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무중

by 김대일

나는 요새 매일 허기가 진다. 툭 튀어 나온 아랫배를 새로 산 청바지에 욱여 넣겠다는 일념으로 곡기(여기서 곡기란 쌀밥을 말한다)를 끊은 지 일주일 가량 된다. 밥이 입으로 들어갈 적마다 1인치씩 허리가 불어날 것만 같고 부친이 행여 밤참을 몰래 먹을지도 몰라 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미행을 붙여 놓은 것만 같은 피해망상까지 드는 건 허기가 져 헛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커피 한 잔에 사과와 생고구마로 아침을 때우고 라면 스프를 넣고 대충 끓인 국물에 물에 불린 당면이나 쌀국수를 넣어 무슨 맛인지는 모르겠고 그저 포만감만 느끼게 입에 처넣는 점심, 점방 문을 닫으면 어김없이 밀려드는 헛헛함을 애써 견디면서 저녁이랍시고 또 사과와 생고구마 아니면 분위기 전환한답시고 수퍼에서 산 닭가슴살이라면서 쥐좆만큼 들어있는 야채 샐러드를 그릇째 박박 긁어 먹고는 잠이 드는 날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영양학에 문외한이라 쌀밥으로 통하는 탄수화물 미섭취가 육체에 미치는 영향을 모르는 게 당연하지만 머릿속에 뭔가를 떠올렸다가는 금세 까무룩 잊어버린다거나 출근 전철 간에서 병든 닭모양 비몽사몽 미몽을 헤매는 따위 이전에는 흔치 않았던 이상 증세가 빈번하게 나타나는 게 다이어트 후유증이 아니라고 전혀 부인하지는 못하겠다. 무엇보다 세상 만사가 다 귀찮기만 한 무기력증이 내 심신에 만연된 건 쌀밥 결핍증에 기인한 바 크다고 나는 확신한다. ​

부친과 마누라는 백번 양보해서 간헐적 단식 대신 우유 한 잔으로 저녁을 때우자는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우유는커녕 사과와 생고구마 몇 알 혹은 샐러드 몇 팩을 입에 쑤셔 넣어도 감당하지 못하는 허기짐은 점점 내가 왜 이 짓거리를 해야 하는가 하는 불만으로 변질되다가 이렇게 사는 게 과연 인간다운 삶인가 하는 존재의 본원적 회의를 넘어 로고스와 파토스의 물러설 수 없는 끝판 대결을 종용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니 앞으로 다이어트 향배는 오리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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