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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바 Jun 20. 2020

6.17 부동산 정책에 대한 단상

6.17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저녁,


가입자수가 100만 명 수준인 부동산 관련 인터넷 카페를 방문해보니 하루 방문자 수만 90만 명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든 회원들이 하루 한 번씩은 접속하는 서비스라니 실로 놀라울 뿐이다.




사람들의 반응 중 이번 부동산 대책으로 집 값이 떨어질 것 같다는 반응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기존 정책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정책들로 인해 공급이 더 마를 것이라는 사람들의 믿음만 더 강화된 느낌이다.


주택 소유주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단숨에 10%는 올리고 있고, 아직도 갭 투자가 가능한 곳에서는 갭 투자 막차를 타려는 사람들로 인해 현장이 붐빈다고도 한다.


문제의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니 사람들의 군중심리만 더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 보고서는 대외비였지만 장관이 발표하기도 전에 부동산 카페에 유출되어 돌아다니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미 공무원들부터 투기꾼이라는 이야기 아닌가?


아무튼, 돌아다니는 보고서 내용들을 종합해보니 이번에도 역시 왜 문제의 원인을 해결하지 않은 것인지 이해가 되었다.


이번 정책의 근간이 된 보고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1) 규제 지역은 안정화되는데 규제 지역 아닌 곳이 오르고 있음


2) 갭 투자, 법인 투자가 증가하여 가격이 상승함


3) 개발호재 있는 곳들이 들썩이고 있음


여전히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 상승이 단지 규제가 덜한 곳에서 풍선 효과가 발생해서 그런 것이고, 일부 투기꾼들이 일으키는 소동 때문에 집 값이 오르는 것이라고 진단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 이게 다 전국에 퍼져 있는 5천만 명의 투기꾼들 때문이었어...)


이쯤 되면 정말 의도적으로 잘못된 보고를 올리고 있거나, 아니면 국토부 고위 공직자들이 중고등학생만도 못한 경제 지식수준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집 값을 올려 제2의 MB가 되고 싶은 정치인들과 세상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르거나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공무원들과 학자들, 그리고 큰 레버리지 투자로 큰 수익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망과 더 이상 늦으면 안 된다는 공포가 한데 뭉쳐 거대한 구름을 만들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주택보급률이 100%도 안되는데 서울에 집이 충분하다고 떠드는 서울 시장과 여당은 무슨 생각으로 그리 당당하게 말하는 것일까?)




생판 부동산의 '부' 자도 모르던 사람들마저 기를 쓰고 갭 투자를 하고,

 

개인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법인을 설립해가면서 아파트를 사고,


세금을 올려도 다주택자들이 감소하지 않고,


전 국민이 부동산 카페 매니아가 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설마 진짜 우리나라 주택 수급에는 문제가 없고, 기존 정책들은 훌륭한데 단지 몇 가지 허점이 있어 일부(?) 투기꾼들이 이를 악용하는 것이라 생각하는가?


당연히 규제만 피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기대하고,

 

세금 내는 것보다 집 값이 더 빠르게 오를 것이라 계산하고,


주택 가격 상승으로 내가 살 수 있는 집이 없어지고 있다는 공포로 인한 것이 아닌가?


그리고 이러한 기대와 계산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는 것은 결국 '서울에 좋은 집, 특히 아파트가 부족하다'라는 명제가 자리 잡고 있는 것 아닌가?




실제로 서울의 주택공급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고,


현재 정부 정책을 보아하니 딱히 제3신도시 이상의 공급 정책도 안 나올 것으로 보이고,


초저금리로 인해 가만히 있으면 돈 값이 똥 값 된다 (인플레이션)

 

세 가지 믿음이 얽히고설켜 서울과 수도권의 집 값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인데,


정부와 여당에서는 여전히 대출 규제, 수요 억제 정책들만으로 이 사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다.


(초등학생들도 3년 동안 같은 문제를 21번이나 틀리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겠다...)


이전 글에서도 지적한 바 있지만


특정 믿음으로 뭉친 사람들의 군중심리를 깨기 위해서는 그 믿음의 근원을 깨야된다.


그 믿음을 해체하지 못하는 대책으로는 사람들의 심리를 움직일 수가 없다.


