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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바 Oct 12. 2020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정말 빅히트 할 수 있을 것인가?

시장은 어떻게 끊임없이 변하는가

지난주 월요일(10/5)과 화요일(10/6)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의 기업공개(IPO) 신주 공모 청약 신청으로 시장이 떠들썩했습니다.


전 세계 아이돌 시장의 정점에 오른 방탄소년단(이하 BTS)이 속한 기업이었기에 사람들에게 친숙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올해 있었던 앞선 기업공개(IPO) 사례에서 기업들이 상장만 하면 초반 며칠 안에 큰 폭의 상승을 하는 모습을 보여왔기에 사람들은 이번에도 청약 물량을 받기만 하면 며칠 안에 큰 이익을 볼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영혼까지 끌어모아 청약 신청을 하느라 바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청약 첫날은 기관의 사전 수요예측보다는 상당히 낮은 경쟁률을 보이면서, 예상보다는 흥행이 되지 않는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결국 카카오 게임즈 못지않은 큰 자금이 몰리면서 대흥행으로 청약 신청이 마감되었습니다. (청약 첫날 갑자기 여당에서 BTS 군면제 타령을 해댔던건... 우주의 기운이 빅히트로 향하기 때문이었나?)


올해 주식투자자들은, 특히 올해 처음 주식투자를 시작한 분들은 신주공모 청약이 위험은 낮고 이익은 큰 기회라고 판단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해당 기업들의 주식이 장외 시장에서 이미 공모가의 몇 배나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으므로 공모 가격으로 신주를 받으면 그 즉시 팔기만 해도 큰 이익이 난다는 논리입니다.


이처럼 투자의 세계에서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동일한 자산이 서로 다른 시장에서 다른 가격으로 거래가 되고 있을 경우 가격이 낮은 시장에서 매수하여 가격이 높은 시장에 매도하는 식으로 거래하여 큰 위험 없이 이익을 볼 수 있는 거래를 무위험 차익거래(Risk-free arbitrage)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어떤 물건이 우리나라에서는 1000원 하는 것이 미국에선 10달러에 팔리고 있다면 환율 및 운송 비용 등 다양한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가격 차이가 비정상적으로 크게 나고 있으므로 누군가는 우리나라에서 그 물건을 대량으로 구매하여 미국에서 판매한다면 큰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식의 현물과 선물의 가격 차이를 가지고도 이러한 거래를 수행하기도 합니다. 이론상 너무 큰 차이가 나지 않아야 되는 현물과 선물이 서로 가격 차이가 지나치게 많이 날 경우, 가격이 지나치게 고평가 되고 있는 쪽은 매도를 하고 저평가되고 있는 쪽은 매수를 하여 두 자산의 가격 차이가 다시 좁혀질 경우 양쪽 모두에서 이익을 볼 수 있습니다.


기업 IPO 사례에서는 초기 공모가가 적정 가격(이 경우 장외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던 가격)보다 한참 낮게 산정되었을 경우 공모를 받는 것만으로도 이익을 볼 수 있는 무위험 차익거래의 일종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빅히트는 정말 위험은 적고 큰 수익의 가능성은 높은 투자기회라고 할 수 있을까요?


사실 단기간에 국한된 주가의 방향을 섣불리 예단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행동입니다. 흔히 투자의 구루들은 기업의 주가는 결국 최종적으로는 기업의 본질 가치에 수렴하지만 단기간에 국한했을 때는 가치와 상관없이 들쑥날쑥 있다고 경고합니다. 심지어 어떤 경제학자들은 주가의 움직임이 술 취한 사람의 행보와 같이 랜덤 하므로(무작위적이므로) 개별 기업에 대한 분석은 갖다 버리고 인덱스 투자만을 해야 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보통 개별 기업에 대한 주가 전망은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지 않는 편입니다. 제가 사용하는 거시적/미시적, 펀더멘털/기술적 분석 혼용 방식이 제게는 유용할 수 있어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적합하지 않거나 잘못된 오해를 전달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빅히트의 상장 사례를 논하는 것은 단순히 빅히트라는 기업의 주가 전망에 대해 논하고 싶은 것보다는 투자 경험이 많지 않은 분들에게 "시장은 이처럼 끊임없이 변하는 곳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좋은 케이스 스터디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빅히트의 초반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청약을 신청하셨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주가가 초반부터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상승이 크지 않거나 되려 하락을 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빅히트의 상장 초기 사람들의 기대보다 더 빠르게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점치는 것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들이 있습니다.



