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눈빛은 형형했다. 알맞게 살이 빠져 보기에도 좋다. 여전히 걷지 못해 일상생활하는 데 지장이 많지만 지난 1월 낙상으로 하반신 마비가 와 거동 자체가 안 될 때 비하면 하늘이 굽어살폈다.
재활요양병원에서 퇴원한 지 오늘로 나흘째고 주간보호센터에 의탁한 지 사흘째다. 퇴원에 맞춰 엄마를 지켜볼 요량으로 나도 나흘째 본가에 머무는 중이다. 퇴원하자마자 사람 설고 자리도 선 곳을 조석으로 왔다갔다해야 하는 엄마가 걱정이면서 어차피 이런 생활 패턴이 일상이 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라면 엄마가 보다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곁에서 다독여야 한다는 심산이다. 그렇다고 본가에 오래 머물지는 못 한다.
부친은 새벽 6시30분이면 가게로 출발하신다. 안에서 엄마가 현관문을 열지 못해 아파트 키를 주간보호센터에 맡겼다. 그 키로 열고 들어와 엄마를 휠체어에 태워 모시고 가는 시간은 아침 8시 이짝저짝이다. 부친이 나가고 주간보호센터 직원이 올 때까지 1시간 30분이 공백이다. 두 다리는 불편하고 기저질환(뇌졸중, 파킨슨, 당뇨, 고혈압)이 잠복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엄마의 현재 상태로 봐서 그 시간은 늘 불안할 것이다.
주간보호센터에서 귀가하면 저녁 8시 이짝저짝이다. 그 시간대면 부친은 퇴근하고 집에 계신다. 잠들기 전까지는 부친이 돌봐 주시겠지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인이 박인 부친은 늦어도 8시30분에는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부친이 안방으로 들어가고 나면 휑한 거실에서 <전원일기> 따위 흘러간 드라마나 보다가 밤 늦게 까무룩 잠 들 엄마가 늘 처량할 것이다.
일요일엔 주간보호센터에 가질 않는다. 부친은 어김없이 새벽 6시30분이면 출근하실 게다. 엄마는 망부석처럼 멍하니 하루를 보내야 한다. 언제는 혼자 안 있어 봤냐며 걱정하는 아들내미를 안심시키지만 지금은 특수하면서 불안한 상황이다. 주간보호센터에 사정을 해 일요일 하루만이라도 아침, 점심, 저녁 때마다 끼니와 약을 자시게 챙겨 주는 직원이 온다지만 한시적이다. 그에 상응한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어째 염치없는 짓 같아 영 마뜩잖다. 차라리 금요일부터 일요일로 이어지는 내 알바 시간을 바꿔 볼 요량으로 원장한테 넌지시 개진했는데 자꾸 말하려니 보채는 것 같아 모양 빠진다. 어떤 식으로든 엄마도 편하고 가족들도 안심할 묘수를 찾지 않는 한 한동안 일요일은 편치 않은 휴일이 될 공산이 크다.
앞으로는 퇴원한 엄마 일상에 나를 끼워 맞춰 살아야 한다. 이날 이때까지 나는 양친으로부터 말로는 이루 다 하지 못할 은덕을 받아왔지만 효자 소리 들을 만큼 보답한 적은 없다. 가진 게 별로 없는 지금은 내가 당신들께 해 드릴 게 더 없다. 하지만 나는 점점 느낀다. 당신들은 애써 말리지만 나는 결국 두 분의 주위를 맴맴 도는 위성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걸. 그게 내 숙명이다. 일말이나마 떳떳해진다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