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매미 소리

by 김대일

매미 소리 듣는 걸 무척 좋아한다. 씨언한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나무그늘 아래서 듣는 매미 소리는 청량함 그 자체다. 한여름 땡볕 한복판에 올해도 어김없이 서 있다는 걸 깨닫게 하는 동시에 그 혹독한 혹서를 달래 주는 녀석은 네 놈밖에 없단 걸 절실하게 깨닫게 하는 게 또 매미 소리다.

매미 하면 떠오르는 신문 기사는 다시 읽어도 여전히 경탄스럽다. 흔히 매미가 땅속에서 애벌레로 17년을 산다고들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흔한 참매미와 유자매미는 5년, 미국 남부에는 '7년 매미', '13년 매미'도 있다는데 5년, 7년, 13년, 17년이든 정확한 주기로 기간을 채운다는 게 놀랍다. 더 희한한 건 5, 7, 13, 17이란 숫자의 공통점, 소수素數라는 데 있다. 소수란 '1과 자기 자신으로 나누어지는 수'를 뜻하는데 매미는 소수를 주기로 등장한다는 거다. 종족 보존을 위한 매미의 생존 방식이라고나 할까. 정확하게 주기를 지켜 수가 폭증하면 매미 천적이 암만 잡아먹어도 살아남을 놈은 살아남는다는 남겨진 자의 생존 방식은 처절한 인해 전술이 아니면 뭘까.

또 자신의 성장 패턴을 천적의 성장 패턴과 달리해 생존 확률을 높이는 전략이기도 하단다. 매미 주기가 5년이고 천적 주기가 2년이면 천적과 만날 기회는 10년마다 온다. 17년 주기인 매미와 3년 주기 천적이 만날 일은 51년이 지나서야 가능하다. 소수로 이루어진 성장 사이클이 안전 장치인 셈이다.(<과학 향기-매미는 왜 땅속에서 17년을 기다릴까?>, 한겨레신문, 2007.06.29. 참조)

17년을 기다려 세상을 나와 소음 공해를 유발할 만큼 울어 젖히는 매미의 생애는 그로부터 한 달 남짓이다. 수컷은 짝짓기를 한 뒤 죽고 암컷은 알을 놓고는 죽는다. 불꽃같은 생이 아니고 뭘까.

다산 정약용은 더위를 없애는 여덟가지 방법(소서팔사消暑八事)을 시로 남겼는데 그 중 하나가 동림청선東林聽蟬, 숲속에서 매미소리 듣기란다. 무더운 여름날 나무 그늘 밑에서 매미소리를 듣는 게 전형적인 피서의 한 장면일지는 모르겠으나 그 매미의 일생을 알고서 듣는 매미 울음소리는 더 이상 청량하지 않다. 차라리 가련하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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