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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Jan 05. 2024

작심삼일은 이미 지났다

   뇌과학자들에 의하면 힘든 일을 시작할 때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스트레스를 줄여주는데 이 녀석은 72시간 정도만 분비가 지속돼 3일이 지나면 포기하고 싶어지게 된다고 한다. 본래대로 돌아가는 게 지극히 정상적이라는 소리다. 하여 작심삼일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현상이라나. 그럼에도 연초만 되었다 하면 작심삼일이 의지 박약에서 비롯되었다고 스스로 자학하고 괴로워하는 일이 비일비재한다.   

   어떤 이는 한신의 배수진背水陣, 항우의 파부침주破釜沈舟를 들먹거리면서 교활하게도 자기의 작심을 공개해버림으로써 사회적 압력을 자초해 무너지기 쉬운 마음을 끌고 가려는 노림수를 꾀한다. 즉 인간의 행동은 의지보다 상황에 더 크게 영향을 받고 환경은 의지보다 조절하기 쉬우므로 그렇게 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상황을 자초하는 게 상책이라나 뭐라나.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니 무엇이 됐든 작심의 목덜미만 꽉 움켜 쥐고 나아가면 될 일이다. 

   그렇다. 오늘로 새해 작심삼일은 이미 이틀이나 지났다. 벌써 정산이 끝난 작심이 있을 테고 겨우겨우 이어가는 작심도 있을 테지. 작정하지 않는 일상이 가장 좋겠지만 저마다 가려운 구석이 없지 않으니 불가능한 노릇이다. 이왕 마음 먹었으면 제발 성취하시길 바란다. 2024년 들어 내 작심? 얄밉게도 없다. 2017년 정월 금연, 2021년 6월 10부터 매일 글 한 꼭지 올리기 외에는 작심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작심하지 않고 살 작정이다. 이것도 작심이라면 작심이겠지만.

   혹시 도움이 될지 몰라 사족을 달자면, 작심한 뒤부터는 작심한 걸 아예 잊고 사는 게 실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게다. 금연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담배 한 모금이 자꾸 더 절실해지고, 이 따위 글 누가 보겠냐 회의감이 일면 자판 두드리는 꼴이 같잖게 느껴진다. 그러니 때로는 기계적일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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