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승리

by 김대일

도로 맞은편 참숯화로구이 <깡다구>는 원래 쉬는 월요일 끼고 이틀(7/31~8/1) 휴가 보내고 와서 영업 중이고, 그 옆의 옆의 옆 점방 <꽃샘미용실>은 8/3~8/8까지 휴가라 싸인볼 안 돌아간 지 며칠 됐다. 압권은 <깡다구>와 <꽃샘미용실> 사이에 낀 <먹음직뼈감자탕>이다. 장장 8월 초하루부터 보름에 걸쳐 쉬다 오겠다고 대문짝만하게 써붙여 놓았는데 주변 점방 중에 가장 늦게 개업(올해 초)한 신참인 주제에 배포는 제일 크다. 감자탕 이미지하고는 판이하게 세련미가 뿜뿜 하는 점방 아줌마가 보름치 휴가를 어디서 어떻게 써먹을지 굳게 잠겨진 맞은편 점방을 바라보면서 하릴없이 상상하는 게 요즘 일상이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버킷 리스트 중 하나를 실현시키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이를테면 세계 일주? 그러기에는 2주라는 일정이 너무 촉박해. 그간 풍겼던 아줌마 분위기로 봐서는 아마 세계 일주 대신 프랑스 일주를 떠났을 거야. 파리 샹젤리제 거리 어느 카페에 죽치고 앉아서 에스프레소를 홀짝거리는 아줌마가 제법 어울릴 법하다. 에스프레소를 홀짝거리든 포도주를 물 마시듯 들이붓든 2주 휴가는 선택의 여지가 참 많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전북 익산으로, 대전으로 시합에 전지훈련까지 이어지는 3주 일정을 소화하고 그제 집에 돌아온 막내딸과 모처럼 식탁에 마주앉았다. 광복절이 쉬는 화요일이고 해서 그 다음날까지 이어 쉬면서 네 식구 콧바람이나 쐴 궁리를 하다가 이내 관뒀다. 이번주까지 정비 겸 휴식을 취한 뒤 다음주부터 훈련을 재개해 금요일부터 있을 시합 뛰러 강원도 홍천으로 가야 한다는 막내딸 말에 올해 휴가 계획은 아예 접기로 맘 굳혀 먹었다. 펜싱 특기생으로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부터 집안 모든 일정은 막내딸 중심으로 잡는 게 관행이 되었다. 혹시나 했다가 역시나 어그러져도 별로 섭섭하진 않다. 막내딸이 빠진 가족 동반은 별 의미가 없으니까.

다른 계절에 비해 상대적으로 머리카락이 빨리 자라 커트 빈도수가 높은 대목철에 휴가라니, 이 무슨 배부른 소린가. 남들 다 가는 휴가라고 줏대없이 따라하다가는 궁상을 못 면하니 물 들어올 때 어서 빨리 노나 젓자. 여름 한철 잡을 수 있을 때 한몫 잡아야 하니까…. 나의 정신승리는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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