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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Dec 27. 2023

세 번째 요양병원 입원

   혈압이 70 밑으로 갑자기 뚝 떨어지는 증상이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모친한테서 자주 나타났다. 주간보호센터는 저혈압으로 인한 어지럼증, 일시적인 의식 불명 따위를 호소하는 모친을 거북해하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종용했다. 마침 대학병원 신경과 외래가 잡혀 있어 주치의에게 증상을 전하니 파킨슨병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기립성 저혈압이랬다. 파킨슨병 환자는 혈압 조절에 애를 많이 먹어 약물 치료에 더해 지속적으로 세심하게 혈압을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혈압은 그나마 낫지만 혈압이 급격하게 떨어지면 위험한 지경에까지 이를 수 있으니 밀착 관리가 필수라고도 당부했다.

   요양병원 입원 외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혈압을 관리하면서 다리 재활도 겸하게 요양병원에 들어가자고 모친을 달래고 또 달랬다. 한파라는 올 겨울만 나고 봄에 집으로 꼭 돌아가자면서 말이다. 집 나가면 영영 못 돌아오는 줄 아는 모친을 서울 사는 동생까지 동원해 겨우 설득한 끝에 어제 병원으로 모셨다. 3개월이라고 기한을 못박긴 했지만 유동적이라는 건 모친만 빼고 다 안다.

   모친은 이번이 세번째 요양병원행이다. 10여 년 전 뇌출혈로, 3년 전 허리뼈 골절로 인한 대수술로, 이번엔 기립성 저혈압과 다리 재활로. 모친이 앓고 있는 병을 좀더 효과적으로 다스리기 위해 요양병원 문을 두드린다는 목적성은 확실했다. 즉 호전되면 다시 집으로 돌아오리라는 희망을 버린 적이 없었다. 서너 달, 길면 대여섯 달 뒤 퇴원해 집으로 돌아오긴 했으니까. 하지만 모친 병증은 갈수록 불확실하게 악화되어 가는 중이고 어떻게 하는 것이 모친과 남은 가족들 모두에게 최선의 길인지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 의외로 빨리 닥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원죄처럼 옥죈다. 효자는 아니지만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속담을 구실로 댈 수밖에 없는 스스로가 너무 가증스럽지만서도 말이다.  

   당분간 화요일, 쉬는 날마다 모친 보러 병원을 들를까 한다. 그렇게라도 안 하면 스멀스멀 밀려드는 죄의식을 감당해 낼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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