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편지가 부끄러운 아빠가 에필로그?

시즌1??

by 나귀

처음 손 편지를 시작할 마음을 먹은 것은, 고등학생이 되어 기숙사에서 지내는 아이들을 아주 잠깐씩 보게 되면서부터였습니다. 만약 이 아이들이 집에서 등하교를 했다면 매일 마주 앉아 건넬 수 있었을 말들이, 목구멍 어딘가에서 자꾸만 맴돌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가끔씩 보는 짧은 시간 동안 어떤 말을 꺼낼까, 어떤 말투로 다가가야 할까 고민하던 끝에, 결국 이 편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마음을 꾹꾹 눌러 담으려다 보니, 문장을 고치고 또 고쳤습니다. 자식일 때는 미처 몰랐는데, 부모가 되어보니 아무리 눌러 담으려 해도 늘 넘치기만 하더군요. 물론 그걸 잘 정리해서 들기 좋게 싸주는 것도 부모의 몫이겠지만, 저는 이쁘게 담아 주는 능력은 부족한가 봅니다. 다 쓰고 나서 돌아보니, 너무 큰 보자기에 담으려다 오히려 흐트러뜨린 건 아닌가.. 좀 더 간결하게 담을걸, 좀 더 먹기 좋게 담아줄걸, 좀 더 이쁘게 담아줄걸 하는 후회들이 뒤따라 오더군요.


결국 전하고 싶었던 것은 지극히 단순하고 명료했습니다. ' 사랑한다는 것, 언제나 곁에 있다는 것, 자랑스럽고, 사랑스럽다는 것.' 이 평범한 문장들이 아이들의 마음에 닿기를, 기숙사의 좁은 침대에 누워 문득 외로움을 느낄 때 이 서툰 아빠의 편지가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랬습니다.


언젠가 살짝 물어보니 다행히 제가 바랬던 소기의 목적은 달성된 것 같더군요. 하하; 혹시 나중에 시즌 2를 쓰게 된다면 아이들 인터뷰도 담아보면 좋겠다 싶네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분들이 라이킷과 댓글로 마음을 나눠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저만 이렇게 서툰 부모인 줄 알았는데, 댓글 하나하나를 읽으며 알게 되었습니다. 부모의 마음은 결국 다 같다는 것을요. 누구나 자식 앞에서는 서툴고, 누구나 더 잘해주지 못한 것에 미안해하고, 누구나 사랑한다는 말이 목에 걸려 나오지 않아 애를 태운다는 것을요. 그 마음들이 모여 이 작은 공간을 채웠고, 저 또한 그 속에서 위로를 받았습니다.


이제 잠시 숨을 고르려 합니다. 요즘 개인적으로 몇 가지 일들이 생겼습니다. 언제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올해는 지나가야 할 것 같고, 어쩌면 내년 가을? 겨울 즈음 어느 날이 되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구독자분들과, 그리고 오가며 인사를 나눴던 귀한 동료 작가님들께 최소한의 인사는 드려야겠다 싶어, 이렇게 손 편지 에필로그의 자리를 빌려 긴 여행의 인사를 드립니다.


물론 기회가 되고, 시간이 된다면,

매거진 '나귀의 책상'에서 종종 짧은 글들로 뵙도록 하겠습니다.


2025년 모두 수고 많으셨고,

너무나 부족한 아빠의 손 편지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후에 조금 더 나은 문장으로, 조금 더 깊은 이야기로 찾아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시즌 1(?)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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