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e fired

by 김대일

얘깃거리로 삼기에는 아직 아는 바가 적지만 지금까지 알아본 바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큰딸은 다니던 대형 피트니스센터를 지난 주말부로 그만뒀다. 일터에서 나온 게 무에 대단한 감이라고 호들갑인가 뾰로통하겠지만 어떻게 그만뒀느냐에 따라 얘기는 분명 달라진다. 마누라 귀띔으로는 잘렸다고 했다. 같은 하늘 아래 사는 게 역겨운 트럼프라는 작자가 씨불댔다는 유행어를 여기서 다 써먹게 생겼다. 'You're fired!'

가장 궁금한 건 무슨 사유로 해고됐느냐다. 피트니스센터에서 카운트를 맡아 손님 응대와 상담을 주로 담당했던 큰딸은 자기 적성에 딱 맞다면서 크게 만족해했었다. 그렇게 맡은 업무에 열성을 보인 큰딸을 센터 대표는 아예 정식 직원으로 채용했지만 반 년이 채 못 돼 해고했을 때는 심상치 않은, 그럴 만한 사달이 났다는 방증이겠다.

속사정을 더 알아보고 나서 그 후기를 다시 남길 테지만 큰딸이 잘렸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후딱 든 생각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귀한 경험을 했다는 거다. 세상 일이라는 게 제 뜻대로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몸소 체험한 아주 훌륭한 실수담이지 않을까 싶다. 해고를 당할 수밖에 없는, 재고의 여지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다면 그 지경에 이르게 된 경위, 왜 미리 대처하지 못했는지를 곱씹는 진지한 자기반성이 뒤따라오는 게 필수다. 그런 불편한 복기가 이루어진다면 큰딸은 인생이라는 소리없는 전장에 꼭 필요한 소중한 무기를 득템한 셈이고 식상한 표현이겠지만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 그러니 해고를 당한 자책감에 괴로워해서도 안 되고 룸펜이라고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다. 물론 그럴 큰딸도 아니지만.(집에서 큰딸을 '또라이'라고 부른다. 정상적인 시선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다차원적인 기질로 변질(?)된 녀석을 달리 부를 호칭을 못 찾았다. 스물세 살짜리치곤 되우 귀엽다.)

왜 잘렸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아빠 결론은, '너를 위해서 잘 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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