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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호 Sep 12. 2019

독일 IT 취업 : 부정적 현실과 환상

모든 사람의 이야기는 그들의 경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몇번 언급을 한 적이 있지만, 본인의 경우 이 세상에는 절대적인 "객관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동일한 하나의 사건을 두고도 그것을 목격한 모든 인간이 전혀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 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이 때문에 가능한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주어진 정보에서 보편적인 "사실"을 추출해내는 것이 우리가 해야하는 중요한 일 중에 하나라고 본다. 독일 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캐나다 등으로 이민을 가서 살고 있는 분들의 블로그를 자주 들러서 읽어보는 편인데, 한국이든 어디든 각각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각자의 입장에서 단점을 장점으로 얼마나 커버하고 남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하지만, 이때 간과를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 중 일부는 무조건 한국을 정상적인 기준으로 놓고 상대적인 비교를 한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전혀 비교가 되지 않는 큰 차이가 있음에도 어처구니 없게도 대충 비슷하다고 퉁쳐버리려고 하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는데, 그 사람들은 마치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완벽한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온 사람들 같아보인다. 일부분만 놓고 본다면 "한국사람"이 한국에서 사는 것이 더 좋은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한국이 모든 "한국사람"에게 천국은 아니지 않는가.


원래 이 글은 이전에 어느 정도 작성해놓았다가 묵혀둔 글이다. 그러나, 얼마전 베를린리포트에서 또다시 다음과 같은 댓글을 보고 있자니 어이없고 한심해서 다시 손을 대었다. 세금 관련된 이야기는 이미 다른 글에서 언급했으니 해당 글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최근에 아이 2명 때문에 받고 있는 킨더겔트가 조금 오른 것은 물론, 9월 1일부터는 아이들이 5년짜리 학생들을 위한 무료 교통카드를 지급 받아서 한달에 5만원 정도의 혜택을 추가로 더 받게 되었다. 1년에 아이들을 위해 660만원 정도의 직접적인 혜택을 받고 있는 만큼, 독일 정부에 내는 세금은 전혀 아깝지 않다. 독일 세금이 많은 것을 비판하기 전에, 한국에서 쓰게되는 쓰잘데기도 없는 아이들 교육비와 품위 유지비를 먼저 생각해보기 바란다. 세금이 아무리 많다해도 수입의 일정 비율 만큼 지불하면 되지만, 교육비와 품위유지비는 그와 비할 수 없이 많은 돈을 써야 하며 대게는 빚을 내면서 까지 기꺼이 지불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한국에서도 수입이 많으면 연말정산으로 돌려 받은 세금을 토해내고도 몇백만원을 더 내거나 더 높은 수입을 올리는 경우는 한번에 몇천만원의 세금을 내야한다. 한국에서 세금이 적어 좋다고 말하는 것은 그저 자신의 수입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밝히는 것이거나 탈세를 하고 있다고 자랑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또한 어느 사회에 속해있는지 상관없이 자신이 누리는 혜택은 무시하고 단지 자신이 내는 세금을 아까워하고 거부한다면, 그 사람은 그 사회의 일원이 될 기본 자격이 안되는 것일 뿐이다.


