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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바 Sep 05. 2020

경제가 좋아졌는데,
왜 미국 주식시장은 하락했을까?

어제와 오늘(9/3 ~ 9/4) 미국 금융시장에선 아주 흥미로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8월 경제지표들이 예상치보다 좋게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은, 특히 미국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IT기술주들이 연이틀 폭락했기 때문입니다.


원래 매 월 초에는 이전 달의 경제지표가 발표되어 각 자산시장의 큰 방향성을 결정하게 됩니다. 소비 지출 증감, 제조업 지수, 서비스업지수, 건설 경기 지수, 실업률 등이 발표됨에 따라 시중의 유동성은 주식 시장으로 쏠리기도 하고, 채권 시장으로 쏠리기도 하고, 상품/원자재 시장으로 쏠리기도 합니다.


이때 보통 ‘절대 수치’가 얼마나 좋은 것인가 보다는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치’ 보다 좋은가/안 좋은가? 좋아지는 추세인가/안 좋아지는 추세인가? 추정치보다 높게 나왔다면 얼마만큼이나 높게 나왔느냐? 등이 시장의 움직임을 좌우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경제 상황이 시장 참여자들의 생각보다 좋다면, 시중 유동성은 좀 더 위험하지만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주식시장이나 상품/원자재 시장으로 흘러들어 가고, 생각보다 상황이 안 좋다면 보통 안전자산으로 일컬어지는 국채 시장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8월 경제지표로 살펴본 미국 경제는 많은 사람들의 우려보다는 상당히 양호했습니다. 비록 고용시장이 여전히 우울한 상황이지만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긍정적이었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위험하다고 느낄 때는 섣불리 지갑을 열지 않는 내구재 소비와 건설경기가 아주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예상보다 훨씬 긍정적인 경제지표가 나타났고, 미국 CDC에서는 10월을 목표로 백신 긴급사용 승인을 준비하고 있다는데, 보통이면 상승해야 할 주식시장이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반대로 폭락했던 것일까요?


단순히 ‘그동안 너무 많이 올라서 그렇다’라고 간단하게 요약하고 넘어간다거나, ‘원래 주식시장이 그렇다’라고 쉽게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요 며칠간 특히 시장을 예의 주시해온 제 생각에는 그보다 좀 더 복잡 미묘한 이유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우선 말씀해드리고 싶은 것은 예상 밖의 큰 사건/사고는 어느 한 가지 딱 부러지는 원인만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별것 아닌 것 같았던 이유들이 한데 섞여 시너지 효과를 내는 순간 우리는 예상치 못했던 큰 사건/사고를 맞이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이번 급락도 처음에는 그리 눈에 띄지 않았던 원인들이 한 번에 몰리면서 큰 변동성을 불러일으켰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난 3월부터 지금까지 미국 증시, 특히 기술주 시장인 나스닥이 엄청난 속도로 상승할 수 있었던 기저 원인에 대해 먼저 생각해봐야 됩니다.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 분들에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신음하는 와중에도 주식시장이 급격히 회복하고 상승할 수 있었던 것에는 몇 가지 나름대로의 그럴싸한 논리가 뒷받침되었습니다.


그 논리들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코로나19의 실체(확산율, 치명률, 백신 개발 가능성 등)가 어느 정도 드러나면서 불확실성과 공포 심리가 많이 줄었다. 지난 3월과 같은 극단적인 경제 활동 중단은 없을 것이다.


2. 백신이 곧 개발될 것이고, 백신만 개발되면 우리의 삶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3. 코로나19가 현실 경제를 위협하더라도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이하 연준으로 표기)와 각국의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낸다면 결국 돈의 가치는 똥값이 되고, 자산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즉, 연준이 돈을 더 찍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자산을 사두어야 한다.


