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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Feb 22. 2022

친구 전화에 문자로 응답하다

   A4 용지 한 쪽 분량의 글을 꼬박꼬박 써버릇한 지 8개월을 넘겼다. 언제까지 이 짓을 이어갈지 나도 잘 모른다. 분량이 쌓이면 또 책을 낸다고 깝죽댈 지도 모르고. 

   요즘 내 관심사는 큰 돈을 벌고 큰 집으로 이사가는 게 아니다. 그럴싸한 글쟁이가 되자면 후천적으로 무엇을 절차탁마해야 하는지 그것밖에 안중에 없다. 그렇게 고민고민 끝에 겨우 떠오른 게 하루도 안 거르고 글을 써서 블로그니 밴드니 하는 SNS에다 올리는 거였다.

   그 중에 <브런치>라고 글깨나 쓴다는 이들이 선망해 마지않는 플랫폼에 재작년 입성할 수 있어 원없이 난장을 치고 있다. 내가 이리 장황하게 씨부렁대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 글을 보는 즉시 검색창에 '브런치'를 찾아 들어가 내 이름을 입력하시게. 그러고선 내 브런치를 구독하시라. 구독하는 이유는 자네 친구가 요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기회이자 다음에 가질 술자리에서 얘기안주 하나 없이 술만 작살내는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차원일세.

   자네뿐 아니라 내가 아는 ROTC 인맥들 대다수가 어느덧 자신이 몸 담은 조직에서 중견으로 우뚝 올라서서 그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하자 한때는 시기와 질투로 속을 끓였네. 제가 못나 밑바닥까지 추락한 주제에 누굴 원망하랴만은 그 어리석은 마음이 울분으로 변질돼 마냥 잘 대해주는 이한테조차 행티 부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세월이 약이랬던가. 어느덧 하늘의 뜻을 알아가는 지천명이 가까워지면서 오래 살자면 유하고 봐야겠다고 마음 고쳐먹은 뒤로는 사람이 조금씩 변한다. 어차피 내 사전에 부귀영화는 없어서 가족들 때거리 안 끊기고 살 만큼만 벌어먹고 사는 게 정석인 듯싶고 그러자면 늙어서도 해먹을 기술 하나쯤 배워 둬야겠다며 부친을 따라 가위와 바리캉을 잡은 끝에 지금에 이르렀다. 60년 업력을 자랑하는 부친처럼 가게를 잘 키워낼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대신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욕심 부리지 않겠다. 인생을 즐기기 위해 일하는 거지 일하려고 인생을 쏟아붓진 않겠노라고. 그러니 나는 계속 글을 쓸 것이고 그 글이 모아지면 내 이름 석자 박힌 책을 또 내는 무모한 즐거움을 누릴 거라고.

   부산 내려오면 할 얘기가 참 많기도 하겠다. 내 살아온 지난 날만큼이나 자네의 지난했으되 영광스러운 서울살이 또한 분명 내게 큰 자극으로 다가올 테다. 우리는 우리가 한창 청춘을 만끽하던 이삼십 대로 일순 되돌아가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와 용기의 언덕이 되어 부비댈 게다. 그때 부딪히며 마시는 한 잔의 술은 달콤하고 모처럼 내뱉는 시가의 향은 그윽하기 이를 데 없을 것이다. 주말 불현듯 걸려온 자네 전화를 받고서 들었던 감회를 이렇게 남긴다. 내내 건강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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