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인 엄마가 간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외조부모와 함께 사는 아홉 살짜리 송희. KBS <동행>에서 그 어린것의 기구한 사정을 보다가 토요일 저녁 피크타임 알바 근무에 여념이 없어야 할 나는 숨어서 울었다. 다리 다친 참새를 애지중지 돌봐 다시 자연으로 날려보내는 장면에서 송이만 모르는 하얀 거짓말을 밝히고 눈물을 훔치는 외할아버지를 바라보면서 아직도 이 세상에는 이런 선의의 거짓말이 남아 있어서 살 만하다고 안도했다. 외할아버지의 하얀 거짓말처럼 송이도 제발 티없는 심성으로 하얗게 살아주기를 간절하게 기원하면서.
- 송희가 물도 갈아주고 먹이도 줘서 다친 참새가 다시 기운 좀 차리나 싶더니 어느 날 갑자기 죽었어요. 그걸 알면 마음의 상처를 입을까 봐 차마 이야기할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송희 몰래 가만히 비슷한 걸 사 와서 바꿔치기한 거죠.
송희가 엄마 보고 싶다고 가끔 그래요. 그럴 때 제가 엄마가 하늘나라 가서 새가 되어서 우리집에도 가끔 온다. 그게 엄마다 그렇게 이야기를 했죠. 그러니까 송희는 집에 새가 날아오면 엄마인 줄 알아요 엄마. 그런 걸 보면 제가 마음이 아프죠. (송희 외할아버지)
딱한 사정이 방송으로 나가고 몇 달 뒤 다시 찾은 송희네. 그간 방송을 본 시청자들의 도움이 줄을 이었었나 보다. 그 중 송희와 외조부모를 위해 자신의 펜션으로 초대한 펜션 주인과 송희가 만났을 때 뜻밖의 장면이 연출되자 나는 또 청승맞게 눈물샘이 뜨거워졌다. 송희네를 위해 숙소와 바베큐를 준비한 펜션 주인한테 덥썩 안긴 송희가 꼭 껴안은 두 팔을 절대 풀지 않았다. 외할머니는 엄마 생각이 나서 안았나 보다고 말했다.
- 송희가 저에게 와서 안기는데 '엄마가 얼마나 그리웠을까'하는 생각에 마음이 짠하더라고요. 엄마가 그리울 나이니까 할머니랑 할아버지가 사랑을 충분히 준다고 해도 엄마의 자리는 따로 있잖아요. 티를 내지는 않지만, '송희가 엄마를 많이 그리워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펜션 주인)
공익을 위한 공중파의 노력은 TV를 보는 시청자들에게 우리가 같은 하늘 아래 더불어 함께 산다는 사소하지만 거역할 수 없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일깨우는 데 있다. 그러면 수신료가 아깝지 않고 굳이 '수신료의 가치'를 떠들어대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