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금호 Oct 04. 2019

독일 IT 취업 : 독일과 일본의 차이

최근 우리나라가 일본과 정치적, 경제적 전쟁을 벌이는 것에 대해서, 같이 일을 하는 외국인 동료들과 외국인 친구들에게 열심히 알리는 중이다. 친한 동료는 본인이 주변 사람들에게 선전 선동 (프로파간다)을 한다고 재미삼아 이야기하지만, 본인으로써는 꽤나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상황이다. 왜냐하면, 서방 세계에서 "일본"이라는 나라의 위상은, 이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예상보다 굳건하며, 일본에 대한 생각이나 호의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친한 외국인들로부터 계속 느끼기 때문이다. 친한 영국 동료는 일본의 방사능 이야기에 헛소리라고 콧방구를 뀌며, 한국과 일본은 월드컵도 같이 개최했기 때문에 사이 좋은 것이 아니냐고 묻는 외국인 동료도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전 세계에서 온 동료들이 자기 이웃 나라와의 분쟁에 대한 이야기들도 꺼내는데, 한국과 일본 사이의 오랜 역사적인 복잡한 관계에 대해서 외국인들이 모르듯이 본인 역시 그들로부터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들이 많다. 하긴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의 내부 사정까지 어느 누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보겠는가. 당장 소용은 없겠지만, 꾸준히 영문 신문 내용을 링크 걸어서 한국과 일본 사이의 문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생각이다.


그 동안 독일인 동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게된, 일본과 독일이 다른 점에 대해서 정리해보겠다. 어디까지나 주변의 독일인들로부터 들은 내용이다보니 독일 전체, 독일인 모두의 생각이 똑같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을테니 그저 참고로만 봐주기 바란다. 참고로 아래 도표는 외국인 동료들에게 공유하고 있는 비교 자료이다.

출처 : 더레프트@1theleft 트위터


현재의 독일은 경제 강국이지만, 군사 강국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경제력이 높은 나라가 군사력도 높은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물론 당장 우리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 및 일본이 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일인 동료들을 통해서 독일의 경우 경제력은 높지만 군사력에 있어서는 우리가 기대하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을 듣고는 꽤나 놀랐다. 실제로 최근 국가별 군사력 순위를 보면 독일은 우리나라보다 낮은 10위를 기록 중이다. 그래서 독일인 동료들에게 군사적인 위협이 발생하면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독일은 NATO 회원국이라 집단 방위가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높은 군사력을 갖출 필요도 없고, 그럴 의지도 없다고 한다. 이미 잘 알려진대로 프랑스나 영국은 필요시 군사력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데 반해, 독일은 군사 행동의 직접 수행을 꺼리는 편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인상적이었던 것이 일본은 과거에 대한 반성 없이 다시 군사력을 키우고 자위대가 아닌 "군대"로의 전환을 끊임없이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독일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왠만한 나라 못지 않은 군사력을 증강할 수 있겠지만, 일본과는 달리 그 길을 걷지 않기로 마음을 먹은 것 같다.


본인은 2차 세계 대전의 독일 무기에 대해서 무척 관심이 많은 "밀덕"이다보니, 오히려 독일인 동료들이나 친구들이 자기들보다 자기 나라 무기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본인을 신기하게 바라보기도 한다. 밀덕인 독일인 동료 덕분에 집사람과 문스터의 탱크 박물관을 다녀왔고, 집에서 무척 가까운 항공 병기 박물관에는 밀덕 독일인 동료와 함께 다녀왔었다. 그런 탓에 현대 독일의 무기 역시 어느 나라 못지 않게 최첨단의 강력한 무기로 업그레이드 되어 있을 것이라 기대했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무척 충격적일 수 밖에 없었다. 시대가 변해서 예전과 같은 "기술"의 독일이 아니라고 해도, 여전히 엔지니어링 분야에서는 우습게 볼 수 없는 실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말이다. 한명의 밀덕에게는 아쉬운 일이겠지만, 세계 평화를 위해서는 독일이 올바른 선택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독일에 대한 잘못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한다


이 또한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얼마나 철저하게 하는지는 알지 못하고 있었다. 회사 내에 나이가 들은 편인 독일인 엔지니어와 점심을 먹으면서 들었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김나지움, 아우스빌둥, 대학교 등 5~6개의 교육기관을 거치는 동안 매번 과거 반성에 대한 역사 교육을 "지나치게" 받아왔다고 한다. 2~3회 정도로도 충분할텐데 교육을 받는 내내 반복적으로 세뇌를 당할 정도라 독일인 엔지니어가 여전히 혀를 내두른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유대인을 학살했던 반인륜 범죄인 "홀로코스트(Holocaust)"를 부정하고 왜곡하는 것 뿐만 아니라 학살 행위를 찬양하거나 미화하는 것 또한 범죄로 규정하는 "홀로코스트 법"을 제정하여 실행하고 있다. 이렇게 과거의 잘못을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는 모습은, 일본에게서는 볼 수 없는 일이기에 유감스러울 수 밖에 없다. 오히려 과거 역사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안된 일본의 젊은 세대는 과거의 잘못에 대해 아예 모르거나 관심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는 더욱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지지나 않을런지. 더욱 가관인것은, 우리나라의 소위 교수나 지도층이라는 작자들이 서슴없이 일본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발언을 지금 이 순간에도 하고 있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여전히 "혐한 시위"가 계속 되고 있고, 강경파 정치인들은 과거의 역사를 왜곡하는 발언을 서슴치 않는 것이 일상이었기에, 독일어 수업 시간에 질문을 하기위해 손을 들었다가 "나치 방식으로 손들지 말라"는 주의 사항을 듣는 것 조차 신선하다. 지겹도록 과거의 잘못에 대해서 교육을 받아서, 독일인들은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없고 주눅이 들어있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지만 이런 것은 지나치더라도 독일처럼 하는 것이 맞다. 과거의 실수를 인정하고 그것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국가나 민족에게는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우스개 소리로 누군가가 독일은 1,2차 세계 대전에서 2번 패한 경험이 있어서 이것이 가능하지만, 일본은 한번 밖에 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21세기이다. 굳이 처참한 전쟁을 치르면서 한번 더 패하지 않고서는 깨닫지 못한다면 정부나 지도층, 정치가 뿐만 아니라 그 국가의 주체인 "국민"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일본 정부나 정치가는 나쁘지만 일본 국민은 잘못이 없다는 이야기에도 동의할 수 없다. 정부가 한두번도 아니고 계속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면, 그 나라의 국민들이 직접 나서서 변화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 지금 21세기의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아닌가?


