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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호 Nov 22. 2021

독일 IT 취업 : 부모님의 시각

우리 가족이 독일에 온지 3년이 지난 시점에 3주 방문하신 부모님의 소감

https://brunch.co.kr/@nashorn74/86


이번에는 지난 9월 추석 직전에 독일에 오셔서 3주간 우리 집에 머무신 장인어르신과 장모님의 소감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동일한 상황에 대해서 우리 부부가 보는 시각과 양가 부모님이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부분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놓쳤던 부분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최근 독일의 코로나 상황이 급작스럽게 악화되고 있는 중이라, 그나마 나은 시점에 두분을 모시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독일의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주변 국가들로의 출입국이 통제 되거나 한국 입국 역시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두분께서 3주 동안 지내신 개인적인 소감은 다음과 같다.

1. 우리 가족이 독일에 적응을 잘하고 있는 것 같아 안심이 된다.

2. 오랜만에 (약 2년 넘게 지나서) 아이들을 보고 같이 지내게 되어 좋다.

3. 우리집의 전망이 너무 좋다.

4. 말이 안통해서 답답하다.

5. 혼자 못돌아 다니는 것이 불편하다. 

6. (당연하게도) 친구가 없다.


다리가 불편하신 장모님은 컨디션에 맞춰서 외출을 하셔야 했지만, 건강하신 장인어르신께서는 매일 아침 일찍 혼자 집 앞의 강가 산책로에서 충분히 산책을 하셨고 집사람이 마트나 쇼핑을 갈때마다 일부러 같이 동행을 하셔서 직접 많은 경험을 해보셨다. 주중에는 집사람이 베를린 시내 관광을 시켜드리고, 주말에는 내가 베를린 주변 지역이나 체코 프라하 등으로 운전을 해서 모시고 다녔다. 일요일에는 우리 가족이 다니는 한인 교회에 방문해서 목사님과 교인분들과도 만나셨다. (두분은 독실한 기독교인이시고, 한인 교회 목사님은 한국에 다니시는 교회 목사님의 학교 후배이기도 하다) 손주가 다니는 배구 클럽에 같이 동행해서 배구를 배우는 모습을 지켜보시기도 하고, 아침 일찍 학교에 가는 손주를 차로 같이 데려다 주거나 버스 정거장까지 배웅을 하시기도 했다. 손녀가 새로 다니는 학교도 일부러 방문해서 (덕분에 나도 가보게 됨) 둘러보시기도 했다. 그 동안은 막연히 우리가 어떻게 지낼것이라고 추측만 하셔야 했는데, 이렇게 직접 베를린에 오셔서 우리가 사는 모습을 3주 동안 충분히 지켜보시고 나니 이제서야 비로소 안심이 된다고 하신다.



두분께서 독일에서 지내시면서 독일이라는 나라에 대해 느끼신 점은 다음과 같다.

1. 어디든 나무가 많다.

2. 공기가 깨끗하다.

3. 물가가 싸다.

4. (한국에 비해) 베를린의 버스나 전철이 텅텅 비어 있다.

5. 체면에 신경 쓸 필요 없이 자기 생각대로 살수 있는 것 같다.

6. (한국에 비해) 지나친 경쟁 없이 안정적인 삶을 사는 것 같다.

7. 사회 보장이 잘되어 있고, 정부와 국민들 간의 신의가 있는 것 같다.

8. 거리가 지저분하다.

9. 담배를 너무 많이 핀다.

10. 문신한 사람이 많다.

11. 규제가 없다 보니 질서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다. (방임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12. 날씨가 좋지 않다.


예전에 트위터에서 독일 남부의 경우(프랑크푸르트 등)에는 좁은 전철에 사람이 많아서 힘들다는 트윗을 본 것 같은데, 베를린의 경우 독일에서 인구가 제일 많은 큰 도시임에도 버스나 전철이 한국에 비하면 붐비는 편이 아니다. 한국 같으면 꼼짝달싹 못할 정도로 사람들이 끼어서 타고 내리는 노선이나 구간이 적지않은데, 베를린에서는 출퇴근 시간에 타고 다녀도 사람들 간의 공간은 충분히 유지될 정도 수준이다. 하긴 에스반이든 우반이든 출퇴근 시간에도 자전거까지 들고 타는 경우도 많은데, 한국 같으면 애초에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대중교통이나 자가용 뿐만 아니라, 평소 자전거를 많이 타고 다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대중교통이 덜 붐비는 것이 아닌가 추측을 해본다. 거리가 지저분한 것은 한국처럼 매일매일 모든 곳을 깨끗하게 청소를 하지 않기 때문인데, 청소가 꼭 필요한 곳이 아니라면 자연 그대로 방치하는 듯하다. ㅎㅎ 또한 대부분 유럽의 도시들이 그러하듯 흡연자들에게는 좋은 환경이라 한국에서 온 사람들은 불편하게 느끼게 되는 점 중에 하나일 것 이다. 나는 비흡연자이지만 이것을 꼭 나쁘게만 보지는 않는다. 한국이든 독일이든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일부 흡연자들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치 죄인처럼 눈치보며 담배를 피우도록 강제하는 것 또한 썩 좋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든, 오프라인에서든 내가 독일 생활에 대한 장점을 이야기하거나 한국과 비교를 하기라도 하면 솔직히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번 독일 방문을 통해서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바로 옆에서 지켜보신 부모님들께서도 우리와 비슷하게 느끼시고 공감을 하시는 것을 보면 우리가 지나치게 오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오히려 두분께서 한국에 돌아가셔서 친척분들이나 주변 분들께 너무 독일에 대한 좋은 점만 말씀하실까 걱정이 되기도 할 정도였다. 왜냐하면 두분께서 그런 이야기를 신나게 말씀하시게 되면 대부분의 주변분들은 그것에 불편해하실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에 입국했을 때, 마중나오신 친척분의 차에서 부모님께서 독일의 좋은점을 계속 말씀하시자 역시나 예상되는 반응(어디선가 들은 독일의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거나 음악 볼륨을 키워서 더이상의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도록 한다던가)을 보였다. 다시한번 강조하자면, 누군가 "독일(또는 다른 나라) 생활의 장점"을 이야기 한다고 해서 한국에서 사는게 지옥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그러한 개인적인 소감에 대해서 지나치게 과민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 모든 부분에서 한국이 모든 나라를 이겨야할 필요도 없고, 그렇게 되기도 힘들다.


이번 방문을 통해 우리 가족이 너무 잘 적응을 하고 있는 것을 보시고는, 우리가 다시 한국으로 되돌아 갈 이유가 없음을 확인하시게 되어 섭섭하신 부분도 있으셨을 것이다. 해외 이민이나 해외 유학 중인 모든 자녀들이 그러하듯, 우리도 한국에 계신 양가 부모님께 늘 죄송한 마음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처음에는 3주씩이나 어떻게 있냐고 설레발을 치시던 두분께서 다음에는 더 오래 계시다가 가실 생각이라고 하시니, 우리가 조금 힘들더라도 앞으로도 양가 부모님을 독일로 모셔서 같이 지내는 시간을 자주 만들 생각이다. 당장은 온가족이 내년 여름 휴가를 한국에서 보내는 것부터 고민해야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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