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일요일(112)

by 김대일

그대도 오늘

이훤

무한히 낙담하고

자책하는 그대여


끝없이 자신의 쓸모를

의구하는 영혼이여


고갤 들어라


그대도 오늘 누군가에게 위로였다

(이 시가 전하는 바는 용기다. 가끔, 아니 곧잘 내가 무익한 존재란 사실에 자책한다. 왜 이 모양 이 꼴로 전락해 남한테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는지 회한에 휩싸이면 사는 게 당연히 재미없어진다. 하여 몸부림을 치지. 무엇이 됐든 내가 아직은 쓸모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말이야. 돈을 열심히 버는 척도 하고 부지불식간에 폐를 끼칠지 모르니 알아서 기기까지. 하지만 그것이 과연 내 참모습인지는 나도 의구하다.

내가 이리 끼적거리는 것에 목을 매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나란 존재도 혹시 쓸모있는 위로가 될지 모른다는 희망. 아주 가끔 댓글이 뜬다. 네이버블로그로 광고글 말고 순수하게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댓글을 보면 뭉클해진다. 일면식도 없는 생면부지인 타인의 반응이 나를 흥분시킨다. 댓글 내용이 뭐가 됐건 간에. 어쨌든 내 글을 읽고 약간이라도 동요해 댓글을 달았을 테니 그 자체로 의미는 충분하다.

눈치챘는가. 내가 말하는 쓸모있는 위로란 걸. 즉, 쓸모있는 위로의 대상은 누군가가 아닌 바로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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