1. 사람들은 빅히트의 기업가치(Valuation)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새로 상장하는 기업들에 대해 사람들이 열광하는 모습은 사실 올해 처음 일어나는 일은 아닙니다. 주식시장에 돈이 몰릴 때면 사람들에게 희망을 팔아 돈을 버는 기업 IPO는 늘 많이 일어나곤 했습니다. 그래서 켄 피셔는 주식시장의 거품 여부를  기업 IPO 횟수를 가지고 가늠한다고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 입장에선 가장 높은 기업 가치를 산정받을 수 있을 때 상장하기를 원하는데, 아무래도 일반 대중들이 전반적으로 주식시장에 관심이 많을 때야 말로 가장 높은 기업 가치를 받기가 쉬운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높은 기업가치(주가)를 평가받을 경우 기업이 주식 공모를 통해 더 많은 투자금을 받을 수 있고, 초기 투자 자본들이 가장 비싼 가격에 탈출할 수 있습니다.


이는 현대 주식시장에서만 일어나는 일도 아니고, 지난 18세기 주식/선물 시장이 처음 생겨났을 대부터 늘 있었던 일이기도 합니다. 거대한 거품이 발생할 때는 늘 거품을 발생시키는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이하 BM)을 따라 하는 기업들의 신규 상장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곤 했습니다. 과거 18세기 영국에서 남해주식회사 거품이 발생하자 남해주식회사와 유사한 BM을 가진 회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상장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2000년대 초반 IT기술 거품이 발생하자 인터넷 사업 모델을 내세운 기업들이 우후죽순으로 상장하기도 했고, 2017년 비트코인 열풍이 불자 하루에도 수십 개씩 새로운 암호화폐들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지나고 나면 이런 신규 상장 기업 또는 자산에 대한 투자는 매우 어리석은 투자로 결론이 나곤 했지만, 그런 거품이 발생할 당시에는 손쉽게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기회로 여겨지곤 했다는 것입니다.


신규 상장하는 기업 또는 새로운 종류의 자산에 대한 투자는 사실 경험이 많지 않은 투자자들이 매우 조심해야 할 투자 중 하나입니다.


보통 IPO를 하는 기업들은 오랜 업력을 자랑하는 기업이 아닌 경우가 많고, 그 기업이 속한 산업의 역사도 오래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신규 상장하는 기업들은 가장 높은 평가를 받기 위해 아직 존재하지 않는 기술력이나 사업을 자랑하기도 쉽습니다. 이 말은 신규 상장하는 기업은 그동안의 성과를 평가하기도 어렵고, 비교 대상도 많지 않으며,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미래에 대한 기대가 부풀려지기 쉽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보통 IPO를 하는 기업들은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보기에는 판단하기 어려운 신기술, 신사업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장 올해 상장을 했던 블록버스터급 IPO 기업들인 SK바이오팜과 카카오 게임즈의 경우, SK바이오팜의 신약 개발 가능성이 얼마만큼 될 것이며 카카오 게임즈의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가치가 얼마만큼 되는지 알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었을까요? 아마도 다들 'SK 그룹이 밀어준다는데 잘되지 않겠어?' 라거나 '카카오라는 이름이 있는데 당연히 플랫폼으로써 가치가 국내 1위 아니야?'라는 식의 기대감만으로 투자를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빅히트의 사례는 다릅니다. 빅히트는 BTS라는 확실한 캐시카우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므로 수익 창출이 현실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에서는 SK바이오팜이나 카카오 게임즈보다는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BTS라는 상품에 대한 평가는 제약사의 신약 개발 가능성이나 플랫폼 사업자의 성공 가능성보다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 높은 주가를 받기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빅히트는 지난해와 올해 매출 모두 약 5천억 원, 영업이익은 1천억 원 정도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BTS라는 사실상 단일 아티스트만으로도 이렇게 큰 매출과 영업이익, 그리고 영업이익률이 20%나 된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빅히트의 상장 시 기업가치는 빅히트의 1년 치 영업이익을 48년 치 모은 정도 수준(시가총액 4조 8천억 원)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렇게 높은 기업가치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BTS가 매년 지금보다 더 큰 수익을 올리거나, 아니면 TXT나 세븐틴 등 다른 아티스트들이 BTS급으로 성장을 해야 합니다.


