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는 이유

by 김대일

이용학원에서 동문수학했던 샘들이 연이어 내 점방을 찾았고 찾을 예정이다. 작년에 국내 굴지의 자동차 회사에서 정년 퇴직한 후 한동안 기술 수련의 시기를 보내던 최 샘은 본격적으로 자영업의 세계로 뛰어들기 위해 점방을 물색하던 중 최근에 그가 사는 양산시 덕계 부근에서 쓸 만한 물건을 잡았나 보더라.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이란 조건은 그리 부담스럽지 않았고 열서너 평 남짓 되는 면적은 혼자서 유유자적하게 점방을 꾸릴 만한 공간이어서 일단 질렀다고 한다. 원래 과일 가게였던 실내 공간을 커트점으로 막상 개조하려니 타산이 영 어두워 내 점방 실내를 사진 찍어 보내 달라는 둥 점방을 개업하기까지 풀 스토리가 궁금하다는 둥 한두 주 전부터 이미 연락이 오긴 했다.

학원 다닐 때부터 딱히 계기랄 게 없는데도 엔간해선 말 섞는 법 없이 서로 경원시하던 사이인지라 올 3월 점방 개업했을 때 방문은커녕 그 흔한 축하 연락 한 통 없었던 걸 두고 그러려니 여겼었다. 그런 최 샘이 속된 말로 내게 알랑방귀를 뀌는 건 아무래도 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마당에 찬물 더운물 가릴 때가 아니라고 여겼든지 아니면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판단 때문이었든지 셈법은 복잡했을 테지만 아무튼 엊그제 두유 한 박스 사 들고 내 점방에 드디어 입성했다. 사진을 곁들여 가며 점방의 입지 조건을 설명하는 것에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한 최 샘이 마치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당위성을 나로부터 획득하려는 듯이 절박해 보여 안쓰러웠다. 이해하고도 남음이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내가 내린 모든 결정이 과연 옳은 짓인지, 하여 내가 바라는 대로 장사가 순항할 것인지 개업하기 전부터 늘 의심하고 고심했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다가 장사치 길에 먼저 발을 담근 선험자의 격려랄지 충고라도 들을라치면 그게 그렇게 고맙고 다정할 수가 없었다.

타인한테 늘 귀가 열려 있는 듯싶다가도 자기가 이미 정해 놓은 가이드라인을 끝까지 고수하고 마는 유난스러울만치 완강한 최 샘의 아집이 내 점방에서 나와 독대하는 장면에서까지 비춰진 까닭에 내 마음의 빗장은 쉽사리 헐거워지지 않았다. 그러니 개업 후 지난 6개월에 걸친, 신참자에게는 피가 되고 살이 될 만한 산 경험을 전해 주고자 마음을 먹었다가도 괜한 짓 해 아까운 정력 낭비할 게 뭐냐는 자기 검열이 일어 관뒀다. 대신에 걸어서 5분 거리인 부친 점방에 들러 개업에 관한 조언을 경륜이 풍부한 부친께 들으시라 권했다. 가긴 갔던 모양이다. 부친이 왔다 갔다고 연락이 온 걸 보면.

이 글이 올라가는 오늘 오후에는 나처럼 다섯 번 만에 용케 이용사 자격증을 딴 장 샘이 방문할 예정이다. 나보다 두어 살 연상인 그녀는 역시 이용사 자격증 준비 중인 아들(땄는지는 오늘 오면 물어봐야겠다)과 자격증을 따면 지체없이 점방을 차릴 거라고 단언했다. 오늘 오후 내 앞에서 풀어낼 그녀의 이야기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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