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결산

by 김대일

오늘은 개업한 지 달수로는 여덟 번째 접어드는 첫날이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제 장사하는 게 속 편하다고들 해서 반 년 만에 내 거시기를 내려다보면 안 보일 정도로 복부 비만이 된 게 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편하긴 하지. 달마다 지불해야 할 돈만 따박따박 잘 입금시키면 간섭할 사람 아무도 없으니까 말이다. 요는 이 빌어먹을 세상은 자유를 구가하는 데도 차별을 둔다는 데 있다.

단골 중의 한 사람이 매일 50명의 머리를 깎고 매달 4~5백 만원씩 벌어가는 줄 알았다길래 버스 정거장 한 코스 거리에 있는 15년 업력을 자랑하며 지금은 커트 하나로 반경 100m 내 경쟁자를 초토화시킨 유서 깊은 부친의 가게를 예로 들어(부친이 아니고 잘 아는 분이라고만 둘러댔다) 그 분조차 차 포 다 떼고 집에 1백 만원 가져가기까지 4년이 걸렸다고, 한 다리 건너면 커트점, 그 옆집은 면도까지 해 주는 이발소, 이발소 바로 맞은편에는 '커트 전문'이라는 활자를 크게 박아 넣은 미장원… 식으로 동종 점방이 우후죽순 널려 있어 이른바 제 살 뜯어먹기 식 무한 경쟁을 벌이는 이 바닥의 엄혹한 현실과 그로 인해 미미할 수밖에 없는 이문을 상기시켜 주자 가악중에 부모님이 돌아가신 듯한 표정을 지으며 안쓰러워했다. 자기는 앞으로도 주욱 한 달에 한 번씩 내 점방을 찾아 머리를 깎고 염색을 하며 눈썹 정리도 받을 테니(눈썹 소제는 따로 요금을 안 받는다) 요금을 올려서 가정 경제에 보탬이 돼야 하지 않겠냐고 설득하길래 요금 인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요금을 올려도 올릴 만하니까 올렸다며 요금 인상의 거부감을 전혀 느끼지 않고 왔던 손님이 계속 오는 선순환이 이어질 기술적 당위성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아직 그만한 경지는 못 올랐다고 의기소침해하니까 '사장 솜씨가 엉망이면 내가 여기 올 이유가 없잖아요'라고 간살을 떨어서 살짝 우쭐했지만 손님하고 이렇게 웃고 떠드는 자유란 게 결국 내 주머니 속에 든 돈 무게의 경중에 따라 즐기는 강도가 달라진다는 서글픈 현실까지 외면할 수는 없기에 변덕이 죽 끓듯 급우울해졌다.

어제는 9월 마감일이었다. 추석 연휴가 낀 대목 특수로 내심 기대가 많았지만 실망이 크다. 전달과 비교해 매출액, 손님 수 모두 약간 늘었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허수가 있다. 첫째, 글로도 남겼지만 9월 초 무역상한다는 손님이 35,000원 하는 탈모 예방 샴푸 6개를 한꺼번에 구입하는 바람에 210,000원이라는 영업외 수입(여기서 영업수입은 손님에게 이발 기술을 직접적으로 적용해 발생하는 수입이고 그 이외 것은 영업 외 수입으로 친다)이 생겼다. 많이 팔면 좋긴 하지만 일시적이고 간헐적인 제품 판매는 가외 수입으로 취급해야지 주가 되어선 안 된다. 말하자면 운이 좋았을 뿐이다. 둘째, 커트 손님은 늘었지만 염색 손님은 줄었다. 5천 원 하는 커트 손님 10명이 늘었는데 7천 원 하는 염색 손님 7명 빠지면 손님 늘었다고 마냥 좋아할 만한 사항은 아니다. 염색 손님이 줄 거라는 예상은 진작에 했다. 혼자 샴푸만 해도 염색이 되는 약이 인기를 끄는 마당에 굳이 점방에서 시간 들여 돈 들여 염색할 까닭이 없다. 경기도 시원찮은 마당에. 하여 염색 손님보다 커트 손님으로 점방이 북적거려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요는 북적거릴 때가 언제인가 하는 점이다. 이 두 가지를 감안해 9월 결산을 다시 하면 오히려 실질적인 매출과 수익은 줄었다.

매출은 늘었는데 실 매출이 줄었다는 성적표를 받아들고 목하 깊은 고민에 빠졌다. 월세, 고정비 제하고 내가 쓰는 마누라 카드 대금만 겨우 결재할 수 있을 생활비를 이문이랍시고 버는 짓이 기약없이 이어진다면 얼마나 버틸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런 판에 자유 타령하는 건 세상 물정 모르는 빙충이나 하는 짓이다. 그러니 내가 누리는 자유는 썩 자유롭지 못하다. 마치 목에 걸린 가시 같다고나 할까. 해를 넘기고 요금을 올릴까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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