전 세계 여자 아이돌 계의 BTS로 성장하고 있는 블랙핑크를 보유한 YG 그룹(YG 엔터테인먼트 + YG PLUS)의 시가총액은 10월 초 기준으로 약 1조 3천억 원 수준이고, 연간 영업이익을 빅히트의 절반인 500억 원 정도 낼 수 있고 세계에서 두 번째 규모의 음악 시장인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JYP 엔터테인먼트의 시가총액도 1조 3천억 원입니다.


이는 빅히트의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거나, YG나 JYP의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되어 있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는 정도의 차이로 볼 수 있습니다. YG와 JYP가 지나치게 저평가된 것이라면 빅히트 상장을 기회로 주가가 상승할 수도 있는 것이지만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빅히트 상장 일정이 정해진 이후 오히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발을 빼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그렇다고 이들이 빅히트에 집중할 자금을 모으기 위해 다른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을 매도하고 있어 보이진 않습니다.)


그렇다면 BTS가 매년 2019년, 2020년보다 돈을 더 잘 벌어들이거나 다른 아티스트들이 BTS급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BTS가 군입대를 앞두고 있다는 점, BTS 멤버들의 평균 나이가 적지 않다는 점, BTS 정도의 성공이 쉽게 나오기 어렵다는 점에서 굳이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어도 긍정적인 전망을 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빅히트의 비즈니스 모델이 다른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에 비해 특별히 다른 독점적 해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BTS의 성공 전략은 이미 다른 엔터테인먼트 3사가 모두 따라 하고 있는 상황이며, BTS를 제외한 나머지 아티스트 라인업과 팬덤은 다른 엔터테인먼트 3사의 아이돌 그룹들이 결코 밀리지 않는 상황입니다.


물론 빅히트 측에서도 이러한 고평가를 정당화하기 위해 빅히트는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아닌 플랫폼 기업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빅히트가 말하는 비대면 채널 아티스트 플랫폼이라는 것 또한 이미 다른 엔터테인먼트 기업들도 진출을 하고 있는 상황이고, 이러한 각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플랫폼은 각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소속 아티스트들과 팬들에게나 유의미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입니다. 한마디로 그 플랫폼이라는 것도 결국 BTS가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는 채널이라는 것입니다. (기존 아티스트들이 이미 사용자가 많은 유튜브나 네이버라는 플랫폼을 버리고 굳이 빅히트의 플랫폼으로 옮겨가야 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변수는 있습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기점으로 시장에서 기대하고 있는 한한령이 해제가 된다면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비롯한 게임, 화장품, 여행 산업들의 밸류에이션은 한층 더 높게 평가받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위에서 설명한 이러한 단순한 분석은 개인투자자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투자자들은 빅히트를 SK바이오팜이나 카카오 게임즈보다 더 냉정하게 평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투자자들이 냉정함을 유지하면 단기간 급상승은 발생하기 어려운 법입니다.




2. 투자자들은 끊임없이 학습하고 변한다.


빅히트 신주 공모 청약을 신청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올해 있었던 블록버스터급 IPO 사례였던 SK바이오팜과 카카오 게임즈의 신규 상장 사례를 살펴보았을 것입니다.(물론 이런 것도 안찾아보고 그냥 투자하는게 요즘 유행(?)인 것 같지만...)


SK바이오팜이 처음 상장하던 당시 외국인 투자자들은 청약으로 배정받은 물량을 처음부터 줄곧 내다 팔기 시작했습니다. 기관 투자자들은 연기금이 상장 초반 매수를 했을 뿐 큰 거래가 없었고, 보호예수가 풀린 최근에서야 대거 매도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SK바이오팜은 결국 개인의 매수세가 한계에 다다른 시점부터 가격이 흘러내리기 시작하여 결국 현재 가격은 상장 둘째 날 상한가 가격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다시 하락하고 말았습니다. 두 번째 날 상한가 따라잡기를 시도한 분들은 지금 이미 큰 손해를 보고 있다는 뜻이죠.