독일은 여전히 피해자들에게 사과와 배상을 하고 있다


일본과 달리 독일은 1952년 이후 홀로코스트의 피해자들에게 800억 달러 이상을 지급했을 뿐만 아니라 꾸준히 반성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 홀로코스트 생존자에게 추가로 수백 유로를 지원한다는 뉴스를 보고 놀라움을 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에서는 강제노역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판결 조차 친일 성향의 정부 수반부와 사법부, 기타 기업이나 단체들의 방해로 제대로 하지 못하였었고, 우여곡절 끝에 배상 판결이 났음에도 적반하장 격으로 일본으로 부터 경제적, 정치적 공세를 받고 있는 상황인 것을 보면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과 독일은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과거의 실수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 없이, 겨우 몇푼의 돈을 쥐어 주고는 그것으로 모든 것을 퉁치자는 일본의 태도는 정말로 가증스럽고 사악한 행동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19/08/635321/


예전에 얼마를 우리나라에 배상을 했었는지, 그 돈이 결국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던지 상관없이 한국을 비롯한 주변 피해 국가들에 진심어린 사과를 하는 것이 먼저다. 개인 간의 사소한 관계에서도 잘못을 해놓고 "사과"를 하지않으면, "쓰레기" 취급을 받는 것이 당연할 진데, 국가 간에 발생한 중대한 전쟁 범죄에 대해서 진심어린 사과를 하지 않으면 당연히 그것은 "쓰레기 전범 국가"일 뿐이다. 독일 회사에서 같이 일을 하는 동료 중에는 이스라엘에서 온 유태인들도 많고, 2차 세계 대전 피해 국가에서 온 동료들도 많다. 만일 독일이 과거사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배상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면, 과연 지금처럼 갈등 없이 다시 함께 어울리면서 살아갈 수 있었을까. 지금 이 순간에 독일 시내 어디선가 누군가가 대중들에게 유태인 비하 발언을 하거나 과거사를 왜곡하는 데모는 시도도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데, 왜 일본에서는 꾸준히 과거사를 왜곡하고 수많은 피해자의 마음을 아프게하는 공개적인 발언을 하고 있는지, 여전히 길거리에서는 혐한 시위가 벌어지고 엄청나게 쏟아지는 혐한 서적이나 방송으로 떳떳이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당연하단 말인가? 그동안 우리는 너무 착하다 못해 바보처럼 이 문제를 너무 쉽게 생각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바로 잡아나가야 할 것이다.


-----------------------


얼마전에 트워터에서 "한국 사람들이 건설 노동자들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기는 하지만, 독일인들도 그것을 입밖에 내지만 않을 뿐 결국 똑같다"라는 취지의 트윗을 본 적이 있다. 이야말로 본질을 왜곡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본다. 독일인도 사람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독일인들 역시 당연히 이기주의적일 것이며 그들 또한 색안경을 끼고 타인을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애시당초 그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과 꺼내지 않는 것은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본인을 포함한 대부분의 한국인은 타인의 직업을 비하하는 것 뿐만 아니라, 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사회에서 태어났고 그렇게 배우고 살아왔다. "어디 감히 ... 하는 주제에", "오늘 화장 안했니?", "살 좀 빼라", "취직은 했니?", "월급은 얼마니?", "이슬람 사람은 위험해", "외노자 따위가", "1등 못하면 나중에 저렇게 된다", "왜 애 안낳니?", "이 성적 가지고 나중에 어떻게 살래?" 등등 너무나 많은 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치 않고 해댄다. 필자도 여기에 와서 나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잘못하고 살아왔는지를 뼈져리게 느끼고 배웠다. 우리 스스로도 반성하고 개선해야할 것이 있다면, 어설프게 싸잡아서 퉁치려하지 말고 잘못했음을 시인하며 받아들이고 개선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면된다. 우리는 누구처럼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 반성을 하지 않는 "쓰레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독일"이 완벽한 국가는 아니고, "독일인" 역시 완벽한 인간이 아니기에 잘못된 부분이 있고 고쳐야할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소한 지금까지 해온 "전쟁 범죄에 대한 후속 조치"는 지나치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책임감있게 수행해온 독일을 표본으로 삼기에 충분하다. 일본 역시 이 정도의 사과와 배상을 하도록 독일 사례를 참고하여 꾸준히 일본에게 요구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어디가 되었든지 인간을 존중하는 사회와 국가라면 당연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관철될 때까지 우리는 끈질기게 일본의 제품을 보이콧하고 국제 사회에 일본의 부당함을 호소하며, 일본 안과 밖에서 다양한 압력을 행사하고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도록 만들어서 어쩔수 없게라도 변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에 조금이나마 일조하고자, 필자는 주변의 외국인들에게 끊임없어 좋은 의미의 "프로파간다"를 실행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독일 IT 취업 : 부정적 현실과 환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