한국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독일이 무슨 파라다이스마냥 홍보하는 것에 혹해서 정착해서 오겠다고 하신다면 극구 말리고 싶네요. 독일에서 직장을 얻어서 정착하신다면, 많은 세금, 제때 잡을 수 없는 병원예약, 편리하지 않는 모든 것( 배달, 음식, 서비스, 여자라시니 미용서비스 등), 한국보다 깨끗하지 않는 공공시설과 불친절한 공무원들, 그리고 가장 큰 알게 모르게 겪게 되는 인종차별 등 단점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워라밸이라던지 칼퇴근이 보장되고 심심한 삶을 원하신다면 윗분들의 충고대로 젊으시니까 다른 길을 알아보시고 오세요. 결코 독일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많은 이민자들이나 독일인들이 병원 예약 때문에 고생하는 것은 알지만, 우리는 예약없이 바로 찾아갈 수 있는 한인 의사분이 있기 때문에 전혀 문제 없다. 예약이 필요없다는 이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거기에는 한국인 뿐만 아니라 독일인들도 많이 온다. 참고로 집사람과 아들내미는 한국에서도 병원을 달고 살던 사람들이기에 독일에 올때 꽤나 걱정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독일에 오자마자 아들내미는 손에 있는 사마귀 제거를 위해 한인 의사분 소개로 집근처의 큰 병원에서 외과 수술까지 진행했었고, 집사람은 씌웠던 금니가 빠져서 다른 한인 의사분이 계신 치과에서 치과 치료를 받아야 했었지만 그다지 복잡하거나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해야 하면 여기 저기 전화를 해서 예약을 잡아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TK 가입 이후에는 일반 진료에 대한 병원비를 한푼도 안내도 되어 매번 기분이 좋다. (자기 부담금 없음) 자연이 깨끗해서 모기, 벌레 많고 알러지, 천식 있는 사람은 힘들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알러지가 심했던 집사람과 아들내미는 여기에 와서 훨씬 좋아졌거나 아예 문제가 사라졌다. 자연이 너무 깨끗한 것도 문제가 되는지... 또한, 한국에서는 의사들이나 환자들 모두 약을 남용하는 경향이 심한데, 여기 의사들은 약 사용을 자제하고 자연 치유가 되도록 충분한 휴식을 취하도록 권장하는 것이 더욱 마음에 든다. 자신의 몸 상태와는 상관없이 빨리 나아서 회사에 빨리 복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 한국에서 계속 그냥 살기 바란다.


현재 우리는 일본인이 운영하는 미용실을 다니고 있는데, 커트는 한국보다 비쌀지 모르곘지만 퍼머는 확실히 한국보다 싸고, 미용사들이 영어와 독일어를 잘해서 원하는 머리로 손보는 것 또한 어렵지 않다. 그렇게 까다로운 아들내미가 만족하면서 다닐 정도이며 거기에 학생할인까지 해주기 때문에 결코 비싸지도 않을 뿐더러 미용실 예약하는 방법은 한국과 차이가 없다.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는 아이들 때문에 단골 일식집에서 초밥을 배달해먹거나 KFC에서 치킨을 배달해먹는다. 회사에서는 앵그리치킨이라는 한국 식당에서 배달을 시켜먹기도 하는데 여기도 배달앱이 잘되어 있어서 배달 음식 때문에 불편한 점은 못느낀다. 물론 베를린과 같은 큰 도시가 아니라 작은 소도시에 살고 있다면 상황은 다르겠지만, 한국에서도 지방 소도시에서 배달 음식의 혜택을 못 누리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평소 한식당에도 자주 가지만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식당들이 무척 많고, 한독몰에서 한국 식재료를 주문해서 집에서는 밥을 해먹기 때문에 음식 또한 문제될 이유가 없다. 도대체 무슨 서비스가 한국보다 그렇게 불편한지 모르겠지만, 여름 휴가로 한국을 다녀와서 다시 느꼈는데, 한국의 모든 서비스는 겉으로 친절해보이지만 결코 만족도가 그만큼 높지 않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어디서 무엇을 하든 친절할 경우에는 뒤끝없는 친철함을 느낀다. 만일 이곳의 서비스를 만족하지 못한다면 아마도 그것은 자신의 한국의 "고객은 왕이다"라는 갑질성 서비스에 익숙해졌거나 자신의 무뚝뚝함이 상대방에게 투영되어 그렇게 느껴진 탓이라고 본다. 


다른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독일 역시 단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자기 자신도 완벽하지 않은 주제에 주변 환경이나 주변 사람들은 무조건 완벽하기를 바란다면, 어디서 어떻게 살던지 당연히 불만이 많을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과연 저들은 한국에서 살때에도 아무런 불만 없이 살고 있었을까? 불친절한 공무원을 한국에서 못봤다면, 한국에서 큰 일이나 복잡한 일은 한번도 안해봤을 가능성이 높다. 제일 만만한 세무서만 가봐도 그런 헛소리는 하지 못할 것이다. 이 세상 어디든 친절한 사람도 있고 불친절한 사람도 있으며, 그것이 자연스러운 인간 사회인 것이다. 과연 본인은 타인에게 얼마나 친절할까 생각해보면 답이 금방 나온다. 인종 차별 역시 마찬가지 인데, 이 역시 다른 글에서 이미 언급했으니 그냥 넘어 가겠다. 다시 한번 더 이야기하지만, "차별"에 대해서는 한국 사회가 서양 사회 못지 않다고 본다. 그것에 익숙한 본인들이야 못느끼겠지만. 