카카오 게임즈는 이보다도 힘이 부족했습니다. 카카오 게임즈는 상장 초반부터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청약으로 배정받은 물량을 내다 팔기에 급했습니다. 이로 인해 상장 세 번째 날부터 가격은 크게 하락하기 시작하여 현재 가격은 신주 공모 배정을 받은 분들 입장에서는 아직 수익이 나고 있는 상황이지만 첫날부터 상한가 따라잡기를 시도한 분들도 손해가 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와 같은 앞선 사례들은 이번에 빅히트를 눈여겨보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의 행동도 바꿀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각종 카페와 블로그 등에서 공공연히 빅히트는 처음 공모를 배정받은 것이 아니라면 섣불리 따라잡기 매수를 해서는 안된다고 경고를 하는 분들이 많은 상황입니다.


안 그래도 빅히트는 앞선 사례들보다 고평가 논란이 많은 상황인데 이와 같이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따라잡기를 해선 안된다는 교훈이 덧붙여진 상황인 것입니다.  이것은 결국 추격매수 심리의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은 상한가 또는 하한가를 매우 쉽게 생각하지만, 사실 주식시장에서 상한가 또는 하한가는 매우 특별한 사례입니다. 상한가가 발생한다는 것은 어떤 특별한 계기로 기업이 재평가를 받으면서 단 하루 만에 기업 가치가 무려 30%나 높게 평가를 받는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을 살려는 사람이 주식을 팔려는 사람보다 압도적으로 많아야만 성립이 가능한 이벤트입니다. 중요한 것은 상한가는 높아진 가격에도 불구하고 살려고 안달이 난 사람은 많고, 팔려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야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상한가는 투자자들이 냉정하게 판단하고 추격 매수 심리가 크지 않을 때는 쉽게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냥 상한가도 쉽지 않은 일인데, 하물며 따상은 하루에 기업 가치가 무려 160%나 상승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시가총액이 몇조 원이 넘는 기업이 하루 만에 기업 가치가 두배가 넘게 상승한다는 것은 공모가 산정이 정말 크게 잘못되었을 때나 가능한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매수 에너지가 어마어마하게 많이 몰려야만 가능한 일인 것이죠.


과연 이 기업들 중 최초 공모가 이상으로 크게 가격이 오른 기업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래서 이번에는 기존 사례들과는 다르게 흘러갈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입니다. 앞선 사례들로 개인투자자들도 학습이 되었고, 이와 같은 학습은 다른 행동을 만들어내기 쉽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런 점이 투자자들로 하여금 (헤라클레이토스의 말처럼) 똑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금 수 없게 만드는 원인입니다. 우리는 늘 역사가 반복된다고 믿지만 정확하게 똑같이 반복되는 역사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늘 자신이 축적한 지식과 정보, 경험과 역사를 통해 자신의 행동을 수정하기 때문입니다.


시장은 늘 변하고, 지금까지 잘 통하던 방법이 앞으로도 잘 통한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에 투자는 아주 어렵고 힘든 과정입니다.


최근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CEO 레이 달리오가 유명해지면서 시장의 변동성을 극복하기 위한 브리지워터의 올웨더(All Weather) 포트폴리오라는 것이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이 올웨더 전략이라는 것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모른 채 그저 여러 가지 자산에 분산을 하면 올웨더라고 착각을 하고 있습니다.


올웨더 전략의 핵심은 단순히 자산의 분산투자나 경기 상황에 따른 포트폴리오 조정이 아닙니다. 올웨더 전략의 핵심은 '1. 시장은 예측불허로 끊임없이 변한다', '2. 변화한 시장 환경에 따라 상관관계가 전혀 없는 자산들을 골라 매입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주식, 채권, 금, 원자재 등에 25% 씩 분산하여 투자한다'는 것이나 '지금은 성장률 증가 시기이므로 주식에 더 많이 투자하고 채권에 덜 투자한다'와 같은 단순한 방법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지금은 한국의 주식 시장과 영국의 국채 시장이 서로 연결고리도 없고 움직임에서 상관관계가 없으므로 분산 매입한다고 하더라도, 만약 시장 상황이 바뀌면 한국의 주식시장과 영국의 국채시장이 서로 연결고리가 생기면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브리지워터의 올웨더 전략은 이렇게 시장 상황이 바뀌면 두 자산 중 하나는 매도하고 그만큼 전혀 상관관계가 없는 다른 자산을 다시 매입하여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만 합니다.


