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일요일(109)

by 김대일

​얄미운 모기憎蚊

정약용


​​맹호가 울밑에서 으르렁대도

猛虎咆籬根(맹호포리근)

나는 코골며 잠잘 수 있고

我能齁齁眠(아능후후면)

긴 뱀이 처마 끝에 걸려있어도

脩蛇掛屋角(수사괘옥각)

누워서 꿈틀대는 꼴 볼 수 있지만

且臥看蜿蜒(차와간완연)


​모기 한 마리 왱하고 귓가에 들려오면

一蚊譻然聲到耳(일문앵연성도이)

기가 질려 속이 타고 간담이 서늘하구나

氣怯膽落腸內煎(기겁담락장내전)

부리 박아 피를 빨면 그것으로 족해야지

揷觜吮血斯足矣(삽취연혈사족의)

어이하여 뼈에까지 독기를 불어넣느냐

吹毒次骨又胡然(취독차골우호연)


​삼베 이불 덮어쓰고 이마만 내놓으면

布衾密包但露頂(포금밀포단로정)

어느새 울퉁불퉁 혹이 돋아 부처 머리처럼 돼버리네

須臾瘣癗萬顆如佛巓(수유외뢰만과여불전)

제 뺨을 제가 쳐도 헛치기 일쑤이며

頰雖自批亦虛發(협수자비역허발)

넓적다리 급히 만져도 그는 이미 가고 없어

髀將急拊先已遷(비장급부선이천)

싸워봐야 소용 없고 잠만 공연히 못 자기에

力戰無功不成寐(역전무공불성매)

여름밤이 지루하기 일 년과 맞먹는다네

漫漫夏夜長如年(만만하야장여년)


​몸통도 그리 작고 종자도 천한 네가

汝質至眇族至賤(여질지묘족지천)

어찌해서 사람만 보면 침을 그리 흘리느냐

何爲逢人輒流涎(하위봉인첩류연)

밤으로 다니는 것 도둑질 배우는 일이요

夜行眞學盜(야행진학도)

제가 무슨 현자라고 혈식을 한단 말가

血食豈由賢(혈식기유현)


​생각하면 그 옛날 대유사에서 교서할 때는

憶曾校書大酉舍(억증교서대유사)

집 앞에 창송과 백학이 줄 서 있고

蒼松白鶴羅堂前(창송백학라당전)

유월에도 파리마저 꼼짝을 못했기에

六月飛蠅凍不起(유월비승동불기)

대자리에서 편히 쉬며 매미소리 들었는데

偃息綠簟聞寒蟬(언식록점문한선)

지금은 흙바닥에 볏짚 깔고 사는 신세

如今土床薦藁鞂(여금토상천고갈)

내가 너를 부른 거지 네 탓이 아니로다

蚊由我召非汝愆(문유아소비여건)

(바야흐로 모기 때문에 환장하는 계절이다. 모기와의 고독한 쟁투가 연례행사인 양 벌어지고 있다. 가을 모기가 더 맵고 독하다는데 한가위 지나서까지 이어질 장기전이겠다.

여름이고 가을이고 모기가 왱왱거리는 소리만 들려도 나는 괴롭다. 모기가 즐기는 피가 따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족 중에 유독 나만 문다. 하여 유월 햇볕이 따갑게 느껴질 때부터 모기 훈증기를 자리끼 두듯 자는 머리맡에 꽂아 뒀는지 확인한 다음에야 비로소 단잠을 청할 수 있다. 유난히 잘 물리는 사람의 고충을 어찌 말로 다 하랴. 귓가를 때리는 왱왱 소리에 간담이 서늘하고 물리기라도 하면 쓰라리다 못해 경련까지 일 지경이다. 세게 긁기라도 하면 대번에 덧나서 흉측한 생채기로 변한다. 물것을 다 소탕하기 전에는 잠들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온 방안을 사주경계하다 보면 잠은 다 달아나고 먼동이 훤해진다. 폐인도 그런 폐인이 없다.

다산 정약용도 모기 때문에 얼마나 고생이 심했으면 얄밉다는 시憎蚊까지 남겼겠는가. 혹자는 탐관오리를 모기에 빗댄 풍자시라고 주장하나 본데 읊어 보면 모기가 정말 얄미워서 쓴 게 맞다. 동병상련하는 사람은 안다.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재앙이 모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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