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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바 Jan 22. 2020

OTT, 구독경제, 공유경제, 산업 생태계를 뒤흔들다

얼마 전 구독경제의 아이콘이자 TV를 넘어서 영화계까지 흔들고 있는 세계적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의 국내 이용 인구가 300만 명을 넘어섰다는 기사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넷플릭스가 안착하자 왓챠, 웨이브 등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OTT 서비스도 덩달아 활발해지며 국내에서도 OTT 서비스라는 용어가 익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OTT는 Over The Top의 줄임말로써, 직역한다면 Top을 넘어선다 이런 뜻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Top은 TV를 뜻할 수도 있고, 기존에 VOD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사용되던 셋탑박스(Settop Box)를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셋탑박스라는 말 또한 TV의 상단(Top)에 설치되는 장치라는 뜻입니다. 정리하자면 OTT 서비스는 기존 TV와 VOD 서비스와는 달리 인터넷 연결만 되어 있으면 언제 / 어디서 / 어떤 기기를 이용해서라도 영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세계적인 OTT 서비스들


이러한 OTT로 인해 덩달아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구독경제입니다. 사실 구독경제는 우리에게 낯선 개념은 아닙니다. 기존에도 신문처럼 매달 구독료를 내고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받는 서비스 모델이 있었습니다. 다만, 과거에는 신문, 잡지, TV, 인터넷 서비스 등 일부 영역에만 국한되어 서비스되던 것이 정보화 혁명의 힘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기존과는 달라진 점입니다. 유통 분야에서는 주기적으로 필요한 것들에 대해 정기배송 서비스가 발전하고 있고, 오프라인 서비스업에서도 일정 비용을 내면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델이 발전하고 있으며, 기존 렌털 산업 또한 가전제품을 넘어서 침대와 가구, 자동차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구독료를 내고 이용하는 종류에는 한번 구매하면 오랫동안 쓸 수 있는 내구재를 내가 필요할 때 사용한 만큼 돈을 내고, 내가 사용하지 않을 때는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는 개념의 서비스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일정한 구독료를 내면 다른 사람들과 공용으로 쓰는 자전거나 자동차를 쓰는 서비스들이 있습니다. 이와 같이 물건이나 공간을 여러 사람들이 서로 필요할 때 사용하고, 사용한 만큼 돈을 내는 서비스들을 공유경제라고 합니다. 해외에서는 자동차를 공유한다는 개념의 우버와 집을 공유하는 에어비앤비, 사무공간을 공유하는 위워크 등이 큰 성공을 거두고 있고, 국내에 대중화된 서비스로는 자동차를 빌려주는 쏘카와 그린카 등이 있습니다.


세 가지 모두 특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단지 '이런 신조어도 있구나'라고 감탄만 하고 넘어갈 수 없는 중요한 개념이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통해 저 자신도 한번 정리를 할 겸 소개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구독/공유 경제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것은 사람들의 변화와 IT기술의 변화가 서로 맞물려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사람들의 변화를 살펴보겠습니다. 1945년 세계 2차 대전이 끝나기 전까지 세계는 선진국, 후진국 할 것 없이 주기적으로 겪는 전쟁과 혁명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습니다. 가장 앞서 나가던 선진국이라 하더라도 전쟁과 혁명의 혼란에 휩싸이기 일쑤였고,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그 혼란의 틈에서 안정된 삶을 꾸리고 편안하게 사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인생의 목표란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자신이 가진 것을 잘 지켜내면서, 많은 자식들을 안전하게 낳아 기르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사회가 안정되고, 산업이 발전하고 풍족해지면서 사람들의 생각과 가치관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2차 대전 이후 많은 선진국들에선 '전쟁'이란 단어는 사라졌고, 특별히 범죄를 겪지 않는 이상 생존에 직접적인 위협을 받을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모든 선진국들에서 사람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갖고,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생겨났습니다.


1945년 세계 2차 대전이 끝난 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는 이러한 변화의 조짐이 시작된 세대였고, 더더욱 안정되고 풍족한 환경에서 자라난 이른바 에코붐 세대, 밀레니얼 세대는 할아버지 세대와는 완전 다른 사고방식의 소유자들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생존과 가족을 이루기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삶이 아닌 각자 인생을 즐기고 원하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 삶의 목표로 자리 잡은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를 대변하는 것이 바로 출산율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청년들이 돈이 없어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진단을 내리고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이 의견에 그리 큰 공감을 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통계청 설문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국내 결혼 적령기의 인구 중 돈이 없어 못하고 있다는 의견은 40%에 불과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40%라는 비중이 적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나머지 60%의 사람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를 모두 '돈'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는 주요 이유로 '결혼이나 출산을 선택하는 것이 장차 예상되는 자신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것이 아닌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자신이 즐겨오던 모든 것들이 주는 행복과 결혼과 출산을 했을 때 새롭게 얻을 수 있는 행복을 비교했을 때, 전자가 후자보다 앞서기 때문에 기존 삶의 양식을 포기해야 될 유인을 얻지 못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유부남, 유부녀들이 절대 결혼하지 말라고 하도 노래를 불러대서...) 여기서 설명하는 예상되는 행복에는 금전적인 예상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결혼과 출산을 했을 때 더 아끼고 더 풍족하지 못한 생활을 감내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미국, OECD 평균, 유럽, 한국 출산율 변화 1960 - 2017 ( 출처 : OECD )


