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모두 미국 다우존스 지수 1897 - 2020년 3월까지의 데이터로 뽑은 것이다.)
#1.
하루만에 -5% 이상 하락한 날이 2일 이상 있었던 해는 1929년 ~ 1940년(대공황), 1987년(블랙 먼데이), 2008년(리먼 브라더스 사태), 그리고 2020년까지 총 4회이다.
#2.
-5% 이상 하락한 날을 세어보면
- 대공황기인 1929년 8일, 1930년엔 3일, 1932년엔 21일이 있었고
- 블랙 먼데이가 발생한 1987년엔 2일
-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발생한 2008년 9~10월에는 9일이 있었다.
(이때 발생한 패닉 사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기 보다는 '리먼 브라더스 사태'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할듯 싶다. 미 연준이 리먼 브라더스를 포기하면서 어떤 금융회사가 망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휩쓸었던 때이기 때문이다.)
#3.
연도별로 따졌을 때, 1901~2020년 중 1회 이상 -5% 초과 하락이 발생한 경우는 총 30해 이다.
-5% 이상 하락이 2회 이상 있었던 해는 아주 드물지만, 1회 정도 있었던 해는 그리 드물지 않은 것이다.
다만, 1980년대 이후로 한정했을 경우 87년, 88년, 89년, 97년, 98년, 00년, 01년, 08년, 11년, 20년으로 더 드물어진다.
이때 주목할 것은 2007년에는 패닉장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패닉이 발생한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때문에 미국 경기가 침체된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가 아니라,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어떤 금융회사가 망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찾아왔을 때이다.
#4.
불확실성은 공포를 낳고, 공포는 패닉을 낳는다.
현실 세계에서는 세계 각국이 서로서로 사이좋게(?) 입국금지를 시키는 전무한 일이 발생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입을 열수록 미국 정부는 전혀 준비되어있지 않다는게 드러나고 있으며,
투자자들의 신흥 종교였던 연방준비위원회는 이번 사태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퍼지고 있다.
기존 경제학 이론들로는 이러한 상황에서 대처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케인즈가 살아 돌아온다면 무슨 처방을 내렸을까 몹시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과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무력감이 실제 발생하고 있는 일보다 더 큰 공포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앞서 이전 글들에서 경제위기가 발생하기 위한 조건으로
1. 많은 사람들이 얽혀 있는 문제일 것
2. 가진 능력보다 더 많은 소비 또는 투자를 하여 재화/자산 가격을 상승시킬 것
3.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디까지 영향이 미칠지 예측할 수 없을 것
4. 문제에 빠진 사람들이 스스로 수습할 수 없을 것
5. 기존에 참고할만한 사례나 해결 방법이 없을 것
6. 사람들이 공포에 빠질 것
위와 같은 조건들을 이야기 했는데, 결론적으로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위에 모두 해당되는 경우가 되었다.
게다가 미국의 주식시장은 긴 강세장의 끝에 이미 버블 논란까지 발생하고 있었던 터라 버블이 없었던, 그리고 코로나가 (겉으로 보기엔) 수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아시아 증시보다 더 타격이 큰 모양새이다.
#5.
결국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언급했던대로 하락세가 끝나는 시점은 부화뇌동하는 사람들이 주식을 모두 팔고 나가는 시점이 될 것이다.
(1) 그리고 다시 시장이 상승하는 때는 효과가 있는 치료제가 개발되거나, 초국가적 대응으로 세계적으로 확진자 증가세가 주춤한 시점이 1차 급반등이 잠시 올 것이고,
(2) 그 이후로 실물 경제가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는 신호가 오기까지는 주춤한 모양새를 보이다가,
(3)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쏟아낸 유동성으로 인해 현금이 똥값이 되었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할 때,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가 단순히 주식 시장이나 경제 뿐만 아니라 정치/사회/문화적으로도 전 세계적으로 생각보다 큰 상처를 남길 것으로 보이므로 (3)번에 해당되는 시기가 단시간 내에 찾아올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아마 내년 겨울에는 독감이 조금만 유행해도 다시 화들짝 놀라는 일이 발생하겠지;
#6.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늘 그랬듯 결국 외국계 자금이 돌아와야 다시 회복이 가능할 것이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지난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때와는 달리 환율이 급상승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환율이 상승하면 한국의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은 더 급격히 빠질 수 있다. 외국계 투자자금이 주식가격 하락 뿐만 아니라 환율 차이에 의한 손해까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외국계 투자자금이 한국을 떠나고 있지 않다는 것은 긍정적인 조짐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코로나19 사태의 극복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개인들의 유동성이 유입되고 있는 것도 나쁘진 않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 유입되고 있는 개인들의 유동성이 앞으로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는 하락에 얼마나 잘 견딜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내 주변의 사람들도 생전 관심을 두지 않던 주식 투자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그것까진 좋은 신호지만 문제는 이런 사람들이 보통 더 떨어질 것이라 예상하지 않거나, 3~4개월 안에 다시 원상복구 되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은 예측할 수 없다. 지금 투자를 시작한다면 앞으로 추가적으로 더 하락할 수도 있다는 것과 사람들의 생각보다 사태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안전하게 투자하고 싶다면 최저점을 놓치더라도 사태가 진정되는 것을 확인하고 투자해야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