"워라벨", "칼퇴근"이 보장되는 삶 하나만으로도 독일에 와서 살 가치가 있고, "파라다이스"라고 불러도 된다.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데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임에도 경제 발전을 위해 모든 국민에게 희생을 요구하고 강요되어 왔던 삶을 우리 부모 세대, 우리 세대 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까지 강요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의 삶에 결코 작은 이익이 아니고 그렇게 하찮은 이유라고 치부하며 무시할 만한 요소도 아니다. 요즘 환절기라 온도차가 심하다보니 왠지 컨디션이 안좋아서 회사를 하루 쉬었다. 크게 아픈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 무리하면 안될 것 같다는 신호가 왔기에 그냥 넘어가지 않고 일부러 푹 쉬었다. 보스와 HR 리더에게 메일로 Sick leave today 라는 제목의 메일을 보내고, 아무런 부담없이 더 잠을 잤다. 보스는 늘 그렇듯이 답장을 보냈는데, 이번에는 특별히 "엑스박스 플레이 하지 말고 푹 쉬어라"는 재치있는 답장까지 보내주어 감사했다. (물론 뒤에는 농담이며 네가 필요한 만큼 충분히 쉬라는 추가 메일도 보냈다) 내 자신이 "인간"이라는 것을 항상 상기시켜주는 이런 문화야말로 지금 내게 꼭 필요한 것이다. "심심한 삶"이라니 더더욱 어이가 없다. 여기에 온 이후로 우리 부부는 한국과 별로 다르지 않는 바쁜 삶을 살고 있다. 퇴근후 독일어 수업을 듣고,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친구들이나 회사 동료들과 약속을 잡는 것만으로 벅차다. 사람을 만나고 사귀는 것은 한국이나 독일이나 다를 수가 없다. 또한 예전에 우리에게는 정신 없이 바쁘게만 살고 있는 지금과는 달리 "지루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었다. 그러한 "지루함"이야 말로 자신에 대해서 성찰할 시간이 되었고, 새로운 무엇인가를 고안하거나 창의성을 발휘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만들어주는 중요한 시간이기에 근거로 부족하다. 그나저나 저 말대로 한국에서 사는 건 과연 "호락호락"할까? 이 중 몇가지 항목에 대해서 좀더 살펴보도록 하자.


1. 아이들 교육 문제


누군가 지금의 한국 교육 상황이 정상이라고 말한다면 둘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아직 아이들이 어리거나 없어서 직접 경험해보지 못했거나, 운이 좋게 공부에 아주 높은(!!) 재능을 가진 자식을 두었고 그들을 뒷바라지할만한 충분히 여유있는 재력과 막강하고 풍부한 인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지금의 한국 교육 상황은 누가 보아도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어릴 때부터 장시간 앉아서 선행학습을 하면서 고득점을 얻기 위해 훈련된 아이들이 겨우 시험문제 한 문제 때문에 웃고 우는 경쟁적인 학창 생활을 거쳐서 바늘 구멍같은 시험을 통과하고 명문 대학에 가는 것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살고 있다. 아이들은 시키는대로 열심히 공부를 하지만, 그들의 부모의 기대는 물론 그들 자신의 기대에 미치는 결과를 얻는 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이미 알고 있다. 더 높은 점수와 성적을 위해서 가족 모두가 일치 단결하여 많은 것을 희생하면서 앞으로 전진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 가족의 미래가 무조건 밝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최근 한국 사회에서 가치 있는 "뇌물"이 예전처럼 돈이 아닌 "자식 취업"이나 "말 세마리"가 된 이유는, 바로 이러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본다. 권력이나 돈이 아무리 많아도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직장에 취업하게 만드는 것은 그만큼 쉽지 않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에 와보니 주변의 한국인들이 지금의 독일도 역시 대학 졸업이 중요하게 여긴다고 하던데, 우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독일의 부모들도 자녀들이 좀더 좋은 학교에서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높은 급여를 받는 직업을 구하는 것을 원한다. 그래서 이들도 그것을 위해 많은 노력과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의 입시 경쟁 시스템과 비교하면 미안하게도 새발의 피도 되지 않는데 이것을 비슷하다고 퉁쳐버리면 황당할 뿐이다. 아무리 교육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 독일 부모라고 해도 아이 한명에 한달에 500~1000만원 정도의 비용을 들여서 입시 준비를 하는 것에 대해서 물어본다면 과연 어떤 대답을 할까? (그럼 적게 잡아서 100~300만원 정도라면?) 한국에서 그 정도의 돈을 쓰는 부모는 많지 않기 때문에 일반화할 수 없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한국의 입시 경쟁은 이미 동일한 출발선에서 출발하는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는 현실을 부정한다면 정말로 여러분은 정말 현실을 모르고 있거나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진심으로 아이들 교육에 그렇게 돈을 투자하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는가? 만일 여러분이 지금의 한국 사회에 살면서 그저 아이들에게 "열심히 공부만 하면 된다"라고 말만 하고 있다면, 그것은 상당히 무책임한 어른의 가혹한 요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아이들이 정말로 좋은 성적을 얻게 하고 싶다면 부모인 당신들은 그 이상의 시간과 노력, 비용을 투자해서 아이들을 제대로 서포트 해야 한다. 또한, 그렇게 많은 노력과 투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결과가 안나왔을때에 대한 대비까지도 함께 해야하는 것이 지금의 한국 부모가 가져야 하는 바람직한 자세이다.


