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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호 Sep 20. 2022

나 홀로 한국 여행 즐기기

2주간 한국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7월에 와이프와 딸내미는 3주간의 한국 방문을 다녀왔었다. 한국에 가면 늘 그렇듯 두사람은 각자의 바쁜 스케쥴을 소화하느라 정신없이 3주가 지나버렸고, 시간을 쪼개서 한사람이라도 더 만나고 와야했다. 그리고 8월말에는 내가 혼자 2주간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작년에 장인어르신, 장모님을 모시고 베를린-서울을 두번씩 오가면서 여행을 다녀왔었기에, 올해는 우리 부모님을 모시고 베를린-서울을 두번씩 오갈 예정이었는데 부모님이 바쁘셔서 다시 장인어르신, 장모님을 모시고 베를린-서울을 두번씩 오가게 된 것이다.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 많은 노력이 드는 일이지만 양가 어르신들이 살아계실때 내가 할수 있는 일은 후회없이 모두 하자는 입장이라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다만, 작년과 올해가 다른 점은 코로나가 한창 심할때라 2주간 한국에 머물었어도 처가와 본가에만 머무르며 아무도 만날수 없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6개월전부터 이번 방문시에 만날 친구들, 예전에 같이 일했던 동료들, 비즈니스적으로 관계가 있던 분들 그리고 현재 같이 일하는 분들과의 점심/저녁 약속을 빼곡하게 잡았다는 점이다.


작년까지는 폴란드 항공이나 핀에어와 같은 대체 항공사가 있어서 선택의 여지가 많았지만, 올해는 루프트한자 이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어서 2번 왕복 모두 루프트한자로 예약했다. (가격이 너무 비싸거나 경유 시간이 너무 긴 문제가 있는 등) 그러고보니 7월 한국 방문시에 와이프와 딸내미 역시 루프트한자를 이용했었다. 개인적으로는 음식도 별로이고, 대부분의 비행기가 상대적으로 거칠게 운항을 해서 (때로는 과속을 하기도 하고) 루프트한자를 선호하지 않는데 올해는 어쩔수 없이 울며 겨자를 먹어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6개월 전에 이미 좋은 조건에 티케팅을 했던 3장의 비즈니스석을 부모님이 못오시게 되는 바람에 눈물을 머금고 취소를 해야하는 등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물론 루프트한자나 폴란드 항공을 이용하게 되면 아시아나 마일리지에 합산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가족 회원 마일리지를 묶어놓은 덕분에 내년에는 2사람의 독일-한국 아시아나 왕복 항공권 정도는 마일리지로 구입이 가능할 것 같다. 작년부터 몇차례 장거리 여행을 다니다보니 나름 익숙해졌는지, 이번에 한국에 갈때는 예전에 비해서는 훨씬 수월하게 갈 수 있었다. 카타르 항공을 이용할 때 받은 귀마개와 루프트한자에서 받은 안대를 항상 소지하고, 잠자야 할때는 능숙하게 장작하고 푹 자는게 훈련된 덕분이다.


4박 5일간 총 9팀과 점심/저녁 약속을 잡았기에 신라 호텔에서 4박 예약을 했다. 그동안 한국의 4~5성 호텔들을 이용해보면서 느낀점은, 어딜가나 항상 기대에 못미치는 아쉬운 점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나마 한국에서 살때 부산 서면의 롯데호텔은 매년 휴가때마다 방문할 정도로 마음에 들기는 했었는데, 나머지 호텔들은 그 정도는 아니었었다. 그래서 이번에 아예 누구나 아는 유명한 호텔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 궁금해서 신라 호텔을 예약해본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호텔만 놓고 보면 지금껏 이용했던 그 어떤 호텔 중에서 최상위에 놓일만 한 수준이었다. 다만, 오래된 호텔이라 호텔 앞에 차량 대기 공간이 충분치 않아서 금요일 저녁이나 주말에 항상 차들로 붐벼서 정신이 없다는 점과 고객 주차장이 셔틀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해야 해서 체크인/체크아웃시에 불편한 것, 호캉스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서 호텔이 지나치게 붐빈다는 점, (조식을 먹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부산 서면의 롯데호텔에서도 자주 보긴했지만) 동대입구역이라는 위치가 아주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좋은 위치라고 하기에는 애매하다는 점등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시하는 조식의 종류나 퀄리티가 생각보다 좋은 편은 아니었고, 투숙객에 비해 조식 식당의 크기가 넓지 않아서 테이블이 지나치게 붙어 있는 점이나 사람들로 붐빈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감점 요인이다. 그래도 다른 호텔에 비해 피트니스 센터는 괜찮았다 (러닝머신이 조금 오래되기는 했어도) 