"그런 걸 일반 개인투자자가 어떻게 따라 하냐?"라고 물으신다면 정확하게 지적하신 겁니다. 브리지워터의 올웨더 전략이란 평범한 개인투자자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방법이며, 브리지워터 또한 이러한 방법이 늘 성공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브리지워터의 올해 손실도 상당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모든 투자자가 명심해야 될 것은 시장은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입니다. 어제 통하던 방법이 반드시 내일도 통한다는 법은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됩니다.




3. 결국 방향은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에게 달려 있다.


흔히 개인투자자들은 기관 투자자들과 외국인 투자자들을 적대시하곤 합니다. 자신이 입은 손해가 특정 세력에 의한 것이라고 돌리면 해석도 편하고 마음도 편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이렇게 이야기하는 투자자는 자신이 참여하고 있는 게임의 규칙을 모르는 투자자일 뿐입니다.


모든 투자는 자신이 가진 투자 철학과 방법론에 따라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투자자를 경쟁 상대로 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흔히 워렌 버핏이 자신은 거시 경제 예측을 위해 애쓰지 않는다거나 자신이 보유한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면 오히려 더 즐겁다고 표현하는 것은 그의 투자철학이 일종의 영구채 투자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워렌 버핏은 자신이 투자하는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는 주체가 개인투자자이던지 기관 투자자이던지 신경을 쓰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누군가의 행동으로 인해 내가 보유한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거나 상승하는 것에 민감하다면 이것은 조만간 멀지 않은 미래에 주식을 매도할 의향이 있다는 뜻일 것입니다. 즉,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고 '나보다 더 늦게 행동하는 바보가 기꺼이 더 높은 가격에 매수하는 경우'를 노리고 투자를 하는 것이지요.


이처럼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고 투자를 하는 것이라면 자기 자신을 제외한 모든 투자자(개인, 기관 외국인 모두)는 아군이 될 수도 있고, 적군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때는 오히려 기관과 외국인을 적대시하기보다는 그들의 생각과 움직임을 읽고 자신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이익을 가능성을 키우고 손실 가능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보통의 경우 개별 기업 주식의 가격은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의 움직임에 따라 바뀌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모든 자산의 가격은 사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팔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보다 급할 경우 오르고, 파는 사람의 마음이 사는 사람의 마음보다 급할 경우 내립니다. 이 과정은 투자자들의 의견이 얼마나 일치, 단결되느냐가 관건입니다. 특정한 사건이 발생하여 투자자들 다수가 일치될 경우 가격의 변화가 더 빠르게, 더 크게 변할 수 있고, 투자자들이 제각각 의견이 다를 경우 가격 변화는 느리고 그 폭도 그리 크지 않습니다.


그런데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그 숫자가 너무 많고 직접적인 의견 교환이 서로 되지 않기 때문에 생각을 일치시켜서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어떤 특정한 호재나 악재가 발생할 경우 개인투자자들도 생각이 일치되어 움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뚜렷한 변화가 없을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생각은 중구난방으로 다르기 마련입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가진 돈이 아무리 크더라도 가격 결정력이 크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는 그들이 움직이는 돈이 개인투자자들이 동원할 수 있는 돈의 합보다 크기 때문에 가격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생각이 일치되기 쉽기 때문에 가격을 움직이는 힘으로 작용하기 쉽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이 주가의 상승과 하락에 5:5로 팽팽하게 맞선 상황에서는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아주 조금만 어느 한쪽에 힘을 실어주어도 6:4나 7:3으로 힘의 균형이 깨지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오해를 해선 안 되는 것은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기관 투자자나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동향을 보고 따라서 매수를 하는 것이 수익을 보장하진 않습니다.)


지금 빅히트에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은 대부분 5년 뒤, 10년 뒤를 생각하고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단기간에 얼마나 오를 수 있을까?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만큼 상승할 수 있을까? 만으로 생각하고 투자하는 분들이 대다수인 상황입니다.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이 단기 시세차익에 대해 논할 뿐, 장기적인 기업 성장이나 주주가치에 대해 논하고 있진 않습니다.


개인투자자들 대부분이 이처럼 단기 시세차익만으로 노리고 눈치 게임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결국 단기 주가는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으로 공이 넘어가게 됩니다.