한 예로 한국에서는 "미술"을 전공하려면 "미술"보다 "공부"를 일반 중고등학교 다니는 학생들처럼 해야 한다. 미술 분야 명문 대학이라던 H대학교가 시험 점수로만 신입생을 뽑다보니 미술에 대한 기초가 안되어 있어서 미술과 전공자를 기초부터 가르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S예고는 S대학교를 한명이라도 더 많이 보내기 위한 전초 기지가 되어 있어서 미술이나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특목고 학생들 못지 않은 시험 성적을 내야 한다. 미술이나 음악 과외는 물론 일반 과목 과외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학교 끝나서부터 학원을 전전하는 것은 당연하고 새벽 1시에도 과외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렇게 열심히 어른들도 감히 해낼 수 없는 노력을 하면서 준비를 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들인 노력에 걸맞는 결과를 내는 것은 쉽지 않은데, 더욱더 놀라운 것은 이러한 엄청난 과정을 아이들이 모두 소화를 해낸다는 사실이다. 거기에다가 타이트한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와중에도 여차하면 해외로 유학을 가기 위한 포트폴리오 준비까지 같이 한다니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이다. 한국의 명문 예술 고등학교는 단지 S대학교를 상대적으로 쉽게 가기 위한 발판에 지나지 않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순수하게 "미술"이나 "음악"에만 몰두하고 싶은 학생들에게까지 기회가 주어질 수 있을까.


2.40대 이후의 커리어 문제


한국에서 40~50대는 자신의 기존 커리어를 정리하고 전혀 다른 인생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다. 그나마 개발자들은 그래도 40~50대에 여전히 현역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하지만, 일반적인 직장인은 40~50대에 자신의 커리어를 그대로 이어가면서 동일한 수준의 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이직이나 재취업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문제는 자녀를 가진 가장의 경우, 40대가 되었을 때부터 더 많은 지출이 발생하게 되는데 고정 수입이 줄어들거나 수입이 없어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설령 계속 일을 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고 하더라도 가정의 경제를 위해서 불합리한 처우를 받는다고 해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버텨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대기업 연구소 소속의 40~50대 박사들이 연구소가 해체되는 바람에, 공장으로 재배치가 되어 30대 관리자의 비위에 맞춰서 비굴하게 버티고 있는 사례는 특이하고 예외적인 케이스가 아니라 한국의 40~50대 가장이 겪게되거나 머지 않아 겪게될 일반적인 상황이다. 필자 역시 한창 전성기였던 30대까지만 해도 한국에서의 40대라는 나이가 의미하는 바가 얼마나 다른지 몰랐었지만, 막상 그것이 나의 일이 되고 나니 우리의 아버지들이, 선배들이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아왔었는지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엔지니어"를 존중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지 않다. 비싼 돈을 지불하며 엔지니어를 고용하지만, 그것은 필요에 의한 것일 뿐 "존중"은 하지 않는다. 이러한 문화는 상당히 뿌리 깊에 박혀 있기 때문에 어느 누구 한사람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으며, 그 때문에 쉽게 바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문제는 엔지니어의 숙련된 기술과 경험, 그들이 오랜 기간 쌓아온 노하우에 대한 "존중"이 없기 때문에, 언제든지 대체가 가능하다고 여기고 자신들의 비즈니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로 밖에 생각치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력이 많은 엔지니어에게 높은 임금을 지불하는 것을 항상 부담스럽게 느끼고 있고, 가능하다면 언제든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쥐고 흔들기 쉬운 3~5년차 엔지니어로 대체를 시도한다. (그래서인지 한국 IT 업계에서는 3~5년차 엔지니어에 대한 수요가 무척 높고, 인력 시장에서 3~5년차 엔지니어가 씨가 마르게 되었다) 이런 현실 속에서 40~50대 개발자가 처하는 현실은 명백하게 정해져 있을 수 밖에 없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가급적 헐값에 경력이 많은 엔지니어를 써먹으려고 할 것이고, 정말 아쉬운 경우라면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되 최대한 벗겨먹으려고 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미리미리 경력 관리를 잘하고 좋은 인맥을 쌓았을 뿐만 아니라 약간의 운도 있어서 예외적인 경우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차하고 방심하거나 잘못된 의사결정, 사소한 실수라도 하는 순간 비슷한 상황이 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하는 것이 한국의 사회이다.


