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쿼시 치는 장면이 등장하는 두 작품의 3각구도 포스터와 3각관계를 다룬 테니스 영화 <챌린저스>
※ 이미지에 의한 영화 <챌린저스>의 약스포 있음!
: 스쿼시에는 태생적으로짭-테니스라는 슬픈 오명이 있다. 그러나 템포는 탁구와, 하체의 부하는 배드민턴과, 길을 찾는 두뇌플레이 방식은 당구와 더욱 유사하다. 무엇보다 타격/Hit으로 인해 공에 열기/Energy가 더해질수록 탄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점점 속도가 휘몰아쳐지는 매력이 있다.
02. 개인적인 스쿼시 경험과 긴장
2년차때 난 근육도많지않아보이는 마른 체형의 구력 1년차인 남자회원의 공소리가 더 시원시원하자 너무나 부러웠다. "저는 왜 공이 터질 것처럼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저 대포 소리(빵이 아니라 Fuck~!하는...)까진 안나죠?"라며 강사님께 속상한 맘을 토로했다. 그러자 장난끼 많은 강사님 왈, "이건 다시 태어나야 한다"며 진심?을 담은 서글픈 농담을 했다.ㅠㅠ 지금도 파워는 충분한 편이라지만, 결국 기본 전완근 차이는 무시하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공 한번 터뜨려보겠다는 원대한 꿈?을 접고, 중앙에서 뒤로 물러나 넓은시야를 확보하면서, 멀리서도 앞벽 바로 밑으로 톡~ 하고 떨구는 제구력과 방향 전환을 주로 시도했다.
<챌린저스> 속 개(늑대)와 고양이(여우) 같던 극과 극의 친구
그러다 2년쯤 전에 잘치는 고렙분을 꼭 한번 이겨보려고 과도하게 킬샷을 날리다 상대방 종아리 근육을 파열시키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후로는 나/상대의 도가니 수명을 고려해 놀멍쉬멍 치고있다. 계속 받아치다 순간 힘을 풀고 모서리에 툭 떨군 드롭(feat. 류현진의 커브/체인지업)과 상대의 키를 훅 넘기는 롭샷(feat. 유희관의 아리랑볼)이 주무기였으나, 상대의 다리가 아작난다는 걸 깨닫고는 꽤 조신해진 것이다. 강사님 왈, 어디로 튈지 모르는 똥개/리트리버 같은 내 게임 스타일론 도가니 수명이 5년 밖에 안남았다고 하셨기에, 정신차리고 어떻게든 오래오래 안정적으로 버텨서 반백살 때까진 쳐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출력이 딸린다고 포기하지 말고 뒷벽까지 길게 돌직구를 뽑는 훈련을 해야한다. ㅜㅜ
<챌린저스> 에서 젠데이아(타시 역)가 부상을 입은 뒤로 이들의 길/노선이 달라지며 관계/구도가 재편된다.
최근 강사님은 성에 안차더라도 계속 뒤로 길게길게 뽑으라면서, 힘/근력/체중이 부족한 게 아니라 라켓 휘두르는 스피드만 빠르게 해도 충분히 그 소리가 날 거란 이야기를 해주었다. 세게 '처얼~썩' 미는 것과 '찰싹~' 때리는 걸 예로 들며 어깨를 치자 곧바로 이해가 되었다. (아... 맞아보니까 찰싹이 더 아프군...ㅋㅋㅋ 그러고보니 물리학적으로 질량이 같으면 가속도만 잘붙여도 곧 힘/Power가 되는 거였는데... 언젠가는 나도 운좋게 공을 터뜨리는 날이 올지도?!)
<챌린저스> 에서 오만하던 패트릭은 주저앉고, 소심하지만 꾸준했던 아트는 점점 올라간다.