한국 방문시에는 강남의 단골 스시집에서 오마카세를 즐겼었는데, 이번에는 신라호텔 내에 있는 아리아께를 일부러 예약해서 24만원짜리 오마카세를 즐겨보았다. 나름 유명한 곳이라 전반적인 퀄리티가 무척좋았는데 뭔가 임팩트 있는 한방은 느끼질 못해서 아쉬었다. 그런데 옆에서 서빙을 해주시는 분의 솜씨가 무척 좋아서 음식을 즐기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그래서 나중에 계산을 할때 그분께 팁이라도 드리려고 했더니 마음만 받으시겠단다. ㅎㅎ 그리고 평소 마사지를 즐겨 받는 입장이라 호기심에 역시 신라호텔 내에 있는 겔랑 스파에서 90분 전신 27만원짜리 마사지도 받았는데, 묵직한 마사지 솜씨는 괜찮았지만 솔직히 이 정도 가격을 받을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나름 만족스럽게 마사지를 받은 후, 마치 싸구려 마사지를 받았을때 처럼 허리 상태가 좋지 않아서 마사지사에게 피드백을 주었더니, "척추측만증이 조금 있는거 아시냐", "이번이 마사지 처음이시냐" 면서 오히려 내탓을 하며 계산서를 들이 민다. 전형적인 한국식 공격적(방어적) 고객 대응 모습인데 고객의 상태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점이 한심할 뿐이다. 마음에 들면 한두번 더 이용할 생각이었지만, 덕분에 그럴 기분이 싹 날라가버렸다. 그런데, 이런 불쾌감을 한방에 날려주는 멋진 마사지를 경험하게 되는데... (뒤에 계속)


모든 점심/저녁 약속들을 마무리하고, 역시 몇개월전에 예약해놓았던 개인 건강검진을 받기 위한 준비를 해야했다. 특히 이번에는 대장 내시경 검사를 생전 처음 받기로 했기 때문에, 전날부터 대장 내시경 약을 복용하고 장을 비워야 했다. 그나마 건강 검진을 예약한 병원에서 가장 가까워서 잡아놓은 "노보텔 스위트 앰버서더 서울 용산"의 방은 생각보다 괜찮았고, 전망도 좋았다. 내 경우에는 대장 내시경 약을 먹고 화장실만 왔다갔다하는 통에 제대로 즐길 기회는 없었지만. 새벽까지 시키는대로 장을 비우고 7시 40분으로 예약한 시간에 맞춰서 검진센터로 향했다. 아침 일찍부터 개인 건강검진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금방 붐비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국가 건강검진에 비해서는 훨씬 신속하게 진행이 되었고 (2시간) 걱정이 많았던 (비수면) 대장 내시경 검사도 무사히 끝났다. 오히려 자주 받아왔던 (비수면) 위 내시경 검사 때문에 더 고생을 했을 뿐. 이로써 서울에서의 바쁜 일정을 모두 마치고, 본가를 향해 출발할 수 있었다. 서해안 고속도로는 어느 정도 내려갈때까지는 여전히 상습 정체 구간의 정체가 심했으나, 아직 추석 연휴가 시작된 것은 아니어서 전주에 있는 폭스바겐 서비스 센터 예약 시간보다 일찍 도착을 하게 되었다. 작년에 방문했을 때에는 손님이 별로 없었는데, 이번에는 대기실에 기다리는 손님이 꽉 차있을 정도였는데 이게 일반적인 모습이란다. ㅎㅎ 역시 예상보다 엔진오일, 에어컨 필터, 앞/뒤 와이퍼, 예비키 배터리 교환 등을 빠르게 처리하고 본가로 향할 수 있었다.