4. 코로나19에도 안전하거나 오히려 코로나19 덕분에 더 좋아질 수 있는 기업을 고르면 안전하다. 사람들이 집에서 인터넷만 사용하는 지금 상황이 대형 기술주들에게는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


이러한 논리가 기반이 되자 시장 참여자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은 공격적으로 투자 자산을 매입하되, 코로나19가 현실 경제에 타격을 주었을 때 반대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미국에선 FAANG이나 MAGA, PULPS 등으로 대표되는 기업들이, 국내에선 네이버와 카카오를 필두로 한 언택트 테마주와 제약/바이오 주들이 크게 상승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부터 시장의 관심은 더 이상 코로나19의 확산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미국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5월 말 메모리얼 데이를 기점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일평균 2만 명에서 7만 명으로 급등했지만 시장을 주도한 기업들의 주가는 이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미국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 (출처 : WorldOMeters)


미국 나스닥 지수 2019년 9월 4일 - 2020년 09월 4일 (출처 : 블룸버그)


백신이 곧 등장할 것이라는 믿음과 코로나19가 더 심각해지면 연준이 돈을 더 찍어내어 자산 가격이 더 크게 상승할 수 있다는 믿음이 결합되면서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버린 것입니다.


이때부터 시장의 관심이 코로나19의 재확산이 아니라, 미 연준이 얼마나 돈을 더 많이 풀 것인가? 혹시나 유동성 축소(테이퍼링) 가능성을 내비치면 어떻게 하나? 백신은 언제 나오고, 백신이 나오면 세계가 어떻게 반응할까?로 옮겨가기 됩니다. 이때부터 역설적이게도 각종 경제 매체들과 투자 전문가라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번 랠리(증시 상승)의 최대 적은 백신의 빠른 등장이다”라는 농담이 흘러나오기 시작합니다.


여하튼 이렇듯 투자시장 참여자들의 생각은 늘 현재보다는 미래를 지향해왔고, 보통의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식으로 동작해왔습니다.(그래서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이자 명저 <투자 전쟁>의 저자였던 고 바톤 빅스는 ‘투자자는 잘 훈련된 미치광이이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죠.) 그 결과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시름하는 와중에도 투자자들은 신나는 유동성 파티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경제지표가 안 좋게 나올 때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늘어날 때면 ‘연준이 돈을 더 많이 풀겠구먼...’ ‘뭐 곧 백신 나오면 다 해결될 거니까.’ ‘내가 산 종목은 코로나19와 상관없어.’라는 믿음으로 자산시장이 오히려 더 크게 상승했던 것입니다.


그럼 여기서 대형 기술주 투자자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경제가 너무 빨리 좋아져서 연준이 유동성 축소를 시작하면 어떻게 하지?’


‘백신이 생각보다 빨리 나오면 어떻게 하지? 백신이 나오고 나면 세상이 어떻게 바뀌나?’


그런데 지난 8월 말부터 이번 주까지 이와 같은 시장 상승 논리를 위협하는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하게 됩니다.


그 사건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실제 백신 보급이 코 앞으로 다가왔고,


2. 세계 경제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3. 경제가 회복 국면을 보이자 연준이 더 이상 추가적인 유동성 완화 환경을 조성하는데 난색을 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유동성 축소가 발생할 수도 있는 조치를 취하게 됩니다.


보시다시피 위 세 가지 사건들은 그동안 시장을 이끌었던 논리를 완전히 파괴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이와 같이 긍정적인(?) 사건들이 발생하자, 시장 참여자들은 다음과 같은 걱정으로 급격히 쏠리기 시작했습니다.


1. 백신이 개발되고 나서도 지금과 같이 기술주들이 전통적인 산업들보다 더 좋은 것이 맞을까? 그동안 기술주들이 이렇게나 많이 올랐는데, 너무 많이 오른 것은 아닐까?


2.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허용하겠다고 하는데, 그럼 경제지표가 좋아져서 장기 금리가 상승하면 사실상 유동성 감소가 발생하는 것 아닐까?


3. 백신이 제대로 개발된 건 맞을까? 백신만 개발되면 경제가 금방 정상화될 수 있을까? 백신 개발 후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위와 같은 이야기만으로는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어려우실 수 있으니 하나하나씩 뜯어서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1. 백신이 개발되고 나서도 지금과 같이 기술주들이 전통적인 산업들보다 더 좋은 것이 맞을까? 그동안 기술주들이 이렇게나 많이 올랐는데, 너무 많이 오른 것은 아닐까?


