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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바 Aug 27. 2020

2020년 증시에선  2017년 비트코인의 향기가 난다

평소 경제나 투자 시장에 대해 시골 촌부만큼도 모르던 사람이 갑자기 스마트폰을 꺼내 상당한 수익률을 자랑한다.


생전 투자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 내가 투자에 관해 제법 잘 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와 슬그머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물어온다.


사람들끼리 모이면 마치 당연하다는 듯 투자 이야기가 가장 먼저 화두로 떠오른다.


은행과 증권사 창구에는 예금의 시대는 끝났다며 펀드와 주식을 매수하겠다는 사람들이 몰려온다.


2020년 덥고 습한 여름날, 대한민국이 주식 투자로 서서히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낯설지 않은 이 느낌...


2017년 가을부터 초겨울까지 대한민국이 바로 이와 똑같은 상황이었다.


나는 겪어보지 못했지만 예전 2000년대 초반 코스닥 열풍이나 2007년 중국 주식 열풍이 이와 비슷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경제가 산소호흡기에 연명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렇게 자산 시장 거품이 발생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아직도 현실 부정을 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조각을 맞춰보았을 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큰 거품이 발생하기 좋은 환경으로 보인다.


1.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직전은, 중국과 한국 등 주요 제조업 국가들의 재고 사이클이 바닥을 찍고 다시 상승하려던 중이어서 안 그래도 경기 회복 국면이었다.


2. 코로나19로 인해 주식시장은 큰 폭의 조정을 겪었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회복함으로써 오히려 사람들에게 다시 조정이 온다면 그것은 기회라는 믿음을 심어주었다.


3. 코로나19 재확산이 오더라도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무제한으로 돈을 풀면 자산시장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연준 불패론이 시장을 지배한다.


4.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각국에서 준비한 거대한 경기부양책이 신기술, 신에너지에 집중되면서 해당 분야의 기업들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2020년의 문제는 역설적이게도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무제한 양적완화 선언을 통해 세계 경제/금융/투자 시장을 너무도 빠르게 구출해냈다는 것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등 세계 각국에서 지금 투자 시장에 처음 뛰어들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은 코로나19에 대한 빠른 회복과 미래 변화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그들의 경험은 그들에게 '증시 5% 하락' = '추가 매수 기회', '증시 10% 하락' = '추가 매수에 아주 좋은 기회', '증시 30% 하락' = '사채빚을 써서라도 매수해야 될 기회'라고 믿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증시 상승을 주도하는 종목들의 면면을 보면 사람들이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알 수 있고, 앞으로 거품이 아주 크게 발생할만한 종목들이 무엇일지 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코로나19 재확산이 시작될 수 있고, 경제지표가 망가질 수 있으므로 현재 상황에선 무조건 거품을 피해야 된다 라고 말하는 것은 IT기술주 거품이 심하므로 IT기술주 투자를 피해야 된다고 '1999년'에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어 보인다. (물론 정말 철저한 가치투자자라면 그렇게 선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투자 시장에서 크게 성공한 투자자들과의 인터뷰를 담은 시장의 마법사들 시리즈를 읽어보면, 성공한 투자자들이 하는 공통적인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믿음에 따라, 혹은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말해주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된다는 것이다.


내가 느끼기에 지금 시장은 큰 거품을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현재 상황에서 만약 미국과 중국의 경제 냉전이 크게 튀지 않는 선에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코로나19로 인해 분열의 조짐이 보이는 유럽에서 큰일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그때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에서 눈치를 주기 전까진 아마 내일이 없는 듯이 노는 파티처럼 흘러갈 가능성이 아주아주 높아 보인다.


과거 연방준비위원회는 너무 흥분하기 전에 파티를 정리하는 시어머니였지만, 그린스펀 이후 연방준비위원회는 사고가 나야만 파티를 정리하는 청소부가 되었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런 분위기는 나 같은 사람 입장에서 나쁠 것 없는 분위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신나는 파티에도 언젠가 끝이 있다는 것,


그리고 파티에서 즐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파티에서 취하지 않고 적당한 타이밍에 집으로 돌아오는 것은 잘 훈련되고 공부를 많이 한 사람만이 할 수 있다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파티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나는 주식 투자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들에게 흔히 영국 남해주식회사 거품을 경험했던 아이작 뉴턴의 이야기를 즐겨해주는 편이다.


많은 투자 서적들에서 인용했던 이야기므로 여기선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1700년대 초 영국 정부는 정부 부채를 대신 책임지는 대가로 남해주식회사라는 회사에 남아메리카와의 무역 독점권을 부여했다. (당시 영국에선 남대서양을 '남해(South Sea)'라고 불렀다.)


이 소식이 영국 사람들 사이에 퍼지고, 단순히 남아메리카와의 무역 독점뿐만 아니라 다양한 신사업에 대한 장밋빛 소문이 퍼지면서 주식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영국에선 귀족부터 평민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남해주식회사 주식 매수 열풍이 불었다.


하지만 결국 남아메리카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영국이 무역 독점권을 준다고 해도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 알려졌고, 각종 신사업에 대한 환상이 깨지면서 주식 가격은 날개 없이 추락했다.


아이작 뉴턴은 이 거품 초기에 남해주식회사 주식을 매수했다가 두배 오른 가격에 주식을 매도했다.


뉴턴이 이때  주식 매도를 하면서 주식 가격에 거품이 꼈다며 "나는 천체의 움직임은 예측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광기는 조금도 예측할 수 없다."라고 이야기했다고 하는데(믿거나 말거나),


재미있는 것은 주식 가격이 매도 이후에도 천정부지로 치솟자 뉴턴은 너무 빠른 매도에 후회하면서 전보다 훨씬 더 큰돈을 들여 더 많은 주식을 다시 매입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예상대로 아이작 뉴턴은 엄청나게 큰 손실을 보았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보면서 아이작 뉴턴이 어리석어서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지금과 같은 시장에서 투자를 하면 안 되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1720년 아이작 뉴턴이나, 2017년 겨울 비트코인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똑똑한 사람들이었다.


단언컨대 그들 중 어리석거나 생각을 못해서 거품에서 빠져나오는데 실패했던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투자를 할 때는 워렌 버핏과 찰리 멍거가 [실제 IQ가 130인데 128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A]와 [실제 IQ는 190이지만 240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B]가 있다면 A와 동업을 해야 하고, B와 동업을 하면 심각한 곤경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던 것을 항상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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