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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Nov 30. 2023

12월은 실컷 즐기고픈 달

   콜라 광고 주인공으로 산타클로스가 등장한 걸 보니 크리스마스 시즌이 돌아왔다. '함께라는 마법'이라는 카피 문구가 진부하기 짝이 없는 클리셰임이 분명하면서도 사람들한테 곧잘 먹히는 까닭은 순전히 크리스마스 시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크리스마스가 낀 12월 매출이 여름철보다 더 높다고 단골인 콜라판매회사 직원이 뇌까리긴 했다. 때가 때인지라 배경음악으로 캐럴까지 쫘악 깔리면 다들 산타가 되고 싶어 안달이다. 12월만 산타처럼 행세하려는 게 기회주의적 발상인 양 꼴같잖지만 그러라고 있는 게 크리스마스 시즌이라고 하면 달리 반박할 거리가 궁하다. 한동안 <징글벨>이 징글징글하게 울려 퍼질 테니 오늘은 <징글벨> 캐럴의 이면을 재미 삼아 풀어놓겠다.  

   Jingle이 '즐거운 딸랑 소리’를 의미한다지만 성탄 캐럴이란 성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딴 뜻을 많이 가지고 있나 보더라. 특히 술잔에 담긴 얼음이 술잔과 부딪치는 소리를 이 낱말로도 표현한다고 하니 <징글벨>은 서양의 권주가라 할 만하다. <징글벨>이 처음부터 캐럴의 대명사로 굳어진 건 아니다. 작곡자인 제임스 로드 피어폰트가 이 노래를 1857년 가을 추수감사절 기간에 처음 선보인 이래 교회에서 부르기에는 너무도 세속적으로 흥겨워서 보스턴의 길거리에서 공연되던 노래였다가 지역의 여러 합창단이 몇십 년 동안 부르다 보니 자연스레 크리스마와 연결됐다나. 더 뜻밖인 건 2절 가사다. 남녀상열지사의 전형이 아닐 수 없어서. 


​   말이 끄는 썰매는 한 쌍의 젊은 남녀가 함께 자리할 기회를 주면서 인적 없는 숲으로 그들을 데리고 간다. 이후의 일은 아무도 모른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이 노래 2절의 가사를 들어보자.

   “썰매를 탔는데 / 패니 브라이트 양이 내 옆에 앉았네. / 말은 홀쭉하게 말라 / 썰매는 위태로워도 / 불행이 내 복인가 / 말은 둑에 처박히고 / 우리는 흠뻑 취했네.”

   무엇에 취했을까? 즐거운 계절이 거룩해야만 할 필요가 있을까? 약간의 혼란도 아름답게 보이는 철이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교수, <서양사람史覽 - 징글벨>, 한겨레신문, 2017.12.22에서) 


​   불현듯 고려가요 <쌍화점>이 떠올랐다.  


​   만두집에 만두 사러 갔더니만/회회아비 내 손목을 쥐었어요/이 소문은 가게 밖에 나며 들며 하면/조그마한 새끼 광대 네 말이라 하리라/그 잠자리에 나도 자러 가리라/그 잔 데 같이 아늑한 곳 없다 (<쌍화점> 1절)


​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한 날이야말로 인류사에서 가장 축복할 만한 날 중 하루일 테지만 경사스러운 날 경직될 필요가 없으니 ‘약간의 혼란’이라는 단서를 달고서 한바탕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성싶다. 그러니 일년 내내 고생한 당신, 올해 마지막 달이라도 실컷 즐겨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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