자료를 살펴보면 베이비붐 세대가 아이를 낳기 시작한 1970년대부터 주요 선진국들의 출산율은 하락 추세에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최근 미국에선 40대 고학력 백인 여성의 출산율이 증가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것을 의학의 발달로 40대 이후 노산이 가능해지자 고학력 백인 여성들을 중심으로 젊은 시절에 아이 낳기를 뒤로 미루고 있는 현상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시대별 인기직업만 보더라도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는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 1980년대 민주화 이후로는 전문적이고 안정적인 직업이 인기가 있었던 것에 반해 최근에는 연예인이나 유튜버 같이 '자신이 놀듯이 즐기면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화려하고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높은 직업'들이 인기를 끄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사람들은 변했습니다. 이제는 사람들이 더 이상 과거처럼 알뜰살뜰 돈을 모아 커다란 물건을 사는 방식에 메리트를 느끼지 못합니다. 차라리 전체적인 비용이 조금 상승하더라도 지금 당장은 큰돈이 들지 않는 방식으로 비용을 지불해가며 더 좋은 물건을 쓰고, 더 편한 방식으로 살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초기에 적은 돈을 들여 물건을 사용하다가 나중에 더 좋은 것이 나오면 언제든지 바꾸는 것이 훨씬 매력적인 삶의 시대가 된 것입니다.


문제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행복이 인생에 최우선이 되었지만, 정보화 혁명 이전까지는 당장 갖고 있는 돈이 많지 않다면 이러한 삶을 추구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소장하기 위해서는 비디오 또는 DVD 플레이어를 구매하고, 수십, 수백 개의 비디오와 DVD를 구매해야만 했습니다. 외국에 나가 호텔에서 머무는 것이 아닌 현지인들처럼 살아보기 위해서는 전문가를 찾아가 렌트를 알아봐야만 했습니다. 차를 사기는 싫고 필요한 때만 차를 쓰기 위해서는 렌터카 업체 매장을 찾아가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정보화 혁명이 시작되면서 너무도 쉽게 클릭 몇 번만으로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해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시대는 바뀌었습니다. 여기에는 앞서 다른 글들에서도 설명한 바와 같이 고객들이 어떤 것을 얼마만큼 사용했는지 측정할 수 있는 기술과 재고와 유통, 제품 관리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기술이 발전한 점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이제는 온라인 서비스가 아닌 오프라인 재화/물건들 조차도 얼마만큼 사용했는지 측정할 수 있고, 적절한 재고를 관리하고 필요한 물건을 주문하는 것이 쉬워진 것입니다.


공유 자동차 서비스를 예로 들면, 예전에는 고객들이 어떤 차를 얼마만큼 사용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고객들이 며칠씩 차를 빌리는지 측정하거나, 아니면 같이 탄 사람이 미터기를 켜고 측정하는 방법밖에는 없었습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사용한 만큼만 비용을 낼 수 없어서 불만족스러웠고, 기업 입장에서는 자동차 관리가 쉽지 않아 고객에게 필요 이상의 비용을 요구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고객과 자동차에 부착된 시스템이 자동으로 고객이 자동차를 사용한 거리를 측정하고, 자동차의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자동차의 상태 관리가 쉬워지고, 자동차 관리에 투입되는 인력도 감소했습니다. 그러자 고객과 기업의 비용이 모두 낮아질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와 같은 흐름은 이미 저명한 학자들이 예상을 했던 흐름이었습니다. 대표적 미래학자인 제레미 리프킨은 2000년대 초반 <소유의 종말>에서 앞으로는 '소유'가 아닌 '접속'과 '이용'의 시대가 될 것임을 예측한 바 있습니다. 이미 20년 전에 사람들의 변화와 기술의 변화가 가져올 흐름을 정확하게 예측했던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이제 이와 같은 변화가 점차 가속화되어 집과 자동차, 그리고 전자제품, 가구 등으로 대변되는 내구재 시장을 완전히 뒤바꿀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쉽게 예를 들자면, 기존에는 고객이 직접 자동차 브랜드를 골라 차를 사고 이것을 운전하여 이동하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어떤 이동 플랫폼만 고르고 이동할 곳들만 입력하면 (자동차 브랜드와 상관없이) 필요한 자동차가 자율주행으로 고객의 집 앞까지 찾아와 고객을 태우고 필요한 곳으로 자동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대략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나왔던 이동수단 같은 느낌처럼 변할 것이라는 말입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속 자동차 ( 출처 : 20세기 폭스 )


최근 현대자동차가 모빌리티(Mobility) 기업으로의 변화를 선포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변화의 흐름을 예측한 결과입니다. 우버를 이용하는 고객이 우버의 차량 브랜드가 무엇인지 신경 쓰지 않듯이, 앞으로 자동차 시장이 이동 플랫폼 시장에 종속된다면 고객 입장에서는 자동차 브랜드를 신경 쓰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구독/공유경제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자, 기존 산업 생태계를 뒤흔드는 지진과 같은 효과를 만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비자들은 많은 비용으로 무언가를 소유하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점차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경험과 행복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결국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업들만이 살아남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구독/공유경제로 인해 모든 것이 좋아지는 것만은 아닙니다. 자원을 공유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그 자원을 이용하려고 하는 시기가 유사한 경우가 많아 사실상 공유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과 공유경제를 표방하는 많은 기업들이 사실상 노동자들을 플랫폼 종속화시켜 더욱 착취하게 된다는 점, 그리고 많은 구독경제가 일단 더 많은 고객들을 끌어들여 투자 유치를 받기 위해 사실상 적자운영을 하고 있다는 점 등은 구독/공유경제가 넘어야 될 산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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