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를 하다 보면 별의별 손님을 다 겪는다. 그러니 일일이 일희일비하다가는 되레 감정 소모로 이어지기 십상이라 그저 일없이 넘어가는 게 신상에 이롭다. 하지만 마수걸이 손님이 아침 댓바람부터 별 시답잖은 트집을 그것도 3종 세트로 작렬할 때는 깎새 공고한 인내에도 심각한 균열이 생긴다.
나이를 점잖게 잡순 멀쩡하게 생긴 노친네가 유난히 까탈스럽게 굴었다. 이발의자에 앉자마자 트집의 초탄을 날린다. 점방 연락처를 왜 등록시키지 않았느냐는 거였다.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도 유분수라서 소상히 여쭈었더니 혹시 휴가라도 갔는가 싶어 네이버에서 점방 연락처를 검색해봤더니 안 나오더라나 어쨌다나. 네이버에다 점방 등록을 시키는 방법을 모를 뿐더러 그렇게 해야 할 필요성도 못 느껴서 안 했으니 당연히 연락처가 나올 리 없다고, 동네 장산데 그런 데다가 꼭 등록을 해야 하냐고 반문했더니 입을 쏙 봉해 버린다.
커트보를 두르고 앞머리 지간을 막 잡으려는데 또 트집 일발 장전이다. 제발 머리 좀 짧게 깎지 말라나. 이건 또 무슨 황당한 시추에이션인가 싶어 거울 속에 비친 손님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것으로 그리 단언하는 까닭을 재촉했더니 깎을 적마다 적당하게 깎으라고 신신당부를 했건만 멈출 줄 모르고 마구 깎아 제낀다고 이기죽거린다. 어이가 없는 깎새는 대답할 일고의 가치를 못 느껴서 말문을 아예 닫아 걸었다. 예를 들어 어떤 손님이 먼젓번에 너무 올렸으니 이번에는 신경 써서 적당히 깎아 달라고 요청을 하면 십분 수용해 두 번 실수를 안 하는 깎새다. 하여 말귀를 잘 알아먹는 깎새로 정평이 나 점방 찾는 커트 손님이 늘었으면 늘었지 줄지를 않는다. 만약 시비조로 일관하는 노친네의 경우처럼 올 적마다 지상가상없이 짧게 깎기만 했으면 점방을 접었어도 진작에 접었을 거이다. 처음에 실수가 있었을지 모르겠으나 하지 말라는 짓은 두번 다시 안 한다는 게 깎새의 철칙이다. 고로 두 번째 트집도 어불성설이다.
세상은 삼세번으로 돌아간다고, 점방에서 판매하는 탈모 예방 샴푸 가격을 가지고 노친네는 세 번째이자 마지막 트집을 잡는다. 깎새는 알고 있다. 노친네가 들를 적마다 입버릇처럼 샴푸 가격을 물어본다는 사실을. 그럼에도 어김없이 가격을 또 물어보는 것은 노친네 인지에 장애가 생겼거나 기필코 에누리한 값으로 샴푸를 쟁취하겠다는 의지의 발로로밖에는 의심할 수 없다.
- 저 샴푸 얼마요?
- 3만5천 원입니다.
- 저번에는 3만 원이라더니.
- 물가가 올라 올해 초에 4만 원으로 가격이 올랐지만 작년 가격으로 받겠다고 지겹도록 말씀드렸을 텐데요.
땅을 판다고 5천 원이 나오냐고, 그러니 손님 한 사람 한 사람 정성을 다해서 대해야 한다고 부친은 신신당부하셨다. 성심성의를 기울여 손님을 응대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푼돈일지언정 커트값 5천 원 벌기가 참 지난하다는 건 절감하고도 남음이다. 그러니 끼니 때우겠다고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사려고 해도 그 100원, 200원 차이가 아까워서 김밥을 들었다 놨다 하지. 하지만 차라리 안 벌고 말지 진상 손님 때문에 지레 말라 죽고 싶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