이와 같은 걱정으로 인해 대형 기술주들이 급락했다는 것은 결론만 놓고 보면 아주 당연해 보이는 결과이고, 쉬운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사실 지난주 주가와 지표들의 움직임을 자세히 살펴보면 쉬운 게 쉬운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우선 지난 월요일과 화요일까지만 해도 애플과 테슬라로 대표되는 미국 대형 기술주들의 분위기는 대단히 긍정적이었습니다. 애플과 테슬라는 액면 분할을 통해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가 원활해지자 그야말로 거침없이 상승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애플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상장된 전체 기업의 가치를 합친 것보다 더 크게, 테슬라는 현재 세계 1위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의 기업 가치보다 더 크게 상승했습니다. 앞서 잠깐 언급한 FAANG, MAGA, PULPS 등도 분위기가 아주 좋았습니다. 그 결과 이들이 대거 속한 나스닥 지수는 큰 폭의 상승을, 일부 종목들이 속한 S&P 500 지수는 그보다 조금 적은 상승을, 이 종목들이 그다지 많이 속하지 않은 다우존스 지수는 그보다는 부진했습니다.


이렇게 미국을 대표하는 대형 기술주들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시장 지표들도 상승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불안 조짐도 엿보였습니다. 흔히 많은 분들에게 공포 지수로 알려져 있는 변동성 지수(VIX 지수)가 서서히 상승하고 있었고, 장기 미국채 금리가 하락하고 있었습니다. 이 두 가지 모두 주식시장이 상승중일 때는 보통 나타나지 않는 것들이었죠.


미국 나스닥 지수 2020년 8월 5일 - 2020년 9월 4일 (출처 : yahoo finance)

 

미국 변동성(VIX) 지수 2020년 8월 5일 - 2020년 9월 4일 (출처 : yahoo finance)


미국채 10년 물 수익률(금리) 2020년 8월 5일 - 2020년 9월 4일 (출처 : yahoo finance)


저는 이것을 보면서 대형 기술주 투자자들은 신나게 파티를 즐기고 있지만, 그 외의 투자자들은 지나치게 빠른 상승으로 인해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해석을 했습니다. 빠르게 달리는 스포츠카에 올라탄 사람들은 신나겠자만 그 모습을 밖에서 보고 있는 사람들은 걱정을 느끼는 것과 같은 현상이었던 것이죠. 이런 걱정은 기존 기술주 투자자들을 제외한 다른 투자자들은 기술주에 더 이상 투자하기를 꺼리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매수를 할 사람과 매수할 자금이 점점 줄어들다 보면 어느 순간 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가격이 급격하기 상승하면 상승할수록 반대로 갑작스러운 하락이 찾아올 가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코로나19로 앓고 있던 주식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도, 이번에 갑작스러운 조정에 방아쇠를 당긴 것도 모두 테슬라였다는 점입니다. 테슬라가 뜻밖에 유상증자를 발표하고, 테슬라의 주요 기관 투자자 중 한 곳이 일부 지분 매도를 발표하자 테슬라 가격이 요동치기 시작했고, 이것이 결국 전체적인 대형 기술주들의 불안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허용하겠다고 하는데, 그럼 경제지표가 좋아져서 장기 금리가 상승하면 사실상 유동성 감소가 발생하는 것 아닐까?


며칠 전 8월 27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잭슨홀 미팅을 통해 금융시장 역사책에 기록될만한 새로운 통화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아주 오랫동안 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약속으로 ‘평균 인플레이션 목표제’라는 것을 도입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입니다.


이전까지 연준의 정책은 그냥 ‘인플레이션 목표제’였습니다. 이것은 인플레이션 목표를 특정 수치(2%)로 정해두고, 그것이 달성되기 전까지는 금리를 상승시키지 않고 반대로 인플레이션이 2%를 넘을 것 같으면 기준 금리를 상승시켜 경기 과열을 막는 방법입니다.


이와 같은 방법은 시장 참여자들로 하여금 연준의 정책 움직임을 미리 예상하게 만들어 충격을 완화시키는 한편, 저금리가 상당기간 유지되는 것을 약속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2%이라는 기계적인 목표치는 연준으로 하여금 움직임에 제약을 가하는 요소이기도 했습니다. 연준의 눈높이로 보았을 때 경제 회복이 충분하지 못해도 기준 금리를 올려야 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발표된 ‘평균’ 인플레이션 목표제는 위와 같은 인플레이션 목표제를 보완하는 제도입니다. 인플레이션 목표를 단순히 2%에 고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동안 ‘평균 2%’로 하겠다는 것이죠. 평균이라는 것은 일정 기간 인플레이션이 낮은 상황에서 갑자기 인플레이션이 2%를 넘는다고 해도 바로 기준 금리를 상승시키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융통성 있게 상황을 지켜보고 지속적으로 인플레이션이 2%를 넘어야만 금리를 올리겠다는 약속입니다.


