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벌어진 일을 한 문장에 담아내는 장치가 '~면서'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일을 한다. 공 차면서 껌을 씹는다. 화장실에서 볼일 보면서 책을 읽는다. 노래를 부르면서 운전을 한다.' 앞뒤를 바꾸어도 뜻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일하면서 음악 듣기, 껌 씹으면서 공 차기. 책 읽으면서 볼일 보기. 운전하면서 노래 부르기.'
가끔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 때도 있다. 우스갯소리 하나. 중학생이 목사한테 당찬 질문 하나를 던졌다. "목사님, 기도하면서 담배 피워도 되나요?" 목사는 "어디서 그런 불경스러운 말을 하냐?"며 화를 냈다. 풀 죽어 있는 학생에게 친구가 넌지시 한 수 가르쳐 준다. "질문을 바꿔봐." 학생은 며칠 뒤 다시 묻는다. "목사님, 담배 피우면서 기도해도 되나요?" 목사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며 "물론이지. 기도는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거잖아."
한 문장 안에 두 개의 사건이 담기면 배치에 따라 선후 경중이 바뀌고 논리가 생긴다. 운명이 바뀌기도 한다.(<말글살이 '~면서'>, 김진해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한겨레신문, 2022.01.24.)
나도 겪은 바다. 두 개의 사건을 한 문장에 담아 말하는데 청자의 반응은 천양지차였다. 어떨 땐 도끼눈을 뜨고 노려보다가 어떨 땐 반색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전자는 청자가 꺼려할 만한 사건부터 꺼낸 거고 후자는 그 반대겠다. 그러니 '~면서'가 들어간 화법을 전개할 때는 고지식해선 안 된다. 듣는 이의 귀를 먼저 구슬린 다음 채 여운이 채 가시기 전에 껄끄러운 걸 꺼내는 요령이 필요하겠다.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