일단 우리의 인생에 중요한 이 두가지만 놓고 보면, 결코 한국은 정상적인 기준점이 될 수 없다. 지극히 개인의 경험을 일반화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업무 특성 상 누구나 부러워하는 굴지의 대기업부터 중소기업에 다니는 수많은 군상들을 너무 많이 지켜 보아온 덕분에 지나친 일반화라고 생각치 않는다. 대기업에 다닌다고 엄청 갑질을 해대는 30대 매니저가 40대 이후에 짤리면 무엇을 할 것인지를 벌써부터 고민하면서 프랜차이즈 업체 행사를 찾아 다니는 것이나, 회사 지원을 받아서 자녀들이 대학 갈때까지만이라도 어떻게 해서든 버텨보겠다고 결의를 다지는 40대 매니저의 모습은 흔하디 흔한 우리의 자화상이다.


그 다음에는 베를린리포트에 독일에서 오래 산 사람들이 올리는 댓글에 공식처럼 등장하는 문구들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3. 직장 동료와 교류가 흔치 않다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독일인들은 회사 동료와 교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이런 사람들은 도대체 회사 생활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독일인 동료도 한국인처럼 다양한 스타일의 사람들이 존재하고, 얼마든지 친하게 지내면서 교류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 동료들을 집으로 초대하거나 다른 동료의 집에 초대 받아서 가거나, 또는 식당에서 같이 저녁을 먹거나 술을 한잔하는 등의 교류는 당연히 가능하다. 다만, 애초에 다른 문화권에서 살던 사람들끼리이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지키면서 적절하게 행동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만, 한국에서처럼 비사교적인 사람은 어딜가나 회사 동료들과의 교류가 쉽지 않은 것은 여기서도 똑같다. 필자는 한국에서도 그랬고 여기에서도 똑같이 먼저 다가가서 상대를 알기 위해 노력을 한다. 내가 가만히 앉아있거나 수동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그 어느 누구도 나에게 먼저 다가올 이유가 없다. 그들의 취미에 대해서 묻거나 추천할 만한 식당이나 술집을 묻는 것만으로도 쉽게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고, 의외로 신나게 떠들어대면서 자신의 취미를 자랑하고 좋은 식당을 추천해준다. 필자의 경우에는 이미 알고 있음에도 어떻게 운전면허증을 교환해야 하는지, 자동차 검사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을 일부러 물어보기도 한다. 일부러 작은 신세를 지고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면 어렵지 않게 친해질 수 있다.