더 쉽게 예를 들자면 과거 3년 동안 물가상승률이 계속 1%에 불과했다면, 앞으로 3년 정도는 물가 상승률이 3%만 넘지 않으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평균 2% 정도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칼 같이 기간을 따지겠다는 소리까진 안 했습니다만...)


그런데 이렇게 인플레이션 상승을 용인한다는 것은 미국의 장기 금리 상승을 용인한다는 것과 마찬가지의 선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연준을 비롯한 대부분의 중앙은행들은 단기금리를 기준금리로 삼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상승한다는 것은 돈(채권)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장기 채권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인플레이션 상승을 방영한 더 높은 금리를 보장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연간 인플레이션이 1%인 상황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것은 돈의 가치가 1년 동안 1% 하락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10년 후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을 발행하려고 하려면 금리를 몇 %로 설정해서 발행해야 될까요? 당연히 물가를 반영한 인플레이션보다는 높아야 사람들이 해당 채권을 살려고 할 것입니다. 이때 채권 금리는 1.5% 정도로 발행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때 연간 인플레이션이 2%로 상승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다시 10년 만기 채권을 발행하려면 이번에는 금리를 몇% 정도 줘야 할까요? 인플레이션이 1%나 올랐으니 당연히 채권 금리도 1% 이상 높여 주어야 채권 발행이 성공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투자자들이 그 채권을 사줄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용인한다는 것은 더 높은 채권 금리를 용인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채권 금리가 높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과 사람들이 돈을 빌릴 때 내야 하는 금리가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중앙은행 기준금리(단기금리)에 연동되는 대출은 영향이 적겠지만, 장기 채권 금리에 영향을 받는 주택담보대출이나 회사채 발행 같은 대출 시장에는 큰 영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경제지표들이 너무 잘 나왔다는 것도 장기 금리를 높이는데 일조합니다. 경제지표가 긍정적으로 발표될 경우 채권 시장에서 돈이 빠져나와 좀 더 위험하지만 수익률이 좋은 주식시장으로 가게 됩니다. 채권에서 돈이 빠진다는 것은 채권 가격이 하락한다는 이야기이고, 채권 가격이 하락한다는 것은 반대로 채권 금리를 상승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미국 재무부가 급격히 증가한 부채 부담으로 인해 단기 국채보다는 장기 국채 위주로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는 것도 장기 국채 금리 상승에 일조를 하게 됩니다. 재무부가 장기 국채 위주로 돈을 빌린다는 것은 장기 국채를 더 많이 발행한다는 것이고, 장기 국채권을 살만한 투자자들의 돈은 한정되어 있는데 장기국채를 더 많이 찍어내니 자연스럽게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여 채권의 가격은 낮아지고, 금리는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했던 것입니다.


이와 같은 영향으로 인해 파월 의장의 발표가 있었던 지난주에는(8월 27일) 장기 미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금리가 높아진다는 것은 곧 유동성(돈)의 공급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중요한 것은 단지 장기 금리가 하루 만에 치솟은 것이 아니라 앞으로 지속적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그 '가능성'입니다. 그 '가능성'이 바로 시장 참여자들의 부정적인 심리를 자극하는 방아쇠가 되기 때문입니다.


미국채 10년 물 수익률(금리) 2020년 8월 5일 - 2020년 9월 4일 (출처 : yahoo finance)

 

그래서 미국 증시가 급락을 하는 와중에도 미국의 은행주들은 주가가 더 오르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장기 금리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장기 금리를 기준으로 돈을 빌려주는 은행들 입장에서는 수익이 개선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유동성 공급을 위한 약속이 도리어 유동성 공급을 제한하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것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보완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했습니다. 단기 금리(기준 금리) 뿐만 아니라 장기 금리 또한 상승을 억제하는 방안(YCC, Yield Curve Control)이 필요했으나 연준 의장의 설명은 불충분했고, 시장이 기대하던 YCC의 도입도 없었습니다. 시장은 이를 곧 장기 금리의 상승으로 판단했습니다.


