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

by 김대일

히가시노 게이고의 「속죄」(『독소소설』, 이선희 옮김, 바움, 2007)는 분리뇌 수술을 받은 남자의 피아노 배우기를 그린 단편소설이다. 소설은 가전업체 설계과장으로 일밖에는 모르는 중년 남자가 가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피아노를 배워 마침내 연주 발표회에 선다는 줄거리다.
좌뇌와 우뇌를 잇는 뇌량을 절단하면 좌뇌와 우뇌에 별도의 의식이 존재한다는 연구로 노벨의학상을 수상한 로저 스페리의 학설이 소설의 주 소재다.

보통 말하는 것이나 쓰는 것으로 나타나는 본인의 의사는 좌뇌에 의한 것이고, 우뇌에는 우뇌의 의식이 별도로 존재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보통 사람은 하나의 의식이 몸을 조종하지만, 분리뇌 환자의 경우에는 두 개의 의식이 팀을 이루어 몸을 조종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팀워크 좋은 두 동업자의 협업이 작동한다는 소리다.
이 소설에서 우연히 스페리의 연구를 보게 된 남자는 일밖에 모르던 자기 인생에 대해서 우뇌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뇌와 접속하고 싶었고 저명한 뇌의학자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원하던 직업을 알아냈다. 그의 우뇌는 피아니스트가 되길 원했던 것이다.
피아노를 가르치는 강사가 그 사정을 전혀 알지 못할 때 남자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오랫동안 한 남자의 마음을 짓밟았습니다. 속죄하고 싶습니다."

원하는 것과 원하진 않는데 해야만 하는 것 사이에서 우리는 혹시 우리의 마음을 짓밟지나 않았을까. 그렇다면 얼른 속죄하자. 그다지 길지 않은 게 인생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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