가장 효과를 본 것 중에 하나는 휴가 장소를 추천 받는 것이다. 이들은 평소에 다양한 곳을 다니면서 여행을 한 경험이 있고, 휴가를 알차게 보내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질문을 무척 반긴다. 그리고 실제로 추천 받은 곳을 여행하고 와서, 비록 아쉬운 부분이 있더라도 네 덕분에 온 가족이 행복한 휴가를 보냈다고 한마디 해주면서 슬쩍 여행지에서 사온 선물을 주면 그걸로 끝이다. 이렇게 한 다음부터는 "네가 필요한 것이라면 기꺼이 도와줄께"라는 이야기를 동료로부터 듣게 된다면 결코 나쁜 장사가 아니게 된다. 올해 겨울에는 벼르던 프랑스 파리로 가족 여행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파리 출신 프랑스인 동료가 그 이야기를 듣더니 일부러 시간을 내어서 어디쯤에 숙박을 하면 좋을지 공항에서는 어떻게 이동하면 되는지, 자동차는 어떻게 빌려서 타는 것이 효율적인지 묻지도 않은 것까지 일일이 알려주었다. 그러더니 어느날은 비행기표를 끊었냐고 묻길래 왜그런가 했더니, 자기도 나의 여행 일정에 맞춰서 파리에 갈 계획을 잡았다는 것이 아닌가. 가을에 프랑스에 간다더니 일부러 나를 위해서 다시 프랑스를 또 가겠다고 하는 것이다. 이런 것은 한국에서도, 한국의 회사 동료나 한국의 친한 친구에게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동료는 크리스마스에 가족과 지내겠다는 독일인 와이프의 거센 반대에 부딪쳤던것 같은데, 결론적으로는 비슷한 기간에 프랑스에 가기로 확정한 것 같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파리에서 만날 계획을 같이 잡아보고 있다.)


4. 아내가 힘들어 한다.


부부가 독일에 오는 경우, 그나마 직장이 있는 남편은 덜하지만 아내쪽은 우울증이 올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특히나 우울하기만 하고 길고 긴 독일의 겨울은 타향살이를 하는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다. 우리 부부의 경우에는 이 부분을 다음과 같이 풀어나가고 있다.


4.1. 외국인 친구 사귀기

독일에 처음에 와서 구직 활동을 하는 동안, 우리 부부는 집 근처 VHS에서 독일어 수업을 같이 신청하였고 첫번째 모듈은 같이 수강을 했다. 두번째 모듈부터는 취업이 되어 집사람만 해당 강의를 계속 듣고, 필자는 나중에 다른 오후 수업을 신청해서 들었다. 덕분에 집사람의 독일어 수업 친구들은 자연스럽게 우리 부부의 친구가 되었고, 그 중에서 일부 친구들은 밖에서 가끔 만나서 술 한잔씩 하는 사이가 되었다. 독일어 수업 친구들이 회사 동료들보다 좋은 점은, 같은 이민자 입장이기 때문에 함께 고충을 토로하고 서로를 감싸주고 위로를 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애초에 외식과 술, 사람을 좋아하는 부부이다보니, 친구들이 우리를 필요로 할때마다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서 함께 해줄 수 있었다. 그래서 몇몇 친구들은 우리 부부를 독일에 있는 그 어떤 친구보다 베스트 프렌즈라고 하면서 우리를 귀찮게 한다. 덕분에 어떤 주말에는 쉬지도 못하고 젊은 친구들과 함께 놀아야 하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하지만, 최소한 우리 부부가 외로움을 느낄 겨를이 없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보다 더 빨리 독일 생활에 적응하게 된 것 같다. 특히 우리가 한국에 4주 가까이 휴가를 갔을 때는 이웃 사촌인 친구 부부가 자원해서 우리 집과 강아지를 돌봐주었고, 그 부부가 4주간 휴가를 갔을 때에도 우리 부부가 그들의 집과 고양이들을 돌봐주었다.


그리고, 회사 동료들과 극장에 영화를 보러 갈 때 일부러 집사람도 같이 참석하도록 한다. 마블 영화를 좋아하는 회사 동료들이 개봉일 첫날 티켓을 어렵게 구해서 다함께 보러 가는데, 부득이하게 한자리가 비어 집사람을 초대해도 되냐고 묻고 집사람과 동반한게 계기가 되었다. 물론 집사람도 마블 영화를 원래 좋아하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좋은 기회였고, 덕분에 회사 동료들과 집사람이 안면을 트게 되는 계기도 되었다. 회사 동료 와이프나 애인을 같이 초대해서 한국 식당에서 우리 부부와 함께 식사를 하는 시간도 만들 뿐만 아니라, 가끔 회사 동료 집에서 열리는 파티에 함께 초대되어 같이 방문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되면 집사람 역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볼 기회가 생기고 그들의 집에 초대되어 그들의 문화와 생활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된다. 어차피 영어나 독일어는 그다지 못해도 된다. 집사람 친구의 명언처럼 외국인들은 우리가 허접스러운 영어로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듣기 때문이다.