아마도 연준은 인위적인 금리 조정인 YCC가 지나치게 부담스러운 방법이다 보니 YCC의 도입을 잠시 미뤄두고 시장의 반응을 지켜보려고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경제 회복보다 앞서 장기 금리가 요동을 친다면 어쩔 수 없이 YCC를 도입할 것이라는 의견도 많은 상태입니다.


현재 증시는 유동성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상승하다 보니 추가 유동성 여부에 대해 극히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평범한 개인 투자자들조차도 “시중에 돈이 너무 많으므로 증시는 계속 상승할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기술주 중심의 조정은 며칠 안에 진정되겠지만 증시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기 위해서는 채권 시장의 혼란과 연준의 뚜렷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3. 백신이 제대로 개발된 건 맞을까? 백신만 개발되면 경제가 금방 정상화될 수 있을까? 백신 개발 후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백신 개발 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염려도 폭락을 가져오는데 일조를 했습니다.


백신이 개발되면, 과연 그 백신은 얼마나 효과적일지, 효과가 없어서 경제가 계속 망가지는 것은 아닐지, 아니면 반대로 효과가 너무 좋고 + 경제가 빨리 회복되어 연준이 금리를 올리려고 하는 것은 아닐지, 투자자들이 고평가 되어있는 기술주에서 저평가되어있는 경기주 위주로 옮겨가는 순환매가 발생하는 것은 아닐지 염려가 되었던 것이죠.


앞서 저는 인지과학과 관련된 몇몇 글들에서 불확실성이 우리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을 한 적이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해 불확실성은 인간에게 존재를 위협하는 공포로 작동을 합니다. 흔히 주식시장에서 “알려진 악재는 더 이상 악재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고, 미국에서 코로나 19 재확산이 투자자들에게 3월만큼 큰 위협이 되지 못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시장은 다음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에 대해서는 필요 이상으로 두려움을 느끼는 반면, 알고 있는 위험에 대해서는 필요 이상으로 안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미국 시장이 하락하는 와중에 미국의 은행주들의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시장 참여자들의 움직임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장기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장기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은행들에게는 굉장히 긍정적인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대형 기술주들에 대해서는 걱정이 증가했지만, 전통적인 산업 종목에 대해서는 오히려 긍정적인 희망이 생겨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아직 전통적인 산업의 기업들이 마냥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백신이 개발된다 하더라도 그게 곧 코로나19의 종식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시장 참여자들이 기술주를 사기에는 염려되고, 그렇다고 전통적인 산업주를 사기에도 염려되는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중간에서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업들로 돈이 몰리는 것입니다.




이상 위와 같은 이유들이 얽히고설킨 결과 연이틀 미국 주식시장은 뜻밖의 혼란을 겪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미국 주식시장은 어떻게 흘러갈까요? 현재로써는 불확실한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당분간은 확실한 방향성 없이 일희일비하는 횡보장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시장이 염려하는 불확실성들이 확실히 제거되기 전까지는 특별히 상승을 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딱히 하락을 할만한 시장 상황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시장이 염려하는 불확실성들은 무엇일까요? 다음의 세 가지가 중요하다고 보입니다.


1. ‘평균 인플레이션 목표제’를 위한 연준의 구체적인 실행방안


2. 정확한 백신의 효과와 보급 시기


3. 미국 대선 결과


등이 있습니다.


1번의 결과에 따라 주식 시장과 자산 시장이 전체적으로 탄력을 받을지 아니면 실망할지가 결정될 수 있고, 2번과 3번의 결과에 따라 대형 기술주가 다시 한번 부각받을 수 있을지, 아니면 바이든과 트럼프 당선 시 수혜주로 관심이 옮겨갈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1번에 대해서는 9월 15 ~ 16일에 있을 FOMC 회의를 주목할 필요가 있고, 3번에 대해서는 9월 29일에 있을 첫 TV 토론회가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가 개판인데 여기서 거품이 붕괴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제 생각에는 유동성에 우호적인 시장 환경, 개인 투자자들의 흥분도와 경험, 곧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 등을 살펴보았을 때 아직은 거품이 커지는 단계이지 거품이 꺼지는 단계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지금은 1999년의 나스닥 정도 되는 상황이라고 할까요? 파티는 좀 더 계속될 것으로 보이므로, 자신의 투자 철학에 따라 파티를 떠나 집에서 쉴지 아니면 파티의 끝까지 즐겨볼지 판단을 할 수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참고하셔서 좋은 투자 성과 얻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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