하지만 지금 정부와 여당의 정책으로는 그 믿음을 깨기는커녕 더 굳건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집을 내놓으려고 하던 사람들도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 기대하게 만들기 때문에


오히려 매물이 실종되는 사태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서울의 집이 부족하다는 사람들의 믿음의 근원을 깨기 위해서는


1) 당장 서울 땅의 25%나 차지하고 있는 그린벨트를 일부 해제하는 한이 있더라도 언제든지 서울에 신규 공급 폭격을 할 수 있다는 공격적인 제스처를 보여주는 방법


2) 노후화된 지역에 개발 인센티브를 강화하여 재개발을 더 빠르게 촉진하는 방법

 

3)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SoC 사업을 일으킬 겸 GTX 및 철도 계획을 더 빠르게 시행하고, 도로 교통을 개선하여 2023년 이전에 수도권 전 지역 1시간 이내 통근권으로 만드는 방법


4) 청와대와 국회의사당, 모든 중앙정부부처를 지방으로 옮기면서 대기업을 대상으로 강력한 리쇼어링 정책으로 정치, 경제의 중심지를 지방으로 옮기는 방법


등과 같이 '사람들의 기대와 예상을 뛰어넘는', '강력한' 정책으로 사람들의 심리와 시장의 분위기, 자금의 흐름을 단숨에 바꿀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당장 서울에 아파트를 100만 채 지어야 된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언제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양질의 주택을 양껏 공급할 수 있다는 제스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예상을 뛰어넘는 정책으로 사람들의 심리를 움직여 정책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능숙한 곳이 바로 미국의 금융경제계이다.


1980년대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당시 미 연준 의장이던 폴 볼커는 기준 금리를 20%까지 올리기도 했고, 벤 버냉키는 헬리콥터를 타고 다니며 돈을 뿌리겠다고 하기도 했고, 이제는 필요하다면 돈을 무제한으로 찍어내어 죽어가는 회사들을 살려내겠다고 선언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미 연준은 회사채 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자금을 공급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실제로 회사채를 매입하는 규모는 5월 12일부터 18일 사이 고작 1조 원 규모를 매입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연준의 제스처가 시장 안정에 주는 효과는 아주 탁월했다.


물론 이러한 정책들이 모두 최상의 결과를 낸 것은 아니지만, 어찌 되었건 그 정책의 시발점이 되었던 목표들 - 물가 안정, 경제 심리 회복 등은 달성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처럼 3년간 효과가 없었던 정책을 그 강도만 바꿔가며 어설프게 쓰는 경우는 없었다는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섣불리 예단하긴 어렵지만


정부의 정책을 비웃는 사람들이 많음에도 당장 서울의 9억 원 이상 주택들이 2015년~2019년 사이의 기간처럼 오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능력이 되는 실수요자들은 이미 주택을 많이 구입한 상황이고, 주택담보대출 가능 액수는 많이 감소하였고, 전세를 낀 투자를 하기에는 전세가율이 너무 낮아지기도 했다. (2015년 전세가율 70% - 현재 50% 수준)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 주택 가격이 더 상승할 기미가 보인다면 정부는 여차하면 투기과열지구의 9억 원 이상의 금액에 대해서는 현행 LTV 20%에서 아예 대출을 막아버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격이 많이 오르고, 추격 매수를 할 주체가 적어지고, 추격 매수자들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줄어드는 것은 어찌 되었건 가격 상승의 동력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초저금리로 인한 유동성의 범람, 인플레이션을 염려하지만, 반대로 많은 이들이 모르고 있는 것은 유동성이 어딘가로 흘러가거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이 단지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고 돈을 푼다고 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아무리 돈을 풀어놓아도 경제 주체들이 이것을 이용해 소비를 하거나 투자를 하지 않으면, 즉 돈을 쓸려고 하지 않으면 경제 주체들 사이에서 돈이 돌지 않아 (화폐 유통 속도가 낮아서) 전체적인 통화량이 증가하지도 않고, 돈이 실질적으로 증가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돈이 실질적으로 증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증거로 우리나라는 한국은행이 몇 년째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이미 2019년부터 인플레이션보다는 디플레이션을 염려할 정도로 물가 상승률이 낮은 상황이었다.


저금리 때문에 아파트 가격은 상승하지 않았느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고, 또 그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금리가 아파트 가격을 상승시켰을지언정 저금리 때문에 화폐 가치가 떨어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게 물가 상승률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소비와 지출을 줄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기에 코로나 19까지 찾아왔으니 당분간 인플레이션이 찾아오긴 어려울 것이다.


특히, 위험해 보이는 것은 코로나 19로 인한 경제 상황 악화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실감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코로나 19는 미국과 유럽에 2차 세계 대전 이후 가장 큰 상처를 남기고 있는 '중'이다.


