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에 충실하자

by 김대일

나답지 않게 확신에 찬 어조로 '기본에 충실하라'라는 구태의연한 신조를 밝힐 때는 이용사 자격 실기시험 합격 비결을 문의할 때가 유일하다. 연거푸 네 번 떨어지고 다섯 번 만에 가까스로 붙은 그 시험이 장장 15개월에 걸쳐 학창 시절에도 느껴본 적 없었던 뼈아픈 좌절감을 원없이 안겨 주긴 했어도 깎새로의 길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근 이래로 역설적으로 포정해우를 향한 든든한 밑거름으로 작용했음은 분명하다. 요는 자격증 획득에 들어간 15개월이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진 소중한 수련의 시간이었다는 점이다.

며칠 전 들르겠다는 문자를 보내왔던 장 샘은 그제 친구라면서 또래 여인을 달고 내 점방을 찾았다. 장 샘과 동향이자 오랜 친구라고 자기를 소개한 여인은 장 샘을 통해 이용 기술에 매력을 느껴 입문했지만 턱없이 낮은 점수를 받고 실기 시험에 떨어졌다고 했다. 눈치를 보니 장 샘을 가교 삼아 안면을 터 나한테서 이용 자격증 실기 시험에 요긴한 팁을 얻으려는 수작이었다.

궁금한 게 많다며 속사포마냥 씨불이는 여인을 일단 진정시킨 뒤 나는 5수라는 자격증 취득 역정기를 나름 간단명료하게 요약해 설명해줬는데 그 말미에 '기본에 충실하라'는 대목에서는 목청 높게 음절 하나하나에 힘을 주어 강조했다. 세상 이치가 다 똑같아서 이용 자격 시험에도 요행이란 있을 수 없다. 간혹 남들이 암만 좋게 봐줄래도 그 기능적 숙련도가 미비한데도 불구하고 한 번 만에 덜컥 붙어 버리는 행운아가 아주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런 행운이 적자생존의 깎새 세계에서 방귀라도 뀔 수 있을 '지속가능성'을 보장해 주진 않는다. 오히려 한 번에 자격증을 땄다는 자만심으로 자신의 현주소를 과대평가하는 치명적 우를 범하지 말란 법이 없다. 그렇다고 나나 장 샘처럼 다섯 번, 여섯 번씩 고배를 마시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낙방의 원인을 외부 요인에서 찾을 게 아니고 제 수준을 냉철하게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는다면, 그게 무척 어렵지만, 지극히 상투적인 표현일지 몰라도 한 단계 도약하는 힘이 될 게 틀림없다.

가르치는 강사의 실력에 회의를 품어 마치 이용 기술에 도가 튼 대가의 비법인 양 뽐내는 유투브 동영상을 탐닉하는 게 제 기술 향상의 첩경으로 착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쓰잘데없는 짓인지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나다. 내가 그랬으니까. 기술은 직접 몸으로 부대껴야 내 것으로 안착이 되고 숙달이 되는 법이다. 강사는 내 것으로 안착하기까지 그 방향성을 제시하는 일종의 길라잡이 역할로 충실한 것이지 단박에 합격할 얕은꾀나 쑤석이는 협잡꾼이 아니다. 강사가 짚어주는 기본기에만 충실했었다면 실기시험 감독관의 눈에도 어지간했을 것이다. 그러니 기본에 충실하라는 신조가 곧 진리인 셈이다.

장 샘의 친구에게 강사가 제시하는 틀에만 제발 집중한다면 다음 번 시험에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여인은 수강 기간이 종료됐고 학원과 집 거리가 너무 멀기도 해 학원 수강은 그만두고 집에서 연습할 거라고 대답했다. 유투브 동영상을 보면서 연습하는 게 더 낫겠다는 판단이 섰다고도 했다. 불현듯 너무 많이 씨불댄 탓에 두통기가 인 나는 말문을 닫았다. 연달아 들어온 손님 둘을 치르고 났더니 여인이 지난 시험 때 썼던 거라면서 통가발을 꺼내들고는 빗을 천천히 위쪽으로 이동하면서 머리를 자르는 방법인 싱글링 커트 시범을 부탁했다. 시범을 보여 준 뒤 그러는 당신은 어떻게 하냐면서 가위와 빗을 잡게 했다. 턱없이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는 엉성한 기본기였다. 집에서 혼자 연습하겠다는 여인의 포부가 왠지 터무니없어 보이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래서 더 안타까웠다.

작가의 이전글카드 단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