4.2. 한국어로 수다떨기

우리가 소개를 받아서 도움을 받고 있는 통역사분은 독일인 지휘자와 결혼을 하고 늦깎이로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분이다. 독일에 산지도 오래되었고 학교를 다니면서 공부를 하기 때문에 독일어를 유창하게 하니, 비자 신청이나 병원, 학교 등에서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할 경우에 정말로 큰 도움을 주신다. 그런데 몇번 같이 뵙고 만나다보니, 집사람과 친해지신 듯한데 재미있는 것은 "독일에서 한국어로 수다를 떨 수 있어서 너무 좋다"는 이야기를 서로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이 곳에서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고 같이 즐긴다고 해도, 영어나 독일어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하다보니 아무래도 아쉬운 부분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한국어로 함께 수다를 떨 수 있는 한국인 친구를 사귀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면에서 교회를 다녔다면, 한인 교회를 다니면서 한국인들과 교류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수 있다. 우리가 다니는 한인 교회에는 아무래도 나이 드신 분들이 많고, 그 분들은 독일에 오신지 오래 되어서 한국어 수다의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간접적으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보니, 집사람의 경우 부득이하게 다른 일때문에 예배는 빼먹어도 지역구에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에는 반드시 참석하고자 노력을 하는 편이다. 따라서, 어떤 방식으로든 함께 부담없이 교류할 수 있는 한국사람을 잘 만나는 것 또한 필요한 것 같다. (물론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4.3. 바쁘게 살기

가능하면 아이들 뒷바라지를 하든, 공부를 하든, 일을 하든 자신만의 일이 있어야 하고 그것 때문에 바쁘게 사는 것이 좋다. 이것은 비단 독일에서만의 해당 되는 일은 아니다. 사람이란 아무 것도 안하는 시간이 너무 많아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많은 여유 시간을 자신이 좋아하는 일들을 바쁘게 할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집사람의 경우, 개를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키우던 개들은 아직 못데리고 왔지만, 여기서 포메리안 강아지를 한마리 입양해서 키우고 있다. 독일은 개를 키우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기에 집주인이 허락한다면 한마리쯤은 키우는 것도 좋다. 한국에서는 바쁘다는 핑계로 어쩌다 한번 산책을 시켜줬었는데 여기서는 모두가 하루에 2~3번 정도는 개 산책을 시키는 것이 기본이다보니, 독일에서 입양한 강아지에게 산책은 하루의 필수 일과가 되었다. 독일에서 흔하지 않은 포메리안 강아지와 산책을 나서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말을 걸어오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집사람은 그 정도의 대화에는 익숙하게 되니 이 또한 일석이조다. 두아이는 일주일에 2번 독일어 과외를 하고 있고, 딸아이는 1주일에 한번 미술 대학 진학을 위해 마페 과외를, 아들내미는 1주일에 한두번 검도장을 다니고 있다. 아이들 학교가는 것과 과외까지 챙기다보면 꽤나 정신 없는 스케쥴을 소화해야한다. 그리고 가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한다던지, 딸아이의 독일인 친구가 집에 와서 자고 간다던지 하는 비일상적인 이벤트가 추가되면 결코 여유로울 수가 없다.


4.4. 운전하기

한국 운전면허증은 쉽게 독일 운전면허증으로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에, 독일에 올때는 반드시 운전면허증을 가지고 와서 교환하는 것이 필수이다. 땅 덩어리가 한국에서 예상한 것보다 크고, 한국처럼 도시들이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운전 시간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베를린에서 300km 나 떨어져 있는 함부르크를 "옆동네"라고 부를 만큼, 거리에 대한 개념이 한국과는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차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라이프 스타일에 큰 차이가 있다. 독일 운전면허가 있고 차량을 구입하면, 주말에 가까운 근교 뿐만 아니라 200~300km 거리 떨어진 도시까지 부담없이 다녀올 수 있기 때문에 가족들과 주말나들이에 신경을 쓸 수가 있다. 꼭 어딜 가서 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떠나기 위해 준비를 하거나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여유롭게 관광지를 둘러보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타향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 주중에는 아이들의 미술선생님 화실이나 검도장에 데려다 주기위해서 집사람이 차를 자주 쓰는데, 이 또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 피로도가 낮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된다.


