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시 읽는 일요일(32)

by 김대일

(태음력으로 세상을 살던 사람들에게는 설날이 새해 첫 날이다. 따라서 우리가 이번 설 연휴를 노려 새해 작심을 한다 해도 늦은 게 아니다. 차례상 음식 준비하는 데 괜히 알짱거리지 말고 이 시 읽으면서 마음이나 꼿꼿하게 다져 먹자.)


첫마음

정채봉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학교에 입학하여

새 책을 앞에 놓고

하루 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 마음으로

공부를 한다면,


사랑하는 사이가,

처음 눈이 맞던 날의 떨림으로

내내 계속된다면,


첫 출근하는 날,

신발 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 일을 한다면,


아팠다가 병이 나은 날의,

상쾌한 공기 속의

감사한 마음으로

몸을 돌본다면,


개업 날의 첫 마음으로

손님을 언제고

돈이 적으나, 밤이 늦으나

기쁨으로 맞는다면,


나는 너, 너는 나라며 화해하던

그 날의 일치가

가시지 않는다면,


여행을 떠나는 날,

차표를 끊던 가슴 뜀이

식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그 때가 언제이든지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가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작가의 이전글도상유감途上有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