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자유

by 김대일

임의진은 시인이자 수필가, 목사이면서 월드뮤직 전문가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그가 기고하는 칼럼에서 「핵核」이라는 시를 처음 접했다.


​많이 먹을 필요 없어

한 마리 생선을 뼈째 먹어봐

그럼 진짜 맛을 알게 될걸


​많이 읽을 필요 없어

한 권 책을 너덜너덜해지도록 읽어봐

진짜 재미가 느껴질걸


​많이 사랑할 필요 없어

단 한 사람을 지독히 사랑해봐

그럼 진짜 사랑을 알게 될걸

( 다카하시 아유무, 「핵核」 일부)​


​ 이 시를 쓴 다카하시 아유무도 임의진 못지않게 엉뚱하다. 26살 결혼하고 3일 후 번창하던 사업을 정리하고 아내와 세계일주 대모험을 감행한 자유인. 임의진과 아유무, 두 괴짜 시인은 서로 닮은 구석이 있다. 한 시인은 홀연 오지로 떠나고 다른 시인은 무기한 세계여행을 떠난 걸 보면 말이다. 오지니 세계 여행이 딴 나라 얘기처럼 피부에 와닿지는 않지만 그놈의 '홀연', '무기한'이란 단어에는 그만 홀딱 넘어가 버린다. 떠나고 싶을 때 미련없이 떠나 돌아올 날을 달리 안 정하고 질릴 때까지 즐기다 오는 배짱이 그저 부럽다. 부러우면 지는 거니 이만 시로 다시 돌아가자. 시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가난한 나라의 넉넉한 사람들이

내게 그렇게 웃음을 건넸다


​ '풍요 속의 빈곤'이 요즘도 쓰는 표현인지 모르겠다. 아귀는 계율을 어기거나 탐욕을 부려 아귀도에 떨어진, 몸이 앙상하게 마르고 배가 엄청나게 큰데 목구멍이 바늘구멍 같아서 음식을 먹을 수 없어 늘 굶주림으로 괴로워하는 귀신이다. 곳간을 채우기만 하면 그 곳간이 행여 샐까 노심초사하기 마련이다. 자유는 가난한 나라의 넉넉한 사람이 건네는 웃음처럼 소박해야 한다. 세파에 찌들다 보면 사람은 변질되기 마련이지만 아귀만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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