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건축의 아버지로 불리는 르 코르뷔지에의 걸작 중 하나는 <라 투르트 수도원>이다. 코르뷔지에에게 설계를 맡겼던 쿠튀리에 신부는 새롭게 짓는 수도원에 옛 수도원의 정신을 나타내 줄 것을 원했고 그 요청을 받아들이고 가 본 곳에서 코르뷔지에는 엄청난 감동을 받아 파리의 사진가에게 그 공간을 기록하게 했다. 그 곳은 코르뷔지에가 『진실의 건축』이라 명명한 기록의 서문에서 '빛과 그림자는 이 건축의 고요함과 강인함을 크게 외치고 있다. 어떤 것도 더해질 수 없다. 미숙한 콘크리트의 시대에 처한 우리의 삶 속에서, 이 엄청난 조우를 기뻐하고 축복하며 반기자'고 했던 <르 토로네 수도원>이다. 그 수도원의 어두운 회랑을 비집고 흘러드는 빛을 본 건축가 승효상은 '짙은 빛과 깊은 그림자가 재현한 공간은 그야말로 침묵의 신비로 가득 차 있었다'며 코르뷔지에처럼 감격해했다.
그 공간을 사진으로밖에는 보지 못했지만 빛과 어둠의 극명한 대비가 주는 강렬한 느낌에 사로잡혀 나는 멍했다. 그건 수도원이 발산하는 종교적 아우라가 빛과 경건하게 결합해 나를 신심으로 이끄는 것만 같은 기묘한 체험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강남교보타워로 유명한 '영혼의 건축가' 마리오 보타에게 경기도 화성시 남양성모성지 대성당 건축을 의뢰하면서 이상각 신부는 세 가지를 부탁했다고 한다.
- 빛으로 충만하고, 소리가 좋으며, 관리비가 많이 안 드는 대성당을 지어달라.
또 빛이다. 성지의 끄트머리 골짜기에 마치 댐처럼 대성당을 살짝 묻고 그 앞에 52m 높이의 원통형 타워 두 동을 세웠다. 타워의 유리 천장을 통해 내부로 빛이 쏟아지는 '빛의 타워'. 타워 아래에는 제대祭臺를 설치했는데, 때론 빛이 천사의 날개 모양을 그려내기도 한단다. '타워가 이 장소의 풍경을 바꿀 것'이라고 마리오 보타는 말했다고 한다.(<한은화의 공간탐구생활>, 중앙일보, 2022.01.08. 참조)
<르 토로네 수도원> 회랑으로 흘러드는 긴장과 고요의 빛을 직접 가서 볼 기회는 아무래도 희박하겠으나 언제고 꼭 남양성모성지 대성당 타워로부터 쏟아지는 빛 세례를 받아 충만한 안식을 품고 싶다. 꼭 가보고 싶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