이 말인즉슨 대외적 환경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보다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2008년에는 금융기관들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에 신용경색이 발생했던 것이 문제라면, 이번에는 실물 경기가 한동안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미국의 실업률은 미국이 반쯤 망할 뻔했던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의 2배에 이르는 상황이고, 유럽은 GDP 감소, 즉 수입 감소가 10%는 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유럽의 더 큰 문제는 유럽연합 체제가 깨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하나의 유럽이라던 꿈은 코로나 19가 발생하자 서로 문을 걸어 잠그고 구호물자를 뺏어가는 싸움으로 인해 산산조각 나버렸다. 이탈리아는 공공연하게 유럽연합이 중국보다 자신들에게 해준 것이 없다고 비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미국과 중국은 경제 문제를 넘어서 (대만을 사이에 둔 국지적인) 군사 분쟁까지도 발생할 수 있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처럼 무제한 항복을 하지 않으면 좀 더 공공연하게 대만을 지원할 것이고, 중국은 올해부터 대만과의 평화통일을 논하고 있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불투명해지고 있는 점도 악재라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기가 있을 때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공화당에서 그래도 도와줄 수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 공화당에서도 공식적으로 무분별한 돈 뿌리기를 중단해야 된다고 반발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상황은 2008년에도 있었던 일이다. 미 연준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거대 금융회사들에게 구제금융을 제공하자 국회에선 연준의 행동에 제동을 걸려고 시도했고, 이에 정치적 부담을 느낀 연준이 리먼 브라더스를 포기하자 미국 금융계는 패닉에 빠지며 금융회사들 간에 거래가 중단되는, 사람으로 치면 피의 흐름이 멈추는 현상이 발생했다.


현 상황에서 미국 행정부와 연준이 무제한 돈 뿌리기를 할 수 없고, 부실한 기업들을 구하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돈을 쥐어주지 못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그것은 현실화되기 전에 소식만으로도 리먼 브라더스 파산급의 충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덤으로, 북한은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점차 도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당장은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신경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므로 북한의 행동을 무시하고 한국 정부의 수습을 위임할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넘지 말아야 할 선으로 규정한 행동 두 가지 - 1) 추가 핵실험 2) ICBM 또는 SLBM 발사 실험 중에 한 가지라도 넘는다면 그때는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알기 어렵다.


현재 주가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회복된 것처럼 보이지만, 경제가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된 것은 아니다.


최근 주가가 회복되며 워렌 버핏을 조롱하는 사람들이나 기사가 부쩍 증가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십 년간 워렌 버핏이 비웃음과 놀림을 받던 시기가 사실 가장 위험한 시기였다는 것이 가슴 한편에 뜨끔함을 남긴다.




다만,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 가격이 상승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현재 한창 떠들썩한 임대차 3법으로 인한 영향일 가능성이 높다. (임대차 3법이라기 보다는 사실상 전세 제도 없애기 3법으로 보이지만)


임대차 3법이 개정될 경우, 여력이 되는 집주인들은 전세 대신 월세로 전환을 하거나, 전세 가격을 더 높게 받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전월세 가격 상승은 집 값을 올리는 에너지로 작용해왔다.


이 법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은 외국의 사례들을 참고하여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 떠들고 있지만, 외국에는 전세 제도가 없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간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전세가 줄고 월세가 늘어 전세 가격은 치솟고, 월세 가격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고, 장기적으로는 전세가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정작 급진적인 정책이 나와야 되는 부분에서는 미지근한 정책이 나오고, 서서히 개선해나가야 될 부분에서는 급진적인 정책이 내세우고 있는 형국이다.



결국 현재 상황에서는 당분간 매수세와 매도세가 모두 실종된 횡보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7월 전까지는 거래허가제도가 발행될 4개 동네와 마지막 갭 투자 열차를 타려는 사람들이 몰려 일부 동네가 들썩거리겠지만 이미 9억, 15억으로 줄 맞춰진 동네들은 큰 폭의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가 무난하게 종식되고, 세계 경제가 V자 반등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한국에 외국계 자금이 유입되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주택 가격은 다시 상승할 것이고,


반대로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경제 충격이 한국에서도 느껴지고, 한국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지 않으면서, 지금처럼 대출을 옥죈다면 주택 가격이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노무현 대통령 임기 말 - 이명박 대통령 임기 초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1) 몇 년간의 거친 상승으로 상승 동력은 서서히 고갈되고,


2) 세계 경제가 큰 위기에 처해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3) 신도시 공급으로 집값 상승 압력이 서서히 감소하는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

현실은 희망과 공포 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다.


사람들이 다 같이 장밋빛 꿈과 희망이 가득한 미래만 바라보거나 일어나지도 않을 일까지 떠올리며 공포에 빠지는 순간, 투자의 기회 또는 위기가 찾아오는 것이다.


지금 부동산 시장은 어떤 국면일까?


언제나 그랬듯

사건이 터지고 난 후 읽는 것은 쉽지만,

사건이 터지기 전에 읽는 것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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