 

독일에 가기 전에는 혼자라도 한달에 한두번은 내려와서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이제는 1년에 한번 오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모처럼 추석 연휴를 가족들과 함께 보낼 수 있게 되어 좋았다. 매끼니 마다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들을 준비해서 내놓으시는 어머니의 모습이나 식사할 때마다 반주를 드시면서 하셨던 이야기를 또 반복하시는 아버지의 모습 모두 마치 엊그제에 본 것처럼 익숙하다. 추석 다음날 허리가 안좋아서 전주의 타이마사지샵에 예약을 하고 추석 치르느라 고생하신 어머니와 함께 방문을 했다. (후기를 보니 여기는 딸들이 어머니와 오기에 좋은 곳이란다 ㅎㅎ)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방문을 했는데, 100분 마사지 퀄리티도 좋았지만 마사지를 받고 뻣뻣했던 허리가 너무나 좋아져서 대만족을 했다. 특히 여기는 마사지사에게 팁을 줄수 있었기에 흔쾌히 팁을 주고 다음날 마사지사를 지정해서 다시 예약을 했다. 다음날 다시 방문해서 두번째 마사지를 받는데도 전날보다 더 괜찮은 느낌이라 신기했다. 고급 호텔 스파의 겨우 1/4 밖에 안되는 가격을 받으면서도 퀄리티나 만족도는 몇배나 되니 그저 놀라울수밖에. 개인적으로 베를린 피트니스 센터의 단골인 독일인 마사지사의 마사지, 베트남 호치민 5성 호텔 스파의 마사지와 더불어 3대 천왕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다. 앞으로 본가를 방문할때면 어머니와 함께 계속 찾아갈 예정이다. 부모님께서 귀향을 하실때부터 단골이었던 커피샵에 이번에도 빠지지 않고 찾아갔다. 근처에 꽤나 많은 커피샵이나 빵집들이 생겨서 경쟁이 치열해진 것 같은데, 커피 맛도 좋고 주인장님도 친절하셔서 본가에 갈때마다 부모님과 일부러 방문하고 있다. 올때마다 기억해주시고 따뜻한 말 몇마디를 함께 나누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드디어 장인어르신, 장모님을 모시고 독일로 출국하는 날. 미리 예약한 대형 택시가 제시간에 처가집 앞에 도착해서 편안하게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작년에도 이용했었는데 기사님이 친절하셔서 일부러 다시 예약함) 비행기가 만석이라고 해서 걱정을 했는데, 체크인이나 출국 수속이 신속하게 끝나버렸다. 작년에 비하면 공항 이용객이 많이 늘기는 했지만, 아직도 그렇게 붐비지는 않는 듯하다. 일찌감치 게이트에 도착해서 대기하고 있는데, 루프트한자 직원이 우리를 알아보며 오버 부킹이 되었기 때문에 프리미엄 이코노미였던 우리 좌석을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해주겠단다. 그렇지 않아도 어르신들께서 고생하실까봐 걱정이었는데, 덕분에 편하게 올수 있었다. 장인어르신과 장모님도 작년에 처음 비즈니스석을 타고 서울-베를린을 왕복하실때보다 나름 익숙해지셨는지, 다행히도 훨씬 편하게 베를린으로 오신 것 같다. 원래 짐이 나오는데 시간이 꽤 걸리는 편인 베를린 공항에서 짐도 생각보다 빨리 찾을 수 있었고, 4개의 캐리어를 여유 있게 미니밴에 싣고 집으로 왔다. 역시 운전은 베를린이 너무 편하다.


앞으로 4주간 베를린의 우리집에서 머무시면서 딸과 손주들과 함께 지내실 것이고, 10월 중순에는 다시 나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가실 예정이다. 힘들게 먼길을 오셨으니 아무쪼록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고 가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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