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피고 지는 철에 떠오르는 시가 있다.
지는 벚꽃
남은 벚꽃도
지는 벚꽃
료칸(良寛, 1758~1831)의 하이쿠(俳句). 료칸이 하이쿠에 능했던 건 무소유와 고행에 철저했던 삶을 통해 말의 부질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굳이 말을 해야 한다면 17음(5, 7, 5)으로 된 단시, 즉 하이쿠로도 충분하다고 여겼을지도 모른다.
남은 벚꽃조차 머잖아 지고 말 숙명이라는 언명은 개선행렬 내내 속삭이던 노예의 경고와 다름아니다.
Memento Mori
너무 우쭐대지 마라.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진창길에 나뒹구는 벚꽃잎의 덧없음이 이 봄날의 이면임을 경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