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절한 그리움에 끙끙 앓아봤었다. 하지만 그 그리움이라는 게 돌이킬 수 없는 상대의 부재로 촉발되는 상실의 고통이라서 그리울수록 구곡간장이 녹아들었다. 살면서 가장 부러운 사람은 <옷 소매 붉은 끝동> 마지막 회 마지막 장면의 대사처럼 '순간이 변하지 않고 순간이 영원이 되는 사랑'을 이룬 부류다.
너 또한 내가 슬픔을 잊을 수 없다는 것을 슬퍼할 것이다.
-《어제의빈치제제문》(정조가 의빈 성씨의 죽음에 대해 직접 지은 어제 제문) 중에서
살아있는 나와 죽은 네가 끝없이 오랜 세월동안 이별하니, 나는 못 견딜 정도로 근심과 걱정이 많다.
-《어제의빈삼년내각제축문》(정조가 의빈 성씨의 죽음에 대해 발인부터 3년 탈상 후 담제까지 제사 때마다 지은 어제 제축문) 중에서
유일하게 사랑했던 이를 못 잊는 철인哲人 정조의 애끊는 그리움이 사무친다. <옷 소매 붉은 끝동> 덕에 며칠을 앓고 설렜다. 고맙다. 연모해서 속이 문드러져 봤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음을 상기시켜 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