4.5. 선물하기

기념일이나 생일에는 좋은 백화점의 멋진 명품 매장을 방문해서 명품을 선물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일단 같은 상품이라도 한국보다 훨씬 싸기 때문에 일단 이익이다. (굳이 Tax Free로 안사도) 단, 여기에서는 아무도 명품 따위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가방보다는 목걸이나 반지가 더 좋은 선택으로 보인다. 집사람의 경우 한국에서 가져온 명품 가방들을 사용할 기회가 한번도 없었는데, 여기서는 가격에 상관없이 특이하거나 개성적인 가방이 관심을 끌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가진 명품 매장에서 직원의 도움을 받으면서 함께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는 과정을 즐기고, 한껏 멋부린 모양으로 포장된 명품을 들고 매장을 나선 다음에는 함께 훌륭한 저녁 식사를 하는 과정을 즐기는 것 또한 독일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살더라도 금액에 상관없이 꼭 필요한 이벤트라고 생각한다.


4.6. 여행하기

독일에 와서 좋은 점은 유럽 어디든 쉽게 여행을 다닐 수 있다는 점이다. 차량을 이용해도 되고 비행기를 이용해도 좋은데, 한국에서 유럽을 오는 것에 비하면 그야 말로 최고의 혜택이라고 할 수 있다. 베를린에서 파리에 가는 비행기값이 서울에서 제주도를 가는 비행기값보다 싸고, 동유럽 지역은 물가까지 싸기 때문에 부담없이 여행하기에 좋다. 물론, 어디든 쉽게 다닐 수 있다는 장점은 그만큼 여행에 쓰는 돈이 는다는 문제를 유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주말 동안 독일 국내이든 파리나 로마든 짧게 자주 여행을 다니는 외국인 친구들이나 동료들을 보고 있으면, 부자가 아니어도 평소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윤택한 삶을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배우게 된다. 물론 독일에 살다보면 다른 유럽 국가로 갔을때의 감동이 한국에서 살때보다 덜하다는 부작용이 있기는 하지만, 자신을 위해 멋진 휴가 계획을 세우고 수시로 아름다운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는 이들에게 배울 것이 아직도 너무 많다. 이번 겨울에 부모님, 동생 부부와 함께 크리스마스 시즌의 파리 여행을 위해 숙소와 비행기, 일일 가이드 투어 등의 예약을 이미 모두 해둔 상태라 지갑은 얇아졌지만, 모처럼의 온 가족 여행이라 기대가 크다. 내년 봄에는 장인어르신과 장모님을 모시고 체코 프라하를 거쳐서 오스트리아 비엔나 여행을 계획 중이고, 여름에는 알바니아 친구와 함께 알바니아 여행을 가기로 했으며, 가을쯤에는 결혼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프랑스 보르도 지방에서 와이너리 투어를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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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일반화하고 싶지 않지만, 말도 안되는 이유로 독일이나 다른 외국에서 자신이 겪는 어려움을 일반화하고 합리화하는 꼴은 더더욱 보고 싶지 않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새는 것처럼, 한국에서 자신의 삶에 대해 만족하면서 살지 못했다면, 독일이 아니라 전 세계 어딜가도 똑같다고 생각한다. 항상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여유를 가지고 살수 있다면, 독일처럼 합리적이고 인간적인 곳이 어디 있을까. 이 세상 어디도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에 호락 호락한 나라나 사회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필자는 언제 어디서나 늘 행복했었고 한치의 후회도 없었으며, 여기에 와서 "행복"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배웠기에, 앞으로도 더욱 행복하고 풍성한 삶을 살기 위해 더욱 노력을 할 것이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수많은 꿈 중 하나인 "50대에는 20피트가 넘는 중고 요트를 하나 구입해서 세일링을 하는 것"을 여기서는 좀더 수월하게 이룰 수 있을 것 같아서 더욱 설레인다. (배멀미가 심하다는 건 일단 제외하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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