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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봐야 사는 이유를 안다는 글

by 김대일

'죽습니다'란 동어가 각운처럼 구절 끄트머리에 번번이 달려 라임 타는 랩마냥 리듬감을 증폭시키는 게 이 글의 특징이다.

오복 중에 고종명이라 했거늘 제 명 대로 못 사는 게 인생이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니라서 죽느니만 못한 게 또한 고해 같은 인생살이다. 그럼에도 비루한 몸뚱아리 모질게 몰아세우는 건 이 세상에서 살아가야 할 이유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란다. 마지막 문구가 작심한듯 내 가슴을 후벼 판다.

4년 전쯤 술집 남자 화장실 변기 앞에서 처음 접한 글은 이쁜 손글씨만큼이나 내용이 인상적이어서 내 사진첩 한 켠에 고이 모셔뒀다. 뜻밖의 장소에서 뜻밖의 영감을 득템하는, 그래서 인생은 경이로우면서 기를 쓰고 살 만하다는 걸 보여준 적절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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