호랑이가 사라진 굴에선 여우가 왕이 된다했던가, 늑대가 번성을 한다했던가. 스포츠센터가 공사를 한답시고 문닫은 7~8개월이 지나자, 구력 10년이상 고급반 회원이 죄다 사라지고 초급반으로 물갈이 되어 어느새 그저 평범한 중급반인 내가 주2회 저녁타임에서 가장 구력이 높은 인간이 되어있었다. (내가 다니는 스포츠센터는 젊은 학생들로의 물갈이가 잦아서 장기회원이 적은 편이다.) 그리고 나는 이제 더이상 공/목표를 높지 않게, 그리고 낮고빠르며길게 뽑는 시기가 도래하였다. 그러나 상대와 파워/구력밸런스가 비슷하게 맞지 않으면, 그 훈련을 이어나가기 쉽지 않다. 더군다나 난 게임 메이트가 없이 혼자 놔두면 심심해서 운동을 전혀 안하기 때문에 물갈이가 잦은 이 곳에서 실력이 정체되고 있었다.
종아리 근육이 끊어지지 않으려면 사전에 런지 동작으로 긴장을 엄청 풀고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최근 한창 아름다운 나이(20대?)에 다른 운동동호회 T를 입는 꽤 건장한 신체를 가진 아이가 복귀해왔다. 스쿼시 구력 또한 1년쯤 된 그 친군 햄스트링이 올라오는 것 같다며 내게 "살려주세요" 하소연하면서도 끝까지 안지려고 따라붙었다. 운동신경이 꽤나 좋으면서도숨을 못쉬겠다며 심장을 부여잡는 그 젊은 청년을 보자오랜만에 공격성/승부욕을 자극하는 게임 메이트를 만난 느낌에 살짝 흥분됐다. 본인이 전에 하던 운동과는근육쓰는 방식이 꽤 많이 다를테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내구도가 좋을테니 앓는 소리하더라도 얘는 쉽게 망가지지 않겠단 생각이 들었다.
예전엔고렙분들을 어떻게든 한번 이겨보려고 심장이 뛰고 긴장되었다면, 이제는 나도 구력이 있는데 이 어린애한테 진다면 쪽팔린거든, 아님 늙어서 쇠퇴했단 증거란 생각에 긴장감이 샥~ 올라오면서 아직 챌린저 정신이 살아있단 느낌에 두근거렸다.
<챌린저스> 에서 자기관리 부실로 쇠락한 2류 선수가 된 패트릭의 도전~!
완전 날이 서도록 집중해 안정적으로 요리하다 압살을 해줄까, 장난치며 듀스까지 끌어서 숨막히게 죽여줄까 고민하다 승패를 잊고 즐기는 후자를 택했다. 어차피 늦게 배운 난 점점 늙어가며? 못치게 될 것이고, 어릴 때 배운 그친군 빠르게 성장하며 나보다도 훨씬 잘치게 될 것이다. 때문에 그저지금 이순간을 즐길뿐 승패따윈 그냥 내려놓는 게 맘 편하겠다 싶었다. 긴장을 컨트롤 하는 방식 중에 어떤 이는 "할 수 있다!" 자기 암시하며 텐션을 쭈욱~ 끌어올린다면, 난 "못해도 괜찮아! 안죽어!"라며 텐션을 풀어주는 걸 선호하는 편이다. :)
역시나 그 청년은 내가 최선을 다해도 엎치락 뒤치락 점수 끝에 결국 날 이길 정도로 빠르게 늘어갔다. 자기가 이겼음에도 킬샷에 속았을때 경험상 잘 받아치지 못하다보니 랠리를 이어가지못해 미안하다는 이야길 종종 하곤 했다. 그리고 점수가 헷갈릴 땐 본인/이긴 쪽에 불리하게 깎아서 셈하는 똑같은 습성을 갖고 있었기에, 이 아이도 승패보단 그저 팽팽한 긴장/상호작용을 즐기는 인간이라 느꼈다.
요놈봐라? 꽤 재밌는/무서운 아해일세? :D (feat. 이상의 <오감도>)
<챌린저스> 의 3각구도 : 공처럼 왔다갔다 줄타기를 하며 가운데에 자리한 젠 데이야(타시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