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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Mar 06. 2022

시 읽는 일요일(37)

   (오늘 일요일 아침 주제로 뭘 할지 곰곰히 생각해본다. 그게 떠올라야 그것에 비스름한 시를 읊으면서 일요일 아침 내가 할 일을 끝낼 수 있다. 뭐가 좋을까. 솔직히 밝히겠다. 때가 때이니만큼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낙선하면 어쩌나, 행여 누가 봐도 함량 미달인 자가 대권을 거머쥐고서 전횡을 일삼아 내가 속한 사회의 미래가 암담해지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전전긍긍했다. 한편으로 누가 대통령이 되든 부산 어느 동네에서 이발소를 열겠다고 깝죽대고 있는 나하고 별 상관이 없을 것도 같지만 제왕적 대통령제를 채택한 나라에서 정신머리 박힌 사람을 그 자리에 앉히느냐 마느냐에 따라 나 뿐만 아니라 내 자식 세대에까지 미치는 파급 효과라는 게 당장은 눈에 안 보이고 피부에 안 와닿을지는 몰라도 필연적으로 우리 삶에 거대한 쓰나미처럼 밀려올 거라는 건 지난 세월을 통해 충분히 겪었던 바여서 강 건너 불구경할 수만은 없다. 하여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깊어진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는 시가 무엇일지 고민고민하다가 나는 '희망'이라는 화두를 꺼내 시를 검색했고 마침내 한 편의 시로써 위안을 삼고자 한다.) 

선바위 드러누운 바위

                             이성부


​외로움은 긴 그림자만 드리울 뿐

삶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지 말라

고즈넉한 품성에 뜨거운 핏줄이 돌고

참으로 키가 큰 희망 하늘을 찌른다

저 혼자 서서 가는 길 아름다워라

어둠속으로 어두움 속으로 솟구치는

바위는 밤새도록 제 몸을 닦아

아침에 빛낼 줄을 안다


외로움은 드러누워 흐느낌만 들릴 뿐

삶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지 말라

슬픔은 이미 기쁨의 첫 보석이다

외로움에서 우리는 살고 싶은 욕망을 터득한다

산골짜기에 또는 비탈에

누군가의 영혼으로 누운 바위는

금세 일어나서 뚜벅뚜벅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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