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사내 아이 셋을 몰고 들어온 아줌마는 전에도 들렀던 적이 있었다. 두어 달 전 남편이 단골이라면서 아이들 머리도 같은 데서 깎을 요량이라며 곰살맞게 굴었다. 그때는 중1짜리 큰아이와 터울이 제법 지는 아이 한 명 그렇게 둘만 데려왔었는데 그제는 완전체 삼형제로 총출동했다.
첫 방문의 화기애애하던 초장 분위기는 하지만 서로 못 잡아 먹어 안달이나 난 듯 으르렁거리면서 그 끝이 좋지 못했다. 큰아이 머리를 투블럭으로 해달래서 깎아줬더니 아이 머리를 엉망으로 만들어놨다며 발끈한 게 발단이었다. 투블럭을 알기나 하느냐는 막말로 깎새의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낸 게 결정적이었다. 이건 또 뭔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린가 싶어서 투불럭 스타일 다른 버전이 있냐고 대거리를 했더니 미장원에서는 저리 안 깎는다며 숫제 깎은 머리 도로 갖다붙이라고 억지를 부릴 판이었다. 아줌마가 알고 있던 스타일은 옆머리만 투블럭이고 뒷머리는 상고머리로 하는 변형 투블럭이었고 그걸 자주 가는 미장원에서는 구구절절하게 설명을 대지 않고 편하게 투블럭, 투블럭 하다보니 그런 줄 알았던 게다.
시종일관이 어그러진 뒤로 다시는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둘도 아니고 셋씩이나 데려와 머리를 맡기니 그날 매상에 혁혁한 공을 세울 만하여 감읍함을 이기지 못할 뻔했으나 두발 상태들을 살펴보자마자 금세 새치름해져 버렸다. 계속 자라는 아이들은 대부분 참머리에 숱은 무진장인데다 억세기로는 철사와 맞먹어 바리캉 과부하를 감수해야 한다. 그런 아이 머리를 연달아 셋을 작업해야 하니 일복도 그런 일복이 없었다. 일도 일이지만 중학생 큰형은 제쳐두더라도 이제 갓 초등학교 들어간 성싶은 두 아이(얼굴도 체격도 닮은 것이 일란성쌍둥이로 추정되는)가 이발의자에 앉았건 대기석에 앉았건 개의치 않고 꼼지락대면서 한시도 가만히 못 앉아 있는 꼴이 너무 성가셨다. 이발의자에 앉은 애는 아이대로 머리카락이 가렵다고 얼굴을 절레절레 흔들거나 지겹다고 배배 꼬는 통에 작업이 하세월인데 기다리는 아이는 장난할 거리를 찾아 점방 이쪽 끝에서 저쪽 끝을 무람없이 왔다갔다하다가 그게 지루해지면 점방 문을 열었다 닫았다 깎새 신경을 긁어댔다. 그마저도 싫증이 났는지 엄마를 붙잡고 보채는 소리가 쩌렁쩌렁 실내를 울려 깎새의 인내력을 극한까지 몰아세웠다.
전부터 아이 엄마는 "아들만 셋을 키우다 보니까"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되뇌었는데 그 말뜻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내 자식 귀한 줄 알면 남의 자식 귀한 줄도 아는 법이라는 언명을 신줏단지 모시듯 떠받드는 깎새지만 자기네 안방에서 하던 행상머리를 남의 점방에서까지 고대로 일삼는 버르장머리 쌈 싸먹은 악동들의 바지춤을 까집고 볼기짝을 후두려 패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아들 셋 키우는 게 만만찮을 텐데 참 대단한 어머니이십니다 그려.'
치하인지 위로인지 아무튼 점방을 다시 찾은 기념으로다가 립서비스라도 해야겠는데 목구멍에 걸려 쉽사리 나오질 않았다. 머리로는 그러라고 계속 쑤시는데 웬수같은 녀석들만 보면 덧정까지 싹 떨어져 관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