거리에서 공연되던 노래였다가 지역의 여러 합창단이 몇십 년 동안 부르다 보니 자연스레 크리스마와 연결됐다나. 더 뜻밖인 건 남녀상열지사로 들리는 2절 가사다.
말이 끄는 썰매는 한 쌍의 젊은 남녀가 함께 자리할 기회를 주면서 인적 없는 숲으로 그들을 데리고 간다. 이후의 일은 아무도 모른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이 노래 2절의 가사를 들어보자. “썰매를 탔는데 / 패니 브라이트 양이 내 옆에 앉았네. / 말은 홀쭉하게 말라 / 썰매는 위태로워도 / 불행이 내 복인가 / 말은 둑에 처박히고 / 우리는 흠뻑 취했네.” 무엇에 취했을까? 즐거운 계절이 거룩해야만 할 필요가 있을까? 약간의 혼란도 아름답게 보이는 철이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교수, <서양사람史覽 - 징글벨>, 한겨레신문, 2017.12.22.)
고려가요 <쌍화점>이 불쑥 떠오르는 건 무슨 이유일까.
만두집에 만두 사러 갔더니만/회회아비 내 손목을 쥐었어요/이 소문은 가게 밖에 나며 들며 하면/조그마한 새끼 광대 네 말이라 하리라/그 잠자리에 나도 자러 가리라/그 잔 데 같이 아늑한 곳 없다 (<쌍화점> 1절)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한 날이야말로 인류 가장 기쁜 할 날 중 하루일지언정 경사인 날이 경직될 필요는 없으니 ‘약간’이라는 단서를 달고 한바탕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뜻이렷다. 그러니 올 한 해 고생한 누구라도 2021년 마지막 달을 정도껏 즐겨 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