그렇다면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빅히트라는 기업의 가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다음의 뉴스 기사가 그 힌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매일경제 - 빅히트 청약 기관의 절반…"상장 첫날 팔 수 있다" (9/28) 기사 中 ]

그러나 글로벌 투자자들은 국내 기관과 달리 빅히트의 공모가를 비교적 보수적으로 평가했다. 청약에 참여한 모든 곳(총 333개)이 밴드 상위 75%~100% 사이의 가격을 써냈다. 밴드 상단(13만 5000원) 초과 가격을 쓴 기관은 총 422곳이었는데, 모두 국내 기관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기금 관계자는 "수요예측 결과를 보니 국내외 기관들의 상반된 평가가 두드러진다"며 "해외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들이 빅히트의 공모가를 싸다고 판단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을 일정 기간 팔지 않기로 하는 의무보유 확약(보호예수) 비율은 43.9%였다. 역대급 청약자금이 몰렸던 SK바이오팜(81.2%), 카카오 게임즈(58.6%)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확약을 제시한 기관 중 절반가량인 49.4%가 1개월을 택한 점이 눈에 띈다. SK바이오팜은 확약 비중이 무려 81.2%였으며 이 중 절반 가량이 6개월이었다. 카카오 게임즈의 확약 비율은 58.6%였지만, 전체 확약 비중에서 1개월이 무려 49%에 달한다. 카카오 게임즈 주가가 상장 직후 SK바이오팜보다 빠르게 약세로 돌아선 것도 단기 확약 비중이 높은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개월 확약으로 주식을 배정받은 기관들은 내달 10일부터 카카오 게임즈 주식을 팔 수 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빅히트의 '따상(공모가 최상단 확정 후 첫날 상한가로 마감하는 것)' 가능성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이론적으로 공모주를 받은 기관의 최대 56%가 상장 직후 팔아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수요예측 마감 직전 국내 자산운용사들 사이에선 눈치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1·3개월 중 확약기간을 얼마로 제시하느냐에 따라 배정물량이 천차만별 이어서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존 주주들의 보호예수 기간이 6개월인 점, 사업모델이 BTS에 치우친 점을 고려해 3개월 미만으로 확약을 냈다"며 "외국계 위주로 물량이 배정된 점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09&aid=0004665450


빅히트의 신규 상장 물량 중 60%에 해당하는 428만 주 정도의 물량은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배정됩니다. 이 중 56%에 해당하는 약 240만 주에 해당하는 물량은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상장 첫날 매도할 수 있습니다.


보호예수 확약 기간을 장기간으로 제시할수록 더 많은 물량을 배정 받음에도 불구하고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SK바이오팜이나 카카오 게임즈보다도 확약 기간을 더 짧게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만큼 오래 보유하고 있기에는 공모가가 너무 높다는 평가인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만약 빅히트가 첫날 따상을 할 경우 공모가 대비 160% 상승을 하게 되고, 그러면 시가총액은 무려 12조 원 / PER은 124에 다다르게 됩니다. 이 경우 빅히트의 기업가치는 SK바이오팜은 물론이고, 삼성전기, 아모레퍼시픽,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보다도 높게 평가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과연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 중 빅히트가 삼성전기나 아모레퍼시픽보다 더 높은 가치를 지녔다고 판단하는 투자자가 얼마나 있을까요?


다만,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처음부터 모든 매도 물량을 던져 가격을 폭락시키는 행동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도 결국 자신들이 보유한 상품(빅히트 주식)을 소비자(개인투자자)에게 최대한 높은 가격에 팔고 싶어 할 것이기 때문에 섣불리 파티 분위기를 망치기보다는 가격이 크게 하락하지 않는 선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추격 매수세를 봐가며 매도 물량을 조절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현재 상황에서는 빅히트가 곧 코스피200 지수나 각종 ETF 지수에 편입될 예정이므로, 특히 국내 기관 투자자들은 모든 보유 물량을 매도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한한령 해제 등 호재 뉴스가 나타날 경우 매도가 멈추면서 추가적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상 짧은 식견으로 몇 가지 이야기를 적어보았습니다.


어쩌면 이 글이 무색하게 빅히트는 상장 초기부터 승승장구할지도 모릅니다. BTS는 지금보다 더 성공하여 인류 역사상 최고의 아티스트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이 글의 예측이 틀린 것으로 나타나더라도 '시장은 끊임없이 변하고, 역사는 동일하게 반복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만큼은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잘 전달되었기를 바랄 뿐입니다.


아무쪼록 이 글이 읽으시는 분들의 투자 성공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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