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대일 Feb 20. 2022

시 읽는 일요일(35)

살기 좋은 세상

                      이광수

나는 내 멋대로 살 터이니

자네는 자네 멋대로 사소

내 자네를 안 건드릴 터이니

자네 왜 내게 개개려 드는가

서로 제멋대로 살고 남 참견 말 때에

비로소 살기 좋은 세상이 올 것일세


​우리 피차에 하루살이 같은 인생

가만 두어도 얼마 아녀서 죽을 목숨

네게 오장육부와 이목구비 있으면

내게도 그만치 있네

네나 내나 크기로 얼마 더 크리

잘났기로 얼마나 더 잘났으리

한 치 아니면 두 치

​   

   (춘원의 시를 실은 어떤 책의 저자는 이렇게 평했다.

   

   아마도 자신이 반민법에 묶이는 등 해방 정국政局의 스산한 회오리 속에 노출되던 시절의 불편한 마음을 읊지 않았나 싶다. 어찌 보면 항변의 몸짓이랄 수 있고, 전후 사정을 뚝 떼어놓고 생각하면 유약한 지식인의 '나 홀로주의'를 새삼 발견한대도 무방하다.(최일남, 『정직한 사람에게 꽃다발은 없어도』, 동아출판사, 1993, 214~215쪽)

   ​

   내 인생 제멋대로 살겠다는데 왜 개개려(성가시게 달라붙어 손해를 끼친다는 뜻) 드는가. 친절한 금자씨 명대사처럼 너나 잘 하시지. 시는 참 쉽다. 하지만 춘원의 친일 행각을 겹쳐 놓고 읽으면 사뭇 심각해진다. 이율배반이 따로없고 내로남불로도 읽힌다. 춘원이어서 더 가증스럽다. 남이 참견하든 말든 줏대 가지고 살자면 우선 떳떳하고 봐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