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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Mar 05. 2022

나만의 장사 수완을 꿈꾸다

   제목이 『나는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기로 했다』(오하라 헨리 /정현옥, 원더박스, 2017)인 책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실행에 옮긴 30대 일본인 청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2017년 발간 당시 제목만큼이나 내용도 꽤나 신박했는지 서평이 호평 일색이었다. 그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걸 블로그에 기록해뒀는데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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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대인 일본인 저자는 고등학교 졸업 후부터 도쿄로 상경해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하루에 두세 탕은 기본, 일주일에 하루도 쉬지 못했지만, 월세와 생활비, 공과금을 내면 끝이었다. 다시 돈을 벌어 구멍 난 통장을 메우고, 다시 벌어 메우는 끝없는 ‘시시포스의 신화’의 연속. 저자는 도대체 왜 이렇게 토 나올 정도로 일을 해야 하는지를 자문하게 된다.

   ​나에게 일이란 무엇인가? 내가 살고 싶은 삶은 무엇이지? 나에게 필요한 최저 생계비는 얼마인가? 그 결과 그는 일주일에 딱 이틀만 일하기로 결론을 내린다. 도쿄 외곽으로 이사, 삼시세끼 간단히 만들어 먹기, 형식적인 인간관계 전면 정리 등을 통해 월 지출 60~70만 원의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그는 일주일에 이틀 간병일을 하며 연 900만 원을 벌고 나머지 주 5일은 독서와 영화 감상, 산책과 온천욕 등으로 보낸다. 미래를 생각하라는 주변의 숱한 경고에 그는 단호히 말한다. “아무리 돌려 생각해도 미래를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현재를 충실히 살아야 한다.”고. (김아리, 한겨레신문, 2017.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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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혼인 친구와 술잔을 기울일라 치면 입버릇처럼 떠드는 말이 있다.

   - 니가 마누라가 있냐 자식이 있냐. 조금 벌면 번 만큼만 쓰면 되고 하고 싶고 갖고 싶은 게 생겨 질러도 타박할 사람이 없으니 너보다 더 부러운 녀석이 세상에 또 어디 있나 싶다.

   노총각 나름의 고충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 빡친 녀석의 매서운 반격이 몰려오기 일쑤지만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라이프 스타일 추구(비록 비자발적일지언정)라는 점에서는 선망의 대상임이 맞다. 

   누구나 원하는 삶이 있기 마련이다. 다만 비타협적인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제풀에 좌절하고 포기하기가 일상다반사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나아 보이지 않는 저성장, 높은 집값, 낮은 고용률의 일본 사회에서 자신의 삶을 오롯이 구가하려고 칩거를 결정한 저자야말로 여간내기가 아니라고 나는 봤다. 일주일 중 이틀만 일하고도 행복감을 만끽하는 건 물론이고 자기 경험을 책으로 내 대중들에게 자신만의 인생을 찾아가는 길을 전도할 수 있다는 건 일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우리의 강박증적 관념에 경종을 울린다. 앞으로 어찌 될지 모를 미래를 염려하느니, 또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고 인정받으려 아득바득거리며 고단해하느니 지금-여기 펼쳐진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에 마음 가는 대로 살아가자는 역설은 자기 삶의 확고한 철학을 견지하기만 한다면 이틀만 일하든 삼일만 일하든 설령 일주일 내내 일하든 그 일 때문에 사람이 망가질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과 통한다.

   내 가게를 열면 일에 치이기보다 즐기면서 지내겠노라 마음먹었었다. 물론 처음부터 여유작작했다가는 쪽박 차기 십상이니 당분간 꿈으로만 간직하고 유예하겠지만 자기 삶의 철학을 확고하게 가지듯 나만의 장사 수완으로 재밌게 일하는 날이 언젠가는 꼭 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저자처럼 일주일에 이틀만 일했다간 가게 유지는커녕 거덜날 게 뻔하니 대신 일주일에 이틀을 쉬는 날로 정해 종업원(나도 포함해서)의 근로 의욕을 고취시키겠다는 계획, 언젠가는 꼭 실현시킬 포부다. 

   

   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

   현재를 잡아라, 미래에 대한 믿음은 최소한으로 해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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