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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Nov 26. 2023

시 읽는 일요일(127)

Imagine


상상해봐, 천국이 없다면

노력하면 너무 쉬워

우리 밑에 지옥도 없다고

우리 위에는 하늘뿐이라고

상상해봐, 모든 사람들이

오늘을 위해 산다고


상상해봐, 어떤 국가도 없다고

그건 어렵지 않아

누구도 그 때문에 죽이거나 죽지 않고

또 어떤 종교도 없다고

상상해봐,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산다고


넌 날 꿈꾸는 사람이라고 할지 몰라

그러나 나는 혼자가 아니야

나는 언젠가 네가 우리와 함께하길 바라

그러면 세계는 하나가 되겠지


​상상해봐, 어떤 사유私有도 없다고

넌 상상할 수 있을 거야

탐욕도 굶주림도 없다고

모두가 형제라고

상상해봐, 모든 사람들이

세계를 공유한다고


​넌 날 꿈꾸는 사람이라고 할지 몰라

그러나 나는 혼자가 아니야

나는 언젠가 네가 우리와 함께하길 바라

그러면 세계는 하나가 되겠지

(박홍규, 『아나키즘 이야기』, 이학사, 2004, 14~15쪽에서)

​   

   (레논은 <Imagine>에서 국가, 종교, 사유가 없는 사회를 노래한다. 이 셋-국가, 종교, 사유-은 인간을 노예로 만드는 3대 족쇄라고 보기 때문이다.

   먼저 국가는 강제적이고 착취적이며 파괴적이다. 국가가 강제적이라고 하는 것은 사람들을 강제로 지배하기 때문이다. 또한 착취적이라고 하는 것은 계급을 반영하는 법과 제도를 통해 사람들의 생존을 뺏기 때문이다. 그리고 파괴적이라고 하는 것은 언론, 종교, 윤리, 교육 등을 통해 사생활을 규제함으로써 개인의 자유와 자치를 가로막고 소수민족에 대한 폭력과 파괴적인 전쟁을 일삼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아나키즘은 국가를 여러 자치 사회의 연대로 대체할 것을 주장한다.

   종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즉 아나키즘은 종교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교리와 의식을 통해 조직되고 제도화된 권위적 권력인 교회를 부정하는 것이다. 국가와 마찬가지로 교회는 신을 대리한다는 사제의 권위에 절대적으로 복종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인간에게 체념을 강요한다. 특히 교회는 권력과 결탁하여 국가의 행위를 합법화하는 정치의 시녀로 타락하거나, 가부장적 권위의 상징으로서 개인을 억압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사유를 절대화하는 자본주의는 이윤 추구를 목표로 함으로써 이윤이 보장되지 않는 생산을 거부하여 생산력 발전을 저해하고, 인간에 의한 인간의 지배를 낳아 독점에 따른 불평등한 분배를 면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러나 우리는 적어도 경제적 교환의 기구인 시장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시장 질서를 사회가 규제하고 특정 개인이 독점하는 것을 배제한 순수하게 자유로운 시장은 아나키즘에서도 당연히 인정된다.

   이처럼 아나키즘은 개인 위에 군림하는 모든 강제와 통제를 거부하나, 그렇다고 허무주의나 비관주의에 빠지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희망적이고 낙관적이다. 말하자면 새로운 사회를 상상한다는 것이다. 아나키즘은 먼저 개인의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삼는다. 또한 강요가 아닌 자발적 의사에 의해 결성되고 운영되며 중앙집권적이 아닌 분산된 자치 사회를 이상으로 삼는다. 특히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생태적 사회를 추구한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사회를 자유·자치·자연의 사회라고 부른다.

   여기서 문제는 어떻게 그런 사회를 이룩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수동적 저항도 있을 수 있고 적극적인 참여나 사회혁명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자유·자치·자연이 존중되어야 한다. 곧 방법으로서도 그 원칙은 중요하다. 따라서 자유·자치·자연은 아나키즘의 이상이자 그 방법, 즉 목적이자 수단이다. 목적과 수단의 일치가 아나키즘에서는 매우 중요하다.(같은 책 16~17쪽에서))​

https://youtu.be/YkgkThdzX-8?si=